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준 변호사의 의료법 톡] 보건소 악성 민원에 대한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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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변호사의 의료법 톡] 보건소 악성 민원에 대한 대처
  • 오승준 변호사
  • 승인 2020.04.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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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을 경영하다보면 종종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민원에 시달리곤 한다. 내가 정말 법을 어겼다거나 다른 잘못이 있어서 당하는 민원이라면 잘못된 것을 고치고 그에 합당한 처분을 받으면 되겠으나 가끔은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보건소의 끈질긴 소명 요청을 받기도 한다.

일례로 A원장은 특정 증상에 대한 문진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1만8000원의 요양급여를 청구했는데 그 증상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환자로부터 민원이 제기됐다. 관할 보건소에서는 일견 허위청구의 액수가 크지 않고 A원장의 기존 처분 이력이 깨끗하기에 처음에는 A원장의 편에서 환자의 민원을 처리해 줬으나 악의적인 민원이 수차례 반복되자 결국 1만8000원의 허위·부당 청구를 경찰에 고발했고 A원장은 사기죄로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단 1만8000원 때문에 말이다.

A원장의 경우처럼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실수 때문에 보건소, 소비자보호원 등에 민원이 제기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럴 때 의료기관 운영자들은 바쁜 와중에 소명서를 작성하며 시간을 낭비하거나 보건소 담당자와 말싸움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이런 반복적인 민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어떤 내용이 됐건 보건소에 정식으로 접수된 민원이 있다면 처음부터 철저하게 소명자료를 만들어 답변할 필요가 있다. 너무 억지스럽거나 사소한 내용의 민원이라고 생각하고 소명서 작성을 게을리 하면 이후 추가적인 민원이 발생하는데 빌미를 줄 수 있고 민원을 처리하는 공무원에게도 힘을 실어줄 수가 없다. 당 법무법인에서 자문병원의 소명서를 대신 작성해주기도 하는데 단 한 번의 소명만으로 추가적인 반박이 불가능하도록 많은 시간을 들이곤 한다. 

위 A원장의 경우에도 나름대로 소명서를 작성해서 보건소에 제출했지만 차트를 작성할 때 날짜 등을 일부 착오했고 그런 오류를 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명을 완료했다. 이는 추후 추가 민원이 발생했을 때 빌미가 됐고 결국 더 이상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돼버렸다.

다음으로 민원처리법 제23조 제1항에서는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인이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반복 제출한 경우 2회 이상 그 처리결과를 통지하고 그 후에 접수되는 민원에 대해서는 종결처리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일 내용의 민원인지 여부는 ‘해당 민원의 성격’, ‘종전 민원과의 내용적 유사성·관련성’ 및 ‘종전 민원과 동일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만약 같은 내용으로 3회 이상 소명하라는 명령이 나온다면 담당 공무원에게 이런 원칙을 설명해 민원을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경험에 의하면 공무원들도 조사 대상자가 법규를 잘 알고 있고 이를 따지고 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때 더 신경 써서 업무를 처리해주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민원의 내용이 지나치게 악의적이거나 허위 내용을 담고 있다면 민원을 제기한 사람을 무고죄로 고소를 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민원의 내용이 의료법 기타 법령 위반을 문제 삼고 있고 그로 인해 의료인이 처벌까지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허위의 민원 제기는 무고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무고죄에 해당한다면 그 사람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혹시나 악의적인 민원으로 인해 영업정지나 그에 갈음하는 과징금과 같이 억울한 처분을 받게 됐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당 법무법인의 또 다른 의뢰인인 B원장은 주변 병원의 악의적인 제보로 의료법 제56조 광고규정 위반으로 인한 처분을 받게 됐는데 법원까지 간다면 충분히 처분취소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보건소와의 관계를 고려한다며 소제기를 포기했다. 보건소 담당공무원이 이 소송업무를 담당하게 될 텐데 그렇게 된다면 향후 또 다른 조사·민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까봐 우려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B병원에는 처분 이력이 남게 되고 다음 민원이 제기되었을 때에는 과거보다 가중된 제재처분을 받게 된다. 따라서 부당한 결정이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이의하되, 담당자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하는 유도리가 필요하겠다.

<오승준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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