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이 현실화되면서 시중자금이 갈 곳을 잃어버렸다. 소비·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들의 자금이 은행계좌로 쏠리고 있지만, 기업에선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19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은행 수신잔액은 1770조1000억원이다. 이는 전달 1734조2000억원 대비 35조9000억원이나 증가한 수치로 이는 지난 2014년 12월(52조원)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대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예금금리도 연 0%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도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까닭은 언제 폭락할지 모르는 안전자산에 대한 기대심리보다 현금보유가 더 낫다는 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다.

특히 수시입출식 예금에만 한달 사이 38조6000억원이 몰렸다. 지난해 2월 10조원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이런 현금선호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채권시장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채권에 대한 매수세가 급감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난항을 겪거나 무산되고 있다. 하나은행이 3000억원 후순위채를 발행하기 위해 청약에 나섰지만 2700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포스코그룹 포스파워가 3년물 5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400억원밖에 모으지 못했다.

AA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들도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신용등급 강등을 막기 위해 기존의 채권발행 계획을 취소하는 기업도 보인다. 지난달 무디스로부터 투자 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aa3'를 받은 롯데쇼핑은 최근 회사채 발행을 취소하며 'Ba1'을 간신히 유지했다. 

연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도 33조원에 이른다. 기업들은 투자자 모집은커녕 빚 갚는데만 골머리를 썩히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대한항공은 4월 2400억원, 8월에 1850억원, 11월에 7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처럼 실물위기가 금융위기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면서 정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책들을 총동원키로 했다. 공매도 한시금지 조치에 이어 채권시장안정펀드,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금융안정기금 조성 등을 준비중이다. 또 일각에선 증시 운영시간 단축이나 주가 등락 폭 단축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소비 위축 및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기업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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