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유준상 기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강남 대장주’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십수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추진위원회를 승인받은 지 17년이 흘렀지만 조합 설립은커녕 정비구역 지정도 받지 못했다. 최근 지지부진한 사업 추진을 지켜본 주민과 추진위간 이같은 상황으로 깊어진 갈등의 골이 주민 간 소송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5일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최근 새로운 추진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추진위원회 측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반상회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곳은 추진위원장 이모 씨의 임기가 지난 2월 중순 만료된 이후 새 추진위원장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추진위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직접 선출하는 방식을, 비대위는 강남구에서 대신 선출해주는 방식을 주장하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비대위 측은 선관위를 공공관리자인 구청이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선거관리규정상 선거관리위원은 7명을 선정해야 한다. 그런데 선거관리규정 7조3항에 따르면 선관위원 후보가 정수 이상 등록된 경우 선관위원회 선임을 구청장에게 의뢰할 수 있다. 추진위에 명단을 올린 선관위 입후보자는 36명으로 정수 이상이라 구청장에 선임을 의뢰할 조건을 갖췄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반면 추진위원장 임기가 만료된 이씨는 필사적으로 “선관위를 구청이 구성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선관위원 후보가 정수 이상 등록됐다고 하더라도 구청에 의뢰할지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권한은 추진위에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서울행정법원에 공문 집행정지를 신청한 데 이어 본안소송까지 제기했다. 본안소송이 걸려 있어 선관위 구성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선관위 구성과 관련한 소송전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비대위 측은 지난 3월 추진위원 한 명이 물러나 추진위가 100명에서 99명이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재차 강남구에 선관위 구성을 요청했다. 추진위 운영규정에는 추진위원이 100명에 미달하면 강남구가 선관위를 뽑는다는 강행규정이 있다.

그러자 A씨는 이에 대해서도 서울행정법원에 공문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소송 모두 법원에 계류 중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사업 추진을 투명하게 이끌어야 하는 추진위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하기 위해 구청에 의뢰한 데 대해 왜 제지를 하고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2011년부터 추진위원장을 맡아온 이씨가 선관위를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세워 재선거에서 유리한 포석을 점하기 위해서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강남구청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20년 전부터 재건축이 추진됐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게 아무것도 없다 보니 주민들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추진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주민들이 '우리가 추진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는 2003년 12월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지만 1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조합을 설립해야 하지만 서울시로부터 정비구역 지정이 가로막히면서 동의서 징구조차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1년 6월 이씨가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 은마아파트의 정비계획안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문턱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서울시가 시내 3종일반주거지역(아파트)의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위원장 체제 추진위원회가 40~49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일탈 계획’을 고수해서다. 당시 추진위는 은마아파트를 초고층 랜드마크로 지어 고(高)분양가를 책정하고 일반분양 수익을 늘리겠다는 심산이었다.

추진위는 서울시의 철옹성 같은 규제 빗장에 결국 고집을 꺾고 2017년 10월 내부 중지를 모아 층수를 35층으로 변경한 정비계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그해 말 또다시 퇴짜를 맞았다. 추진위는 다시 정비계획안을 보안해 지난해 하반기 도계위에 재출했지만 이번엔 임기 만료된 추진위원장 선출이 난항을 겪으면서 심의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한 은마아파트의 주민은 “고층아파트를 지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던 추진위 말만 믿고 기다려왔는데 물거품이 된 데다 정비구역 지정 역시 언제 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현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무리수를 두면서 사업을 지체시키고 천문학적인 매몰비용을 낸 행위에 대해 주민들에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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