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멈춰버리고 일상이 마비된 순간 눈에 띄는 훈훈한 소식들이 몇 가지가 있다. 개인병원의 문을 닫고 대구·경북으로 달려간 의사들, 임관하자마자 투입된 간호사들, 뜸해진 발길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료인들을 위해 도시락과 차 나눔을 아끼지 않는 자영업자들, 그리고 기부활동을 통해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예인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집단은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태가 수습될 수 있도록 전방위로 노력하는 대기업들이다. 많은 기업들이 부조리한 사건에 연루돼 벌을 받기도 하지만 코로나19 정국 속 사태를 수습하려는 그들의 노력만큼은 칭찬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기업도 결국 사람과 같다. 이 거대집단에게도 선한 얼굴이 있고 악한 얼굴이 있다. SF영화나 게임에서 기업은 대체로 악한 얼굴을 하고 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천문학적인 돈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강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야기에서는 강자가 악해야 하고 약자가 선해야 카타르시스가 강하다. 

이 글에서 소개될 ‘나쁜 기업’들은 얼마의 돈을 배임·횡령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이 기업들을 보며 “그래도 우리 주변의 나쁜 기업들은 착한 편이구나”라고 위안을 삼을 필요는 없다. 대신 기업이 할 수 있는 나쁜 짓이 얼마나 창의적일 수 있는지 알아보고 이를 경계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레지던트 이블:파멸의 날' 중 엄브렐러 코퍼레이션이 있는 라쿤시티 모습. [사진=유니버셜픽쳐스]

◇최악의 무기를 만드는 제약회사, 엄브렐라 코퍼레이션

영화 속 ‘나쁜 기업’으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곳은 엄브렐라 코퍼레이션이다. 게임 ‘바이오하자드’에 처음 등장한 이 회사는 이후 ‘바이오하자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도 고스란히 등장한다. 

표면상 제약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생물학 무기를 만드는 군수기업이며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T바이러스나 G바이러스를 통해 인류 전체를 파멸로 만들어버린다. 

영화의 배경은 인류가 종말을 맞이한 미래지만 엄브렐라 코퍼레이션은 자신들만의 권력을 유지하며 사실상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으로 등극한다. 이 회사와 싸우는 최후의 1인이 바로 주인공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다. 

T바이러스와 같은 생물무기는 사실상 인류가 만든 최악의 살상무기다. 현대 전쟁에서 핵폭탄에 대해서는 ‘정치적 무기’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사용할 경우 아군과 적군 모두 파멸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생물무기는 전쟁이나 테러에서 몇 차례 사용된 전적을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생물무기인 탄저균은 면역체계에 손상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으로 피부나 폐, 위장 등 신체 여러 부위에 노출될 수 있다. 노출 부위에 따라 가려움, 수포, 구토, 고열, 호흡곤란 등을 일으킨다. 사망 확률은 거의 100%라고 볼 수 있다. 

주로 백색가루 형태로 테러에 사용되며 설탕 한 봉지 수준의 탄저균만으로도 미국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 때문에 해외에 파병된 미군의 경우 대부분 탄저균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 [사진=20세기폭스]

◇사업은 인간을 앞선다, 웨이랜드 유타니

코스믹 호러의 클래식인 ‘에이리언’ 시리즈에 등장하는 웨이랜드 유타니는 ‘우주 개척’이라는 전대미문의 사업을 추진한다. 유럽의 신대륙 개척 사업을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이 회사는 ‘에이리언’ 시리즈에 등장하는 우주 탐사 사업을 추진하는 배후가 된다. 

현재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사업모델을 찾기 힘든 만큼 ‘범법행위’를 판단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우주 개척사업’에 대한 법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웨이랜드가 우주 생명체인 제노모프를 대하는 과정에서는 인간성이 결여된 윤리관을 보여준다. 

제노모프는 탐사우주선 내 탑승자들을 모두 죽이는 우주 괴물로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천신만고 끝에 이 괴물을 우주 밖으로 쫓아내고 탈출한다. 그러나 웨이랜드는 끈질기게 따라붙어서 제노모프를 사업화하려고 한다.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괴물이지만 웨이랜드에게는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몇몇 인간의 죽음은 ‘부수적인 피해’로 감수한다. 

미국 내 일부 재벌들을 중심으로 우주여행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설립자는 우주산업을 책임지는 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여행의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제프 버조스 아마존 CEO도 블루 오리진을 설립하고 민간 우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는 각각 2023년과 2024년께 우주여행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막 가까운 우주 어딘가로 사람들을 보내는 단계인 만큼 ‘윤리관’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들을 다른 행성을 개척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하기까지 나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살아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다만 그 시대가 오게 되면 ‘우주산업의 윤리’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먼 옛날 선조(본 기자)가 기록으로 남긴다. 

2014년 리메이크 된 영화 '로보캅'. [사진=소니 픽쳐스]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맡기면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OCP

SF액션영화의 고전인 ‘로보캅’에는 다국적 민간기업 OCP가 등장한다. 이 회사는 자동차 산업이 몰락인 디트로이트 재건을 위한 건설사업에 투입됐다. 재정이 부족한 디트로이트는 경찰 인력의 임금을 삭감하고 이로 인한 파업을 우려해 시 재건 사업을 추진하는 OCP에 치안 외주를 넘긴다. 이때 OCP가 내놓은 방안이 바로 로보캅(피터 웰러)이다.

영화 ‘로보캅’은 인간 경찰이었던 머피가 공무 중 사망한 뒤 로보캅으로 살아나 로봇의 위치와 인간의 기억 사이에서 갈등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드러나는 OCP의 비인간성은 영화에서 절대적 악당의 위치를 증명한다. 이들은 시를 재건하면서 걸림돌이 되는 빈곤층을 막기 위해 무자비한 로봇을 개발하고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자신들의 개발사업을 위해 인권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다. 

치안의 효율화를 위해 4차 산업혁명 장비가 도입되는 사례는 많다. 방범 순찰에 스마트 드론을 활용하기도 하고 치매노인의 실종 방지를 위해 IoT 디바이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국내 많은 ICT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경찰청의 용역을 받아 첨단 순찰·치안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경찰을 민영화한다’는 끔찍한 발상은 누구도 하지 않고 있다. 민간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은 시설을 지키는 경비용역으로 충분하다. 

언젠가 로봇 경찰이 투입되는 날이 올까? 확실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봇이 치안을 유지한다면 더 공정하고 원칙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일선에서 수고하시는 파출소 순경들을 보면 그 인간미가 사라질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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