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모 언론사 창간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3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모 언론사 창간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코로나19발 실물경제 위기가 국민들의 생계위협으로 이어지면서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국난 극복을 위해 작은 정부로 가느냐, 큰 정부를 고집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70% 소득 하위를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지원 계획을 밝힌 가운데,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긴급재정명령을 통한 전국민 50만원 지급 주장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재난지원금은 사실상 증세를 전제한 것인 반면 황 대표가 말하는 지원금은 500조 슈퍼예산 5분의 1인 100조원 감축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세금환급안이다.

앞서 황 대표는 4·15 총선에 임하면서 재난기본소득 도입과 40조원 규모 코로나 국채 발행을 주장하며 여당과 보폭을 맞춰왔다. 하지만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세금 돌려주기 노선으로 입장을 바꿨다. 결국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먼저 논란이 일었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전 국민에게 5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든 전 가구에 1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든 모두 악성 포퓰리즘"이라며 "정부 원안으로 모두 돌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소 큰 정부를 선호해온 유 의원은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하며 예산 구조조정을 통한 정부 체급 조절을 반대해온 인물로, 이번 발언은 정책 이해도가 떨어지는 일부 집단을 현혹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황 대표 주장은 작은 정부 노선이다. 

황 대표는 "긴급재난지원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전 국민에 50만원을 하루라도 빨리 지급해야 한다"며 기존의 주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평시에 맞춰진 예산 500조원 가운데 20%만 조정하면 100조원을 확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내부에서 노선분열 조짐이 나타나자, 여당은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재촉하며 나섰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15총선 다음날 임시회를 소집해 (정부 원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유 의원과 민주당이 주장하는 원안이 통과되면 증세는 불가피해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긴급재정명령을 통해 전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자는 주장과 관련 "세출은 그렇게 할 수 있어도 세입은 안된다"며 증세론을 펼쳤다. 그는 "고소득자에 대한 것(재산, 재건축초과이익 등)을 환수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면 보편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헌법 57조는 국회가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예산을 무작정 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이뤄진 제1차 추경에서도 2조4000억원 규모의 세수 부족 예상분을 보충하지 못했다. 이번에 국회 제출키로 한 7조1000억원을 지출 구조조정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없이 국회에만 맡겨 증세를 피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사회연구원 분석을 보면 2005~2017년 12년 동안 연평균 재정지출은 5.6%로 경상성장률과 동일했다. 그러나 2018년 증가율이 7.0%로 경상성장률의 2.2배로 치솟더니 2019년엔 9.5%로 8.8배에 달했다. 

결국 성장률과 지출의 차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꿔야 하는 부분이다. 박형수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확장이 반드시 재정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재정건전성은 경제와 국가운영의 최후의 보루인데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 부재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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