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을 운영하다 보면 보건소 등으로부터 행정처분을 받거나 고소, 고발 또는 진정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을 잘 몰라서 한 부당노동행위, 광고 규정 등 의료법 위반 행위 등으로 노동청이나 보건소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시술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환자로부터 고소를 당해 경찰서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 중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일이 가장 곤혼스럽고 두렵다.

최근에 담당했던 사례를 예로 들자면 의원(피부과)을 운영하는 A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레이져 시술 과정에서 사소한 화상이 발생하여 환자에게 수차례 무료 화상치료를 해주었고 치료도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환자 측 보호자는 지속적으로 병원에 찾아와 큰 소리를 내며 영업을 방해하고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했다. 그리고 A원장이 이를 거절하자 본격적인 괴롭힘이 시작됐다. 예를 들어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레이져 시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건소에 민원 제기 한다던가(의료법상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터넷에 병원을 비방하는 글을 올려 A 원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어느 날 경찰서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경찰은 환자 측에서 ‘업무상 과실치상’ 으로 고소를 하였으니 경찰에 출석해 달라고 했다. 그것도 한창 예약이 많은 평일 오후시간에 병원과 거리가 아주 먼 경기도의 경찰서까지 말이다.

이 때 A 원장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경찰 관할을 확인하고 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일이다. 사건의 관할 및 관할수사사건에 관한 규칙(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사건 관할은 범죄지, 피의자의 주소·거소 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경찰서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A 원장의 병원과도 관련이 없고 주소와도 관련이 없는 먼 곳의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면 일단 관할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병원 주소지는 강남이고 내가 사는 곳은 송파구이니 강남경찰서나 송파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해 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사건 초기에는 사건을 떠넘기려는 담당자들도 많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면 불필요한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 너무 급한 소환 요청에는 일단 불응하며 조사 시간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A 원장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형사사건에 대응을 해야 하는 입장이니, 곧바로 출석하는 것보다는 자료를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충분한 시간(약 일주일 정도)을 두고 차트를 한 번 더 검토하고 그 동안 환자에게 해준 보상과 치료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조사를 받을 때 가지고 가면 좋다. 경찰 수사관들은 때로 당직근무를 서기 때문에 시간을 잘 조율하면 진료시간 이후에 저녁 조사 약속을 잡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만약 환자에게 실수를 한 것이 명백하다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신청을 이용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과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에 고소가 된 사건이라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이 성립하면 당사자를 형사 처벌할 수 없다. 오로지 금전적 보상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환자들의 경우, 위 조정절차를 활용하면 소정의 합의금이 더 들더라도 복잡한 형사 분쟁을 피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료분쟁조정 신청은 환자 측뿐 아니라 의료기관 측에서도 먼저 신청할 수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가 필요할 경우 활용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사안이 복잡하거나, 과실 유·무가 불확실한 사안이라면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과거와는 달리 참고인 조사시에도 변호인 참여가 허용되고 있고,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와 논의하며 답변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조사를 받으면서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사건 결과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답변 방향이나 세부적인 단어선택 등을 미리 변호사와 협의하고 조사에 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A 원장의 경우라면 조사했던 레이저의 종류와 부작용 사례, 환자로부터 받은 시술동의서 등을 미리 준비하고 왜 환자의 증상이 악화된 이유가 사후 관리 부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수사 결과에 유리함을 이끌어낼 수 있다.

환자가 큰 피해를 입었고 의료진의 과실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라면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대부분의 의사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A 원장의 경우와 같이 충분한 보상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또는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형사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 출석하게 된 입장이라면 위 주의사항을 참고해서 자신이 실수한 것 이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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