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재인 ‘코드 인사’ 세월호 참사 또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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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재인 ‘코드 인사’ 세월호 참사 또 부른다
  • 유준상 기자
  • 승인 2020.03.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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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세월호 참사 6주기가 다가온다. 실종된 304명의 영정은 여전히 국민들의 가슴 한 켠을 고통스럽게 때린다. 수면 밑에 가라앉은 진실을 규명하라는 목소리는 아직도 솟구치고 있다. 대한민국이 겪은 최악의 해양사고로 남겨졌다.

세월호 참사가 ‘인재’였다는 사실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조종 미숙으로 배를 전복시킨 선장은 해운사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투입된 1년 계약직 대체선장이었다. 사실상 역할에 미숙한 ‘대타’의 손에 476명의 목숨을 맡긴 꼴이다. 여기에 초기 대응 역량이 부재했던 해상교통관제센터와 해양경찰, 선박 안전에 대한 몰이해로 세월호 증축을 허가 내준 정부도 한몫했다. 하나같이 직무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자들이었다.

직무에 대한 전문성 결여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다른 예가 최근 드러났다. 국가 30년 에너지 발전원별 비율을 논하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에너지믹스’ 공론화 작업이다.

기후환경회의는 올해 초 산학연 전문가 22명을 공론화 자문위원으로 섭외했다. 이에 따르면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처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명도 처장, 광운대 환경공학과 교수, 이창훈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고윤화 전 기상청장,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력 생산을 위한 에너지 비율을 논한다더니 환경, 경제 등 전혀 관련 없는 인사들만 대거 포진됐다. 이들 대다수는 친정부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의아할 따름이다. 에너지믹스 계획은 고도로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각 에너지별로 고유한 특성과 기술의 진보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한국의 지형적 특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자문위원 명단을 보면 이같은 작업을 해낼 전문성을 갖췄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수급계획에 착오가 생길 경우 전력망이 엉켜 전력 사고가 발생하거나 대정전 사태를 몰고 올 수 있다.

한 가지 더 의아한 점은 원자력 계열 전문가는 ‘0’명이라는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향후 30년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 비중을 따지려면 현시점부터 최소 30년 안까지 가동 계획이 있는 에너지를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대상에 포함되는 수력, 석탄, 원전, 가스, 재생에너지 등을 갖고 치열한 분석과 토론으로 논의의 제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국민 상식을 벗어나 원전을 배제한 것이다.

백번 타협해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보자.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르면 원전은 올해 24기에서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으로 서서히 감축되다가 2082년에 완전히 멈추게 된다. 급작스러운 폐쇄(Shut-down)가 아니라 60년 이상에 걸친 단계적 감축(Fade-out)이라는 말이다. 30년 단위 공론화에 원전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이런 정황을 고려해볼 때 기후환경회의가 공론화 주제에서 원전 전문가를 배제한 것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월성1호기 영구폐쇄를 결정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동일한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원안위는 당시 이를 규탄하는 언론 기사가 쏟아지자 “원안위는 에너지전환정책과 무관하게 원자력 안전성만을 기술적으로 확인하는 독립적인 규제행정기관”이라고 해명한바 있다.

그러나 월성1호기 폐쇄 결정을 내린 원안위원 9명 중 원자력 안전성을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원자력 전공자는 이병령 의원 한 명밖에 없었다.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사회복지학, 장보현 사무처장은 행정학을 각각 전공했다. 김재영 위원은 예방의학교실, 장찬동 위원은 지질환경과학과, 진상현 위원은 행정학부 교수다. 이경우 위원은 금속공학, 한은미 위원은 화학공학 전공자다.

김호철 의원의 이력은 주목할 만하다. 월성1호기 인근 주민 등 인권‧환경단체를 변호해온 변호사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환경운동연합 간사를 맡아 활약했다. 현재는 ‘친문 계열’ 민변의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역시 특정 성향의 ‘코드 인사’에서 피해갈 수 없었다. 

어느 날 전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전기가 끊겼다고 생각해보자. 모든 산업 영역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당장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만큼 에너지는 삶의 근간이 됐다. 또한 에너지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의 손길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원전을 설계·건설·운영하는 기술력은 공학기술의 총아라고 할 만큼 기술과 지식이 집약된 첨단 분야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자가 에너지를 다루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국민 안전과 생존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에너지 코드 인사는 가히 치명적이다. 문 대통령이 계속 고집을 부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자들만 요직에 세운다면 또다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는 건 시간문제다.

 

※ 코드 인사 : 능력, 자질, 도덕성 그리고 국민의 뜻에 관계 없이 인사권자가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 등이 비슷하거나 학연 지연 등으로 맺어진 인물을 공직에 임명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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