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을 개설해 운영하다보면 과감한 투자 또는 확장을 고민하는 시기가 온다. 새로운 의료기기를 구입한다거나,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 개발에 참여하거나 병원 공간을 확장 또는 2호점을 내는 등의 고민이다. 오늘은 그 중 병원을 수평적 확장하는 고민, 2호점 또는 네트워크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전문의로서 진료를 하면서 쌓아온 진료 노하우나 경영 노하우 등을 여러 개의 의료기관에 적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면 가장 처음으로 검토하게 되는 것이 의료법인 설립 또는 인수의 가능성이다. 의료법상 의료법인은 적법하게 의료기관을 설립·운영할 수 있는 비영리법인이고 부대사업이 허용되고 있고 두 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료법인에게는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등 재무적 이점도 있다. 다만 의료법인은 신규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고 인수 자금도 만만치 않아 실제 실행을 하기란 쉽지 않다. 많은 컨설팅 비용을 내고도 인·허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이 시점에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의료생활협동조합이나 사회적협동조합 기타 비영리단체들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르면 500명 이상이 모여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만들 수 있는데 의료법인에 비해서는 비교적 쉽게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발적인 발기인 500명을 모아야 하고 정기적으로 총회를 개최해야 하는 등, 단순히 ‘확장’을 위해서 감내하기엔 지나치게 복잡한 절차들이 예정돼 있다. 따라서 의료생협도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결국 병원의 확장은 의료법상 1인 1개소 원칙에 반하는 문어발식 구조로 갈 것이냐, 아니면 보다 수평적인 네트워크 구조로 갈 것이냐, MSO를 통한 절충을 시도할 것이냐 등 몇 가지 안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노력과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합리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여기엔 믿을만한 파트너와 안정적인 사업 구조의 결정, 그리고 안전한 법률적 장치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나와 함께 2호점, 3호점을 운영해 나갈 파트너를 찾았는데 서로 조건을 조율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사이가 틀어져 계획이 백지화되기도 하고, 위법한 구조를 숨기고 가려다가 내부 고발로 인해 사업 전체가 좌초되기도 한다.

여기서 조금 안정적인 선택을 하자면 병원의 기본적인 컨셉이나 진료 노하우, 광고 효과 등은 공유하되 각자의 병원을 별도로 운영하는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 것을 추천한다. 진료외 업무를 지원하는 MSO 법인을 설립하면 금상첨화다. 비록 내가 소유한 2호점, 3호점은 아니지만, 내가 만든 진료 컨셉, 경영 노하우가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에 직접적인 네트워크 소유, 병원 확장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면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의료법인 설립을 진지하게 준비하거나 법률적 리스크를 감수하며 1인 2개소 이상의 문어발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어렵고 위험한 선택이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방식으로도 몇 년 이상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며 큰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의료법의 관점에서 보자면 언제 고발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위험한 구조인데도 말이다.

이처럼 병원 2호점을 내고 싶다면, 법률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수많은 방식 중에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결정(2014헌바212 등)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의료인으로 하여금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하게 하여 의료행위의 질을 유지하고 지나친 영리추구로 인한 의료의 공공성 훼손 및 의료서비스 수급의 불균형을 방지하며 소수의 의료인에 의한 의료시장의 독과점 및 의료시장의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지하는 중복운영방식은 주로 1인의 의료인이 주도적인 지위에서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지배·관리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형태의 중복운영은 의료행위에 외부적인 요인을 개입하게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주체와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분리시켜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종속되게 하며 지나친 영리추구로 나아갈 우려도 크다”며 1인1개소법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결국 병원을 장사의 수단으로 바라보지 말고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이 있음을 인정하라는 취지다.

이런 헌법재판소의 취지를 감안해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고, 훌륭한 의료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2호점, 3호점 설립 방식을 고민한다면 법률적으로도 안전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네트워크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오승준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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