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 사이언스] 그들 각자의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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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 사이언스] 그들 각자의 ‘마스크’
‘스타워즈’ ‘다크나이트 라이즈’ 속 악당들의 마스크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뭐든 꼭 할테니 써야 하는 마스크
  • 여용준 기자
  • 승인 2020.04.1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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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우리나라는 코로나19가 한창 활개칠 때 ‘마스크 대란’을 겪었다. 호흡기를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한 이 물건은 사실상 코로나19의 백신이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았다.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5부제로 판매했으며 그조차 구하려는 줄이 매일 각 약국 앞에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코로나19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다행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확진자는 잦아들었고 마스크 공급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겨우 마스크 공급이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해외의 사정은 다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알아서 마스크를 안 쓰고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이상한 마스크를 보급한다. 

마스크를 거부하는 서양 사람들의 이유도 참 다양하다. 서양인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을 환자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는 안 쓰면 환자가 된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는 주로 나쁜 사람들이나 한다. 반정부 과격시위대나 테러리스트들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한 ‘빌런’들도 주로 얼굴을 가린다. 

‘마스크를 쓴 빌런’의 대표 주자는 역시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가 있다. 그의 마스크는 ‘영화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악당’을 상징하는 심볼처럼 돼버렸다.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사가’라고 불러도 무방한 에피소드 1~3은 역사상 최고의 악당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보여준다. 그 중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에서는 다스베이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고스란히 소개돼있다. 

다스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스승 오비완 케노비와 최후의 일정 중 두 다리가 잘리고 온 몸이 불에 타는 부상을 입는다. 죽었어도 무방한 아나킨을 구해준 사람은 악의 군주 다스 시디어스다. 그는 아나킨의 잘린 두 다리에 의족을 달고 검게 타버린 피부에는 두꺼운 수트를 입힌다. 그리고 얼굴에는 상징과 같은 마스크를 씌운다. 

즉 다스베이더의 마스크는 화상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호흡을 원활히 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 특유의 “쿠우- 쿠우”하는 소리는 마스크의 도움을 받아 숨 쉬는 소리다. 우리가 흔히 “마스크를 쓰면 숨 쉬기 불편하다”고 하는 것과 반대되는 경우다. 

다스베이더와 함께 마스크를 쓴 빌런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베인이 대표적이다. ‘배트맨’의 여러 숙적 중 하나인 베인은 똑똑한 두뇌와 파괴적인 힘을 가진 테러리스트다. 한때 베인은 ‘배트맨 포에버’에서 어눌한 빌런으로 등장했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이르러 자신의 지위를 회복한다. 

베인은 외딴 감옥에 갇혀 지내던 시절 다른 수감자들에 의해 끔찍한 부상을 입는다. 이를 치료하고 통증을 줄이기 위해 베인은 마스크에 연결된 튜브에서 진통제를 주입받는다. 때문에 배트맨과 대결 도중 마스크에 연결된 튜브가 끊어지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베인이 쓴 마스크는 일종의 의료보조기구다. 때마다 약을 찾아서 주입하지 않고 알아서 주입하는 기구가 있다면 꽤 유용할 것이다. 다만 그것이 왜 입을 통해서 주입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통상 주사를 통해 약을 주입한다면 통증부위에 직접 주사하거나 팔, 혹은 엉덩이에 주입한다. 해독제의 경우라면 허벅지나 심장에 바로 주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얼굴을 통해 약을 주입하는 경우는 없다. 이것은 그냥 베인의 카리스마를 강조하기 위한 도구라고 판단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사진=일신픽쳐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재평가 받는 영화들이 몇 편 있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컨테이전’이나 김성수 감독의 ‘감기’가 대표적이다. 또 최근 다시 평가받는 영화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1984년에 만든 이 작품은 그가 늘 가져온 산업화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부해’라는 유독물질이 세상을 뒤덮고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평생 방독면과 같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비행 도중 마스크를 벗어던진 공주 나우시카를 향해 “뭐든 할테니 제발 마스크를 쓰세요”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속 마스크는 방독면에 가깝다. ‘부해’라는 것이 바이러스나 유독물질이 아니라 곰팡이 포자에 가깝다는 설정이 등장하는 만큼 KF94 마스크로도 괜찮을 것 같지만 우리가 아는 곰팡이 포자와는 특성이 다를 수 있다. 

이밖에 마스크가 등장하는 영화는 ‘아바타’, ‘아이언맨’ 등 많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마스크를 쓴 악당’이 있을지언정 마스크 자체가 나쁜 역할을 한 적은 없다. 다스베이더나 베인 모두 마스크는 그저 의료기구일 뿐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당연히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일전에 기자수첩을 통해 ‘마스크는 백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마스크는 꼭 필요한 물건이지만 거기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마스크는 백신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멀리 할 이유도 없다.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테러리스트나 환자로 볼 일도 아니다. 마스크는 병을 낫게 하진 않는다. 걸리는 것을 조금이라도 억제해줄 뿐이다. 그러니 가능한 모든 수단 중 하나로, 마스크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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