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태영호 미래통합당 후보.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태영호 미래통합당 후보.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압구정‧신사‧청담동 일대 총선 표심이 유례없이 요동친다. 보수정당의 ‘강남필승=부동산’ 선거전략 프레임에 균열이 일어서다.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태영호(본명 태구민) 미래통합당 후보가 경합하는 서울 강남갑 이야기다.

20일 정계에 따르면 4·15총선 강남갑 지역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선 의원 출신인 김성곤 후보를 내세운 가운데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태영호 전 주영 북한 대사를 전략공천 했다.

누가 당선돼도 이례적이다. 김 후보가 뽑히면 전통적인 보수 텃밭에서 승리한 진보 인사로 뜰 수 있다. 반대로 태 후보가 당선되면 남한에서 탈북민 중 첫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다.

양 후보는 이력만큼이나 부동산 공약도 이례적이다.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진보진영 인사가 먼저 강남 주민을 겨냥한 부동산 카드를 투척했다.

김성곤 후보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경감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종부세 대상 고가주택을 공시지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려 강남의 현실을 세금에 반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강남의 집값 상승은 강북, 전국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된다”며 “재건축을 풀어야 집값이 떨어진다. 재건축 공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진영 후보가 강남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으로 보수진영에 승부수를 띄운 것은 전무후무하다.

김 후보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집권해 오히려 집값이 상승했다, 이는 한번 따져봐야 한다”면서 “인위적인 부동산 정책은 늘 부작용이 발생했다. 시장논리 원칙에 기획경제를 들이대야 한다”며 과감한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외에 문화전용 공연장 건립, 압구정동 명품 재건축 단지화 및 층고제한 완화, 청담동 GTX 노선 변경 추진, 위례신사선 청담사거리역 신설, 도산대로·테헤란로 등 종상향 추진, 공공부지 지하주차장 확대 등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반면 태영호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구체적인 현안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담론 안에 포괄돼있다는 시각이 많다. 탈북자 출신이란 이력으로 지역구 선거에 도전하는 만큼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유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역설해 보수성향 유권자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이다.

태 후보는 “남들이 말이나 글로만 듣고 본 사회주의경제를 수십 년간 직접 겪었고 사회주의 기획경제의 허구성과 국가 주도 경제의 실패를 눈으로 확인했던 사람”이라며 “자유시장경제의 가치를 훼손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정책에는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시장경제에 방점을 찍었지만 정부의 세금 정책은 옹호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과거 그는 조선일보에 낸 기고에서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는 첫걸음은 주민을 괴롭히는 세외 부담 제도를 폐지하고 조세제도로 복귀하는 일”이라며 가치관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가치관을 고수한다면 정부의 강남 부동산의 세금 정책을 동조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강남 현지 주민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압구정의 한 대형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태 후보가 탈북자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지역의 재건축 현안이나 부동산 세금 문제는 잘 모르는 것 아니냐”며 “활약과 공약만을 놓고 비춰봤을 때 검증된 게 없어 민주당 후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청담동의 한 대형평수 단독주택 소유주는 “문재인 정부 정책으로 세금 부담이 확 늘었다”면서 “강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여러 가지 역차별을 받는 것 같아 보수당 후보에게 표를 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