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민은행 본점에서 KB금융지주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민은행 본점에서 KB금융지주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민연금이 꺼내든 칼에 금융지주사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우려됐던 하나금융그룹 감사·이사진 선임안 무더기 부결 사태는 없었지만, 그룹수장 거취 논란이 일고 있는 우리·하나금융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20일 대형 금융지주사 주주총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국민연금은 하나금융 감사·이사 11명 선임안에 대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동시에 손태승 우리금융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회장 재선임안에 반대 의사를 밝혀 금융권이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국민연금의 도발은 하나금융그룹 주주총회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17일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부결 시도는 무산됐다. 

이날 서울 명동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선 재무제표 승인과 사외이사 선임, 정관 개정의 건 등 6개 의안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하나금융 지분 9.9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국민연금의 자존심에 금이 간 것이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다른 주주들은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복·박원구·백태승·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 등 7명의 사외이사 선임 건이 통과됐다. 차은영·윤성복·김홍진·양동훈 등 감사위원 4명 선임 건도 원안대로 의결됐다.

결국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도 현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적어도 1년은 친정체제를 유지해 안정적으로 후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하나금융은 목적을 이뤄냈으나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연임 반대 의견을 표시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조용병 신한금융회장의 경우 지난해 비은행부문과 비이자부문 성장을 동시에 이루며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3조4035억원)을 달성한 경영자로, 주주이익제고 측면에서 보면 연임이 타당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내부 채용비리에 연루돼 항소를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연임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신한금융 주주총회는 오는 26일 열린다.

또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DLF) 파동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국민연금의 주요 타깃이다. 하지만 외국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정책 금리를 예측하지 못해 발생한 DLF 손실을 내부통제 실패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행정소송 또는 재심청구를 통한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우리금융 주주총회 날짜는 25일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KB금융그룹의 임원 선임의 건 4건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을 결정해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ESG위원회 신설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 이사 선임의 건을 비롯한 모든 안건을 찬성해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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