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두산중공업을 방문해 신한울 원전2호기에 설치될 저압터빈로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중공업]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두산중공업을 방문해 신한울 원전2호기에 설치될 저압터빈로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중공업]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에 수조원대 구제금융을 투입할 예정인 가운데, 박용만 회장 등 오너일가가 원자력사업 포기 메시지를 확실히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이 제출한 3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승인하고, 최소 5000억원 이상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채권은행 측은 "두산측이 향후 발표할 세부 내용을 바탕으로 지원액을 확정하고자 한다"며 "5000억원 이상으로 최대 1조원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5000억원은 다음달 두산중공업이 갚아야할 금액으로 두 은행은 지난달에도 두산중공업에 각각 5000억원씩 총 1조원을 지원한 바 있다. 특히 수은은 이달 만기가 돌아온 6000억원 규모의 외화사채 마저 떠안았다. 

두 국책은행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빚 4조2000억원을 앞장서 갚아주겠다는 자세로 나오면서, 전일 발표된 3조원의 자구책은 택도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더 이상 수익실현이 불가능한 원자력사업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이 먼저 나섰다. 환경단체인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 등을 통해 산은과 수은의 금융지원을 부실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규정하며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두산중공업의 부실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룹의 오너들이 겉으로는 탈원전에 동조하면서 수익실현이 어려운 원자력사업부를 유지하는 등 에너지전환의 흐름에 대처하지 못한 오판으로 인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 환경단체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2조원 구제금융은 국민 1인당 4만원씩 강제로 투자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4인 가족은 거의 16만원을 두산중공업에 바쳐야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부실사업 폐지를 압박하는 목소리는 참여연대에서도 나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1차 대책 발표 당시 "기존 에너지 사업으로 심각한 부실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사업구조 재편 등 자구 방안을 속히 마련하여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일 3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발표한 두산그룹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자산매각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가스터빈 발전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두 분야를 사업 재편의 큰 축으로 설정했다.

특히 이번 자구책엔 '원자력'란 세글자는 어디에도 담기지 않아, 원자력 사업 배제 방침이 엿보이긴 했다. 하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박용만·박정원 회장 등 두산그룹 오너 일가가 나서 원자력 포기를 선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4조2000억원의 빚을 국민이 갚아주겠다는데 3조원짜리 자구책은 턱 없이 부족하다"며 "신고리 5·6호기 제작이 마무리되면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외 신규사업 물량이 없게되는 원자력사업부 폐지가 첫번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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