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 사이언스] 코로나19와 유독물질 누출, 결국 안전만이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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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 사이언스] 코로나19와 유독물질 누출, 결국 안전만이 해답
‘다크 워터스’로 살펴본 우리나라 사고…안전 불감증에 시민들 피해
  • 여용준 기자
  • 승인 2020.03.1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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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워터스'. [수입=이수C&E]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코로나19는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전염병이다. 높지 않은 치사율이라고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문명사회의 경제활동을 모두 멈추게 했다. 코로나19가 인류를 멸망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인류가 쌓아올린 문명은 무너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코로나19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은 우리가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할 몇 가지를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이런 사실 역시 인류를 파괴시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혼란스런 틈을 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일 등이다. 

영화 ‘다크 워터스’는 거대기업의 독성 폐기물질 유출 사건을 쫓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미국의 거대 화학기업 듀폰의 이같은 비밀을 파헤치는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팔로)은 사실을 알수록 이 독성 물질이 우리 삶 가까운 곳까지 스며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업의 부도덕함과 안일한 생각이 불특정 다수 소비자에게 무차별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도 듀폰의 사례와 비슷한 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다. 

SK케미칼은 1991년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물질인 PHMG와 CMIT/MIT 제조 방법을 개발해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주요 제조사 및 유통사인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에 공급했다.

당시 유공(현 SK케미칼) 바이오텍 사업팀은 18억원을 투자해 물에 첨가하면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완전 살균해주는 ‘가습기메이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원인불명의 폐손상 등 질환이 연이어 발생했고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해 해당 제품의 사용 및 판매 중지를 권고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은 주로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MG)과 염화 올리고 에톡시에틸 구아니딘(PGH)이다. 이밖에 메틸클로로아이소싸이아졸리논(MCI; MCIT)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물질은 피부독성이 다른 살균제에 비해 5~10분의 1 정도에 불과해서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샴푸, 물티슈 등 여러 가지 제품에 이용된다. 하지만 이들 성분이 호흡기로 흡입될 때 발생하는 독성에 대해서는 연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는 공산품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이나 약사법이 아닌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른 일반적인 안전기준만 적용돼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사고로 6737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그 중 1528명이 사망했다. 

정부와 국회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만들었다. 이 법은 가습기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해 피해자 구제 범위를 넓히고 장해 등급에 따라 급여를 별도로 지급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정부로 이송된 후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각 법안별 공포 일정에 따라 이르면 공포 직후 또는 6개월이나 1년 이내에 시행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유독물질이 누출되는 경우는 보통 불가피한 사고에 의해 일어난다. 

2012년 9월 경북 구미 한 사업장에서 불산이 누출돼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이어 2013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는 불산이 누출돼 5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같은 해 5월에도 불산 누출 사고로 3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관련 임원이 법인이 업무상과실로 고소 당했으나 2018년 10월 무죄를 선고 받았다.  

플루오린화수소산이라고 불리는 불산은 불화수소를 물에 녹인 휘발성 액체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의 불순물을 녹이는데 필수적으로 쓰인다. 지난해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제재를 감행할 때도 반도체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를 포함시켰다. 

불산은 공기 중에 누출 될 경우 수분과 결합해 강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고 부식성이 강해 피부를 뚫고 조직속에 쉽게 침투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불산의 독성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한 독가스보다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때문에 2012년 경북 구미 불산 누출사고 당시 정부는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밖에 2017년에는 부산의 한 폐수처리장에서 이산화질소를 포함한 유독물질이 누출돼 수백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있었다. 질소 산화물 중 하나인 이산화질소는 폭발물이나 소독제, 표백제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여기에 노출될 경우 구토와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하면 폐손상과 그로 인한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코로나19로 근심·걱정이 많은 이 때에 유독물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러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아 생긴 이같은 사고들은 코로나19 정국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이러스나 유독물질, 모두 ‘안전’만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사고 없이 지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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