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아이 엄마 ㄱ씨가 수억대 마스크 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 ㄱ씨가 A씨를 안심시키려 제공한 마스크 사진. [사진=픽사베이, A씨 제공]
7개월 아이 엄마 ㄱ씨가 수억대 마스크 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 ㄱ씨가 A씨를 안심시키려 제공한 마스크 사진. [사진=픽사베이, A씨 제공]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평생 모은 돈 4억4000만원을 사기 당했다고 생각하니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너무 끔찍합니다. 아이도 둘이나 있는데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까 생각도 종종하게 되고, 너무 화가 나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납니다.”

마스크 사기 피해를 당한 A씨(46세‧남)의 말이다.

중국인 대상 화장품 OEM‧ODM 사업을 하는 A씨는 지난 2월 8일~19일까지 2주일여에 걸쳐 마스크‧체온계‧방진복 등 구입 명목으로 ㄱ씨(37세‧여) 등에 4억4000만원의 거액을 송금했다. ㄱ씨는 암웨이‧애터미‧뉴스킨 등 제품을 받아 판매하는 중간도매상이다.

A씨는 평소 거래하던 인천에 위치한 한 화장품업체 이사인 ㄴ(44세‧여)씨 소개로 처음 ㄱ씨를 알게 됐다. ㄴ씨는 7년~8년 정도 거래한 믿음직한 사람으로 ㄱ씨를 소개했다. ㄱ씨는 첫 계약날 7개월짜리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남편과 함께 오기도 했다.

ㄱ씨를 통해 A씨는 마스크만 38만장 넘게 계약했지만 첫 번째 물품을 배송 기일인 2월 14일로부터 5일 뒤인 같은달 19일 3만500장(2200만원 상당)만 받았다. “3만장 이상 마스크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매점매석으로 적발될 수 있어 일주일에 나눠 주겠다”는 ㄱ씨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A씨는 물건을 제때 받지 못했지만 “저렴하게 새 제품이 나왔다”는 ㄱ씨의 설명을 믿고 계약을 이어갔다. 이후 물품 전달이 늦어지자 A씨는 2월말부터 환불을 요청했으나 ㄱ씨는 “해결할 수 있다” “노력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ㄱ씨가 지난달 2일 긴급체포(1차 영장 청구)되고 나서야 A씨는 사기 정황을 정확히 인식하게 됐다. ㄱ씨는 13일 2차 영장 청구로 구속됐다. 또 A씨를 비롯해 ㄴ씨 외 1인에 고소당한 상태이며, 12인(사기금액 5억5000만원 상당)이 고소 준비 중이다.

제품이 오지 않아 환불 해달라는 A씨에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하는 ㄱ씨. A씨에 따르면 ㄱ씨는 ‘돈을 받으면 환불해주겠다’ ‘돈을 마련 중이다’라고 안심시키며 지불 기일을 미뤘다고 한다. (오른쪽)B씨가 받은 불량 마스크. [사진=A씨 제공, B씨 제공]
제품이 오지 않아 환불 해달라는 A씨에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하는 ㄱ씨. A씨에 따르면 ㄱ씨는 ‘돈을 받으면 환불해주겠다’ ‘돈을 마련 중이다’라고 안심시키며 지불 기일을 미뤘다고 한다. (오른쪽)B씨가 받은 불량 마스크. [사진=A씨 제공, B씨 제공]

또 다른 피해자 B씨(32세‧여)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중국인으로 마스크를 받지 못해 환불을 요구했다가 칼부림 협박까지 당했다.

남편끼리 같은 회사에 다녔던 인연으로 B씨는 ㄱ씨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그러던 중 1월 중순 중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가족‧지인들 부탁을 받아 ㄱ씨에게서 마스크를 구입했다.

B씨는 ㄱ씨에게 구해달라고 부탁한 마스크 20만장(1억원 상당) 중 4만5000장(2200만원 상당)만 ㄱ씨에게 받았으며 이중 마지막에 온 1000장은 끈이 없거나 봉투 내용물이 다른 불량품이었다. B씨가 못 받은 마스크에 대해 환불을 요구하자 이웃사촌인 ㄱ씨가 격분해 욕설을 하며 따지고 “남편(ㄷ씨)이 칼 들고 갈 것”이라고 통화 위협 후 실제 찾아오기도 했다.

당시 ㄷ씨는 지인인 B씨 남편 설득으로 30분 후에 돌아갔다. ㄷ씨는 현재 가정 폭행 혐의로 구속 상태로 살인 전과까지 있다. B씨 가족들은 ‘그가 풀려나면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하는 불안에 떨고 있다.

번개장터 잡○사니2019에 올라온 피해 주장 소비자 후기. [사진=번개장터]
번개장터 잡○사니2019에 올라온 피해 주장 소비자 후기. [사진=번개장터]

이외에도 중고거래 사이트인 번개장터에서도 ㄱ씨 사기 피해자가 적지 않다. ‘잡○사니2019’로 개설돼 있는 ㄱ씨 상점 후기에는 “물건을 못 받고 있다” “환불요청한다” 등의 불평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현재 관련 피해사례를 모으는 오픈채팅방 ‘잡○사니 사기피해’도 개설된 상태다. 이 오픈채팅방에서 자신을 해당 사건 피해자라고 주장한 사람들만 전국적으로 20여명 가까운데다 피해 금액도 7500만원 상당이다.

번개장터에는 심지어 ㄱ씨 구속 당일인 13일에도 피해 사례가 발견됐다. 잡○사니2019는 현재 차단된 상태이나 최근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피해 사례가 발생해 번개장터 관리소홀 문제도 제기된다. 한 피해자는 “이체한 뒤에야 정지된 상점이라는 확인을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곳에서도 ㄱ씨는 2명에 고소되고 2명에 신고가 된 상태다.

마스크 등 사기사건은 17일 관할서인 경주경찰서에서 대구지방경찰서 경주지청으로 이관됐다. 현재 경주지청에서 수사 중인 이번 사건은 다수 피해자가 있는 만큼 2주~3주 내 기소의견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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