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산 위기에 산은 ‘악전고투’ vs 수은·기은 ‘여유만만’
상태바
기업도산 위기에 산은 ‘악전고투’ vs 수은·기은 ‘여유만만’
한국은행 뒷짐, 나홀로 회사채 막기 몸빵 역할…하나 뚫리면 전부 무너지는 구조, 나머지는 대출 늘리기만
  • 이상헌 기자
  • 승인 2020.04.08 0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3대 국책은행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KDB산업은행이 최전방에서 줄도산을 막기 위해 악전고투인 가운데, IBK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다.

8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마힌드라의 투자 거부로 위기를 맞게 된 쌍용자동차의 운명을 떠안은 모양새가 되면서 임기만료를 5개월여 앞둔 이동걸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앞서 두산중공업과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해 이미 1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 투입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산은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마힌드라에서 일방적으로 입장을 낸 것이고 쌍용차 등에 대한 지원방안과 관련해서 요청이 온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도 위기를 맞은 기업들에 대한 자금수혈을 더는 미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먼저 산업은행은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대출 지원과 2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신속인수제 실행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저가항공사(LCC)에 3000억원 규모의 무담보 대출지원을 시작한 것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에 대해서도 수출입은행과 함께 1조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기업 자금시장의 경색이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자 지난 2001년 현대그룹 붕괴 사태 2013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산업은행이 취한 조치다. 

당시 산업은행이 채권을 총액인수(100%)하면 이 가운데 2%에 해당하는 금액을 금융투자업계가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화 펀드에 포함되고, 해당기업 주채권은행(6%)과 신용보증기금(12%)의 회사채 담보부증권(P-CBO)에 편입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 같은 금융위원회 프로그램과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이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쌍용차와 두산중공업 지원은 사정이 다르다. 

두산중공업과 쌍용차의 경우 자구계획 이행을 전제로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이라고 무작정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며 "두산중공업 1조원 지원에도 대주주의 고통분담 요건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최전방에서 기업도산을 막고 있는 반면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출지원에만 매진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마련한 코로나19 대응 프로그램에 회사채 매입 등과 같은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2조2000억원 규모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산업은행이 총액 인수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만기도래액의 20%를 자체 상환하고, 이후 산업은행이 인수분을 주채권은행과 신용보증기금에 매각하게 된다. 또 산업은행이 기업의 회사채 차환발행분 등 직접 매입하는 규모도 1조9억원 수준이다.

반면 이같은 부담이 없는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수출·수입기업에 대해 매입외환 입금이 지연되는 경우 발생하는 가산금리를 감면해주고, 1개월 부도등록을 유예한다는 내용이 전부여서 산업은행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최근 생산차질, 결제지연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대출 만기연장, 신용장 만기연장 등을 약속했다. 수출입은행도 신규대출은 6조2000억원 확대, 보증 지원 2조5000억원, 만기 연장은 11조3000억원 상당의 20조원 금융지원 계획을 내놨다. 

은행연합회 한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일정부분 고통을 분담하는 미국과 달리 하나가 뚫리면 전부 무너지는 구조다. 기업도산 위기는 낭설이라고 자만하면서 위험한 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돌아오는 빚을 막는데 집중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