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해태 합병上] 빙과업계, 저출산 극복 이분법 ‘집중 vs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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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해태 합병上] 빙과업계, 저출산 극복 이분법 ‘집중 vs 철수’
빙그레, 신사업 대신 아이스크림으로 정면승부
해태, 매각대금으로 부채 갚고…히트작 개발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0.04.07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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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31일 국내 빙과업계 2위 빙그레와 4위 해태아이스크림의 합병소식이 전해졌다. 전통의 강호 두 기업이 손잡으며 업계 1위를 예정했다. 저출산에 흔들려 프리미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이번 합병 의미를 살펴보고 기업별 득과 실을 고민해본다. <편집자주> 

지난달 31일 빙과업계 2위 빙그레가 4위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공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지난달 31일 빙과업계 2위 빙그레가 4위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공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최근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매각을 발표하며 빙과업계 1위를 예고했다. 인수자인 빙그레 쪽에서 볼 때 저출산에 날로 축소되는 빙과업계에서 외형을 불려 살아남기 위한 결단이자, 해태제과식품(해태제과)에서는 빙과를 내어주고 이를 통한 유동성 확보로 경영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렇듯 각사 셈속은 다르지만 이번 거래가 양사에 도움이 될 ‘윈윈’ 전략이란 것이 빙과업계 및 증권가 중론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빙그레와 해태가 합병할 경우 시장점유율 42.3%로 업계 1위에 오르고 그 뒤를 롯데제과(29.0%)와 롯데푸드(15.8%)가 따른다.

합병은 빙그레가 해태제과에서 올 1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신설한 법인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인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인수금액은 1400억원으로 보통주 100만주에 해당한다.

올해 1월 빙그레가 EBS 크리에이터 펭수를 붕어싸만코와 빵또아 모델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빙그레TV]
올해 1월 빙그레가 EBS 크리에이터 펭수를 붕어싸만코와 빵또아 모델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빙그레TV]

◇ 빙그레, HMR‧펫푸드 대신 아이스크림으로 정면승부

저출산으로 아이스크림 주요 소비층인 10대가 줄고 있다. 빙과업계는 성인으로 고객 연령층을 넓히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빙그레도 2017년 7월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헬로빙그레’를 론칭하고 냉동볶음밥을 비롯해 죽‧덮밥 등을 선보였으나 지난해 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종합식품회사 경쟁이 치열한 HMR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빙그레는 2018년 9월 펫푸드 브랜드 ‘에버그로’를 론칭하고 펫밀크를 비롯해 반려동물 전용 생유산균 등을 내놨으나 이마저도 영향력이 미미한 상태다. 그나마 지난해 6월 선보인 여성용 건강기능식품 ‘비바시티’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신사업 성공은 미지수지만 전체 사업은 꾸준히 성장세다. 바나나맛우유‧메로나‧투게더‧비비빅‧요플레‧꽃게랑 등 인기제품 판매가 꾸준한데다 해외 판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16년 7702억원, 372억원 △2017년 8147억원, 347억원 △2018년 8552억원, 393억원 등으로 상승세다. 2018년 4년간 연구개발 끝에 선보인 ‘슈퍼콘’이 승승장구 하고 있고 펭수와 협업 광고를 선보인 붕어싸만코도 인기다.

빙그레로서는 쓴잔만 마시는 신사업보다 중점 사업인 빙과를 수익성 강화 포석 삼아 해태를 인수했을 수 있다. 빅4가 빅2로 재편되는 만큼 반값 할인 등 판촉 경쟁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빙과시장이 축소되고 있지만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부라보콘‧누가바‧쌍쌍바‧바밤바 등 스테디셀러의 글로벌 판매로 시장확대도 노려봄직 하다”고 말했다.

2016년 10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허니버터칩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6년 10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허니버터칩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해태제과, 매각 대금은 다시 일어설 힘

해태제과는 매각 대금을 채무 상환 및 제과업 설비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지난해 말 2894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매각대금 1400억원 투입으로 1700억원대로 감소하게 된다.

3일 한국신용평가는 해태아이스크림 매각과 관련 “매각 자금 유입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해졌다”며 “신용도 하방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악화된 재무 상태로 등급 하향 조정 위기에 있던 해태제과는 신용도 회복으로 한숨 돌렸다. 이제 고민은 선택과 집중이다.

해태제과는 2014년 출시해 이듬해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끈 허니버터칩 이후 이렇다 할 인기 상품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홈런볼이 에어프라이어 관련 상품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제과 매출 상승을 견인할 만큼은 아니다.

2016년 해태제과와 함께 영업이익 하락을 경험한 오리온의 경우 해외 맞춤 사업 강화와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17년 꼬북칩 △2018년 아이셔 젤리 △2019년 찰초코파이, 닥터유 단백질바 등 매해 굵직한 히트작을 선보이며 올해는 제과업계 글로벌 14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태제과는 매각대금을 활용해 오리온과 같은 히트작 개발이 절실하다. 

이번 인수에 포함되지 않은 만두 등 냉동식품을 제조하는 식품사업과 이탈리아 젤라또 빨라쪼도 해태제과가 들여다봐야 할 사업으로 손꼽힌다. 특히 아이스크림 전문매장형태로 운영되는 빨라쪼는 2008년 한국법인 인수 이후 10년 넘게 적자 상태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이스크림 매각을 통한 적자 축소와 비주력부문 구조조정,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금 유입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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