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 제재로 힘든 시간을 보낸 국내 기업들이 올해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무역갈등과 경기침체의 여파가 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SK, 현대차,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사의 시가총액이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1월 중순과 비교해 약 100조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의 경우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주력 사업의 꾸준한 성과로 실적을 방어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다. 

앞서 13일에는 유럽과 미국 등 국제 증시의 폭락으로 국내 증시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한 때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그동안 각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분담을 위해 기부활동과 함께 의료시설 지원 등에 나섰다. 그러나 사업장 내부에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일부 사업장이 폐쇄되는 등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구미사업장에서 일부 확진자가 나오면서 방역작업을 위해 한 때 생산을 중단한 적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구미사업장의 일부 생산물량을 베트남으로 돌렸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 생산에 큰 차질이 없다고 밝혔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흥사업장에서도 지난달 확진자가 나와 공장을 일부 폐쇄한 적이 있다. 또 한때 서울 강남 삼성생명 서초사옥에 대구에서 온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전해져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다. 

SK하이닉스도 코로나19 이천사업장에서 신입사원이 확진의심자로 판명받아 함께 교육받던 신입사원과 관계자 800여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간 바 있다. 

LG전자는 인천사업장 연구동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사업장 일부를 폐쇄하고 방역작업을 시행한 바 있다. 경북 구미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입주 은행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사업장 일부를 폐쇄하고 방역작업에 들어갔다. 

경북과 인접한 울산에서도 대거 확진자가 나오면서 확진자 중 일부가 근무한 현대차 2공장 라인이 한때 폐쇄되기도 했다. 

제조업 외에 유통업도 위기를 맞았다. 롯데쇼핑과 롯데컬처웍스는 매장에 확진자가 방문하면서 방역작업을 위해 매장을 닫는 일이 늘었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 역시 시가총액이 대거 줄었으며 1분기 영업이익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산업계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기업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천재지변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사태를 수습하고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사태가 빨리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은 총재, 성윤모 산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13일 홍남기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 참모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정책을 하는 분들은 과거의 비상상황에 준해서 대책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지금은 메르스, 사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사례와 비교는 할 수 있으나 그때와는 양상이 다르고 특별하니 전례 없는 일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정부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대책을, 전례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정부는 국민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일을 어떻게든 국민의 편에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에도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을 갖고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이날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은 중국과 무역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때 나온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전향적으로 수용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추경예산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가 마련한 추경 규모는 11조7000억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추경에 대해 “코로나19의 빠른 종식과 피해 최소화, 실의에 빠진 민생경제를 떠받치는 긴급수혈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추경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임대료와 인건비는 다 나가는데 매출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아사 직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대출이 많고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정부의 정책자금 대출에서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소외되고 있다“며 ”(대출지원보다) 소상공인들에게 지역별로 월 150~200만원의 긴급구호 생계비를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이를 위해서는 기존 11조7000억원의 추경에 12조원을 더한 ‘수퍼 추경’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부가가치세 5%포인트 인하 등 세제 감면 △기존 대출이자 지원 및 금리 인하 등의 금융지원 △5인 미만 소상공인 지원 등을 요구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1조7000억원은 피해방지에 역부족”이라며 “전액 집행되더라도 국내총생산(GDP) 부양 효과는 0.2%에 그치는데 GDP 1% 성장을 위해선 추경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경기 하락 추세에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며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국회가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국회를 찾아가 설명도 하고 호소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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