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 사이언스] ‘나쁜 기업’이 살아남는 법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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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 사이언스] ‘나쁜 기업’이 살아남는 법 ②
‘터미네이터’ ‘디스트릭트9’ ‘쥬라기 공원’ 속 기업들의 ‘본의 아니게’ 나쁜 짓
  • 여용준 기자
  • 승인 2020.03.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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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에 마련된 사이버다인 시스템즈 본사. [사진=플리커]

◇인류 최악의 인공지능을 만든 사이버다인 시스템즈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터미네이터’ 1편부터 가장 최근에 개봉했던 ‘다크 페이트’까지 되새겨보며 대체 이 회사가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사이버다인의 사업목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ICT 방위산업체’다. 이 회사는 미국 국방부의 사업수주를 받아 AI 군방어체계인 ‘스카이넷’을 만든다. 스카이넷은 머신러닝을 통해 자의식을 갖게 되고 결국 인류를 ‘인류의 적’으로 인식해 핵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이버다인이 한 일은 그냥 용역을 받아서 AI 소프트웨어를 구축한 것 밖에 없다. ‘터미네이터2’에서 드러나지만 사이버다인이 이같은 혁신 기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서 과거로 온 로봇이 남기고 간 부품 때문이었다. 그 로봇은 사이버다인이 개발한 스카이넷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이버다인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Ai가 탑재된 로봇이 ‘인간을 보호하라’라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인간을 인간의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한다”는 설정은 영화에서 아주 많이 등장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나 ‘아이, 로봇’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들 영화 속 설정의 사실상 원조는 ‘터미네이터’라고 볼 수 있다. 

이 중 영화 ‘아이, 로봇’은 아이삭 아시모프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에는 로봇 윤리에 대해 언급하는 ‘로봇 3원칙’이 등장한다. 요약하자면 로봇은 인간을 보호해야 하고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이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는 로봇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을 공격한다”는 설정은 이 원칙의 허점으로 등장한다.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AI는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해간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AI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면 데이터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사이버다인의 잘못은 군용 AI를 개발하면서 데이터 활용을 잘못했고 이미 100년전 언급한 로봇 3원칙에 대한 염려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스카이넷은 ‘군용 AI’다. 

사이버다인이 정당한 공개입찰을 통해 사업을 따낸 것인지 궁금해졌다. ‘터미네이터2’에 등장한 사이버다인 건물은 실제 미국 IT기업 맷슨의 건물이다. 그리고 ‘터미네이터:제니시스’에 등장한 사이버다인 본사는 무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건물이다. 분명 작은 회사는 아니다. 그만큼 로비 능력도 출중할 것으로 보인다. 

강제퇴거를 진행 중인 MNU의 활약상이 담긴 영화 '디스트릭트9'. [사진=소니픽쳐스]

◇외계인 통제에 가려진 흑막, MNU

MNU는 국립목포대학교의 줄입말이기도 하지만 영화에서는 다르게 쓰인다. 닐 블룸캄프의 영화 ‘디스트릭트9’에 등장하는 MNU는 ‘다국적연합’을 뜻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로부터 요하네스버그에 불시착한 외계인 집단을 연구하고 통제하는 사업을 따낸 이 기업은 외계인을 상대로 비인도적인 실험을 자행하는 것은 물론 외계인의 기술을 도용해 무기를 개발하는데도 열중한다. 

사실 MNU는 기업보다는 국제연합의 성격에 가깝다. 이름이 뜻하는대로 MNU는 다국적연합으로 UN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MNU는 불법연구와 외계인에 대한 강제 퇴거 등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른다. 사실상 UN의 ‘다크 에디션’인 셈이다. 

이 때문에 MNU는 하나의 기업이라기보다 사업을 따내기 위한 컨소시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실제 영화에서 이들이 하는 일을 보면 “대체 뭐하는 회사야?”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외계인 연구를 통해 얻어지는 결과로 사업모델을 찾겠다는 목적이 확실해보인다. 

단 한 편의 영화에만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긴 기업은 아니다. 때문에 이 기업과 사업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실제 모델은 없다. 더군다나 이 회사는 무려 외계인을 데려다가 실험하는 기업이다.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지만 삼성전자나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이 혁신 기술을 선보이면 “또 외계인을 고문한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농담을 조금 진자하게 받아들인다면 MNU는 외계인을 고문에 얻은 기술을 대형 다국적 기업에 판매하는 것일 수 있다. 꽤 신선한 사업모델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US에 마련된 쥬라기공원. [사진=위키피디아]

◇바이오 기업의 도덕적 몰락, 인젠

인젠 역시 사이버다인과 마찬가지로 시작은 순수했다. 호박에서 쥬라기 시대 모기를 발견했고 이 모기에게서 공룡 DNA를 추출해 현대 사회에 공룡을 부활시킨다. 그야말로 순수한 과학적 열망으로 공룡을 부활시켰고 이것으로 테마파크를 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젠은 어느 늙은 재벌의 순수한 꿈을 실현시킨 회사에 불과했다. 그러다 20여년만에 새롭게 돌아온 인젠은 완전 다른 회사가 돼있었다. 

‘쥬라기 월드’라는 이름의 테마파크를 연 인젠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족보에 없던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를 만든다. 이 공룡은 모든 공룡을 뛰어넘는 강한 전투력과 지능을 가지고 우리를 탈출해 인간들에게 큰 위협을 안겨준다. 

‘쥬라기 월드’에서 인젠은 인도 마스라니 그룹에 넘어가게 되고 헨리 우 박사가 경영자가 된다. 이후 이 회사는 앞서 언급한대로 유전자 조작에 용역 보안까지 운영하면서 정체불명의 악덕기업이 된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인젠은 바이오 기업의 모양새를 띄고 있다. 그러나 테마파크를 열고 다수의 용병을 거느린 걸 보면 분명 보통 기업은 아니다. 

바이오·제약 기업은 무엇보다 윤리가 생명이다. 생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회사인 만큼 자본의 논리보다는 윤리적 사업목적이 중요하다. 

인젠은 시작부터 윤리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확히 정리하자면 회사 자체의 부도덕함보다 구성원 각자의 부도덕함에 있다. 이 때문에 공룡은 우리를 탈출하고 사람들은 위기에 빠진다. 심지어 거기서 정신차리지 않고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거대 빌런’의 면모를 보여준다. 인젠의 사례는 ‘바이오 기업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쥬라기 공원’처럼 실제 공룡을 복원하는 것은 가능할까? 세계적인 고대 생물학자 잭 호너는 “DNA를 추출해 생명체를 복원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 기술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룡의 DNA가 현재까지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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