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된 '전경련-더불어민주당 주요기업 현안 간담회'.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오성엽 롯데 사장, 박영춘 SK 부사장,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양진모 현대차 부사장.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지난해 9월 2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된 '전경련-더불어민주당 주요기업 현안 간담회'.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오성엽 롯데 사장, 박영춘 SK 부사장,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양진모 현대차 부사장.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와 관련해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선포했지만 상투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비상사태로 경제산업계가 맞이한 위기에 대해 안일한 처신으로 일관하며 구설에 올랐다.

14일 본지가 입수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에 배포한 공문에 따르면 전경련은 총선 이후인 4월 23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올해 첫 기업경영협의회의를 개최한다.

전경련은 이날 기업경영협의회의 주제를 ‘4‧15 총선 함의와 향후 전망(가제)’으로 잡고, 김형준 명지대 교수를 초빙 강사로 섭외했다. 김형준 교수는 선거 전망과 정치 지형에 대한 분석을 주로 다뤄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계통의 정치학자다.

아젠다로 정치적 이슈를 정한 것은 코로나19로 경제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나도는 상황에서 경제계 맏형인 전경련이 모색해야 할 대응전략의 방향과 동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수백억원을 후원하는 과정에 관여하면서 ‘정경유착’의 주범으로 몰렸던 바 있다. 당시 전경련은 전무 이하 임원진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쇄신의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적폐’로 낙인찍히면서 모든 청와대 공식행사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업경영협의회의는 외부에 대한 비공개가 원칙이다. 그만큼 회원사들이 머리를 맞대 경제계 현안을 두고 긴밀하고 치밀하게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자리다. 이와 전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는데 대해 “말로만 쇄신을 외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재계 고위급 임원들이 모여 경제 현안과 전혀 동떨어진 선거 이슈를 논하겠다는 건 아직도 정경유착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청와대발 패싱이 지속되며 추락한 위상을 회복해야 하는 만큼 재계 대표 단체로서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전경련이 적극적으로 회원사들에 위기를 알리고 대응전략을 공유해야 하는데 선거 끝나고 뒷풀이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물음표를 남겼다.

게다가 전경련은 기업경영협의회의 공문을 통해 올 상반기 고위임원으로 구성된 ‘친선 골프 모임’을 통지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에 부채질하고 있다.

전경련은 기업경영협의회 공지를 통해 “(각 임원께서는) 상반기 기업경영협의회 친선골프 일정을 개인 일정에 우선 반영해 달라. 골프는 오는 6월 13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용인프라자CC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경련 회원팀이 운영 중인 기업경영협의회는 강성수 한화 부사장, 윤보영 효성화학 CFO 등 재계 부사장급 핵심 임원들의 모임이다. 코로나19 비상시국에 질병 확산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는 논란의 여지를 만들면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편 전경련과 함께 재계 ‘양대산맥’을 이루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모습이다. 대한상의는 추가경정예산 확대, 기준금리 인하, 임시투자세액공제 부활 등 전국상의와 주요 회원사 의견을 수렴한 8대 분야 30개 과제를 정부에 긴급 건의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이달 초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과 여성 인재 지원책을 논의하는 등 다방면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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