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 전경. [사진=연합뉴스]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유업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극심한 수요 부진, 국제유가 급락, 마이너스 정제마진 등 ‘삼중고’가 겹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이를 증명하듯 1분기에 에쓰오일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정유4사 합산 영업적자가 4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1조7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이는 2018년 4분기에 낸 분기 기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3335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1976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매출액은 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과 판매량 감소의 영향으로 5조1984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19.7%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8806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정유 부문’이 블랙홀이다. 정유 부문에서만 무려 1조19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에쓰오일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제트유(항공유),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유가 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 손실로 정제마진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상회한 것이다. 12개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 발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1분기 5조3117억원의 매출과 6429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관측됐다.

다른 정유사라고 해서 이같은 악재를 피해갈 수 없을 듯 보인다. 에쓰오일에 이어 정유사들이 잇따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4개사가 4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부문만 놓고 보면 2014년 4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이는 정유업계가 올해 시작부터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부진한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수요 침체와 국제유가 급락까지 악재가 겹겹이 정유업계를 덮쳤다.

정유사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석유제품가격-원가)은 손익분기점보다 한참 못 미친 마이너스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치명타다. 정제마진은 올해 1월 배럴당 0.4달러를 기록한 이후 2월 3달러대로 회복했지만, 3월 0.4달러, 4월에는 마이너스 0.7달러를 기록했다.

산유국간 경쟁으로 국제유가는 올해 1월 배럴당 60달러에서 10달러대로 폭락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사들인 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2~3개월 후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막대한 재고평가손실을 떠안게 됐다. 비싸게 산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다.

정유업계는 정부에 이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정책적 지원을 주문하고 있다. 국내 정유4사 대표들은 지난 22일 열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정유업계의 전반적인 현안을 살피고 위기감을 호소했다.

정유4사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석유 수요가 감소해 재고 제품의 평가액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며 “세재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제품 평가를 새롭게 하는 등 자구적인 노력을 벌였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익성 악화가 올해도 이어지며 위기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날 정유사의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정유업계의 관련 세금 납부기한을 3개월 가량 한시적으로 늦춰주기로 했다. 4월분 교통 및 에너지, 환경세, 개별소비세 납부 기간 또한 2020년 7월까지 유예한다. 정부는 약 1조3745억원 가량의 정유사의 세재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여파로 각 사마다 대규모 영업손실이 예고되고 있는데 실적을 반전시키기 위한 계기조차 찾기 어렵다”며 “정유사 입장에서 지출 비중이 높은 원유수입 관세와 석유수입·판매부과금은 정부 차원에서 유예가 아닌 감면이나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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