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국 금리인하에 시름 깊어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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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국 금리인하에 시름 깊어진 한국은행
  • 유제원 기자
  • 승인 2020.03.0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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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에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융위기 대응에 준하는 선제적 금리 인하 처방을 내놓으면서 한국은행은 연일 금리인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연준은 당초 17∼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금리를 내리려고 했지만, 현재 상황이 그때까지 기다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미국이 예정된 정례회의를 기다리지 않고 기준금리를 긴급 인하한 것은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로써 미 기준금리는  1.50∼1.75%에서 1.00∼1.25%로 낮아졌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상단 기준으로 같아졌다. 미국이 과감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부작용만 지나치게 부각하며 선제적 조처를 하는 데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난 수준으로 급속히 번져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일단은 신중한 입장을 택했다.

심상찮은 가계 부채 증가, 부동산 시장 자극 우려, 해외자본 유출 등 기준금리 인하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며 판단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한국보다 훨씬 강하고 경기상황도 나쁘지 않은 미국도 금융위기 때에 버금가는 인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우리 경제 상황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엄중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도 중국 빼놓고는 가장 심각하다. 단순한 실물경제 영향을 넘어 국민들의 일상까지 무너지고 경제는 마비되고 있다.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와 지역이 8일 기준 103곳을 넘어섰다. 대구ㆍ경북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발생하던 코로나19가 지금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빚을 내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말 1600조원이 훌쩍 넘은 가계 부채 증가 속도도 심상찮다. 금리 인하는 국지적으로 널뛰는 부동산 시장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게 뻔하다. 이런 요인이 금리 동결 결정에 작용했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여력을 남겨두는 전략적 측면이 고려됐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는 최악의 사태에 빠졌는데도 한은의 신중론이 마냥 국민들 지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출·내수·투자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사태가 누그러지기는커녕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부작용만 지나치게 부각하며 선제적 조처를 하는 데 주저하다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치는 최악의 위기상황을 만들지 않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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