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역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19 예방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광화문역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19 예방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국내 금융시장에 ‘4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이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인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며 자본시장 전반의 ‘돈맥경화’ 현상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 경색이 심해지면 대기업조차도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등 유동성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다행히도 지난 한주는 위기 속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직으로 급락하던 금융시장이 일정 부분 반등했고 자금시장도 극한의 경색상황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장의 '반등'이라기보다 폭락의 '진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제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경제위기가 본 경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숫자가 난무하는 시장이 아닌 경제주체들이 직면한 실제 현실을 의미한다.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입장에선 생사의 문제이고 대응 타이밍을 놓치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악순환의 궤도로 빠져든다. 전문가들은 "4월이 고비가 될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주 코로나19 경제위기의 분기점은 정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100조원 상당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이었다. 이중 주식과 회사채, 단기자금시장 등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자원이 41조8000억원이다.

금융시장은 정부가 코로나19 금융지원 규모를 단 5일 만에 50조원에서 100조원으로 증폭시킨 점에 주목했다. 정부의 무한 대응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기업어음(CP)에 7조원, 채권시장에 24조원을 배정한 점도 주목했다.

일반 국민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사실 지난주 초 전선은 단기자금시장과 채권시장이었다. CP, 전자단기사채가 돌지 않고 회사채 시장이 사실상 막혀있다시피 했다.

특히 증권사들이 거액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받고서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이하 여전채)과 기업어음(CP)을 대량 처분하면서 신용경색 상황이 심화했다.

여기에 패닉에 빠진 시장 주체들이 보유자산을 마구잡이로 현금화하면서 신용경색은 증폭됐다. 정부와 한은이 이 상황을 방치했다면 취약기업을 시작으로 기업들의 도미노 부도가 시작됐을 뻔했다. 홍수 때 제방의 작은 구멍이 둑 전체를 무너뜨리는 식이다.

한국은행이 향후 석 달 간 한도를 두지 않고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는 이른바 '한국형 양적 완화'를 시행하겠다고 한 것도 시장 심리를 안정시킨 요인이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26일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밝히면서 현재 경제충격의 크기에 대해 "금융위기와 비교해선 모두가 그 영향이 크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의 지표에도 반영돼 있다.

코스피는 정부의 대책 발표 전인 지난달 23일 1,482 대비 16% 가까이 반응한 1,717로 마감했다.

23일 1,266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도 1,210원으로 한 주를 마감했다. 시장에선 23일 주가와 환율을 섣불리 저점이라고 평가하진 않는다. 다만 일단 단기적인 급락은 멈췄다거나 단기 바닥은 한번 봤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주 주가를 보고 올랐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정부와 한은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단지 폭락을 막고 진정시킨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급한 불만 간신히 끈 상황에서 정부의 시선은 이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우리 경제의 취약부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기 시작하면 실물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수 있고,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질 경우 경제 시스템 전반을 망가뜨릴 수 있다.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매출과 코로나19 방역의 강도는 반비례하는 구조다. 방역 강도를 높일수록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화하면서 이들의 매출이 떨어지지만, 방역 강도를 낮춰 코로나19가 확산하면 다시 매출이 떨어지는 구조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방역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이들에게 인공호흡기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경제학자는 "결국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코로나19 사태의 지속기간"이라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매출이 코로나19의 지속 여부에 따라 달려 있고, 미국과 유럽 등 지역에서 코로나19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어야 한국의 수출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금은 역대급 전쟁 상황이다. 머뭇거리면 죽는다. 속도가 핵심"이라면서 "기업이 도산하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세금은 그만큼 사라지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자영업자든 대기업이든 살아 숨 쉬게 하려면 4월부터라도 전방위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면식 부총재는 현재 코로나로 인한 경제충격의 크기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선 모두가 그 영향이 크다고 할 것"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땐 위기가 아시아 일부에 한정됐고 한국에 구조적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그때 충격보다 더 클지는 지나 봐야 알 수 있으며 4월이 고비가 될 것이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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