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무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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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내 증권업계에 국제신용평가사의 경고장이 떨어졌다. 지금까지 '안정적'이었던 산업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무디스의 경고가 가볍지 않아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4일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IBK기업은행,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7곳이 이에 포함됐다.

무디스는 "한국 증권사들이 향후 12~18개월 간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하에 비전통적인 사업 비중을 늘리면서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랃고 전망하며 이들 증권사에 대한 기대감을 낮췄다. 무디스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를 감안,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내린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로 증권사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된 점도 부정적 변수지만, 이번 보고서에선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의 레드오션화와 함께 수수료율 인하를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옥태종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위탁매매 수수료율 하락 추세가 반영하듯, 증권산업의 전통적인 브로커리지 사업의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증권사들은 지속적으로 비전통적인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것이 바로 향후 12~18개월 간 리스크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화된 저금리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고위험·고수익 자산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위험으로 지적됐다. 옥 애널리스트는 "자금조달 구조와 관련한 주요 리스크는 증권사들의 단기 차입을 통해 자산을 확대하고 있다"며 "유동성이 낮은 자산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이들 증권사들이 위기시에도 활용가능한 안정적인 자금조달원이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도 분석했다. 특히 외화 자금조달 측면에서 대부분의 한국 증권사들이 커미티드 크레디트 라인(committed credit line) 또는 장기 자금조달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업계의 자본확충을 통한 규모 경쟁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관점에서의 국내 증권업계의 성장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다. 무디스는 "증권사들의 수익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면서도 "단기 금융 및 기업여신 사업 확대에 따른 자산성장이 증권사들의 자본적정성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레드오션이 된 위탁매매 시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거나, 각 증권사들이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의존하는 정책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 된 것이다.  

차세대 HTS 개발자인 문홍집 뉴지스탁 대표는 "집단적인 거래세 인하 움직임은 침체된 시장의 대표적 징표"라며 "가격을 낮춘다고 절대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기대는 말그대로 기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이어 "레드오션 탈출은 차세대 기술을 통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국내 증권사들은 골드만삭스 등에 비해 뒤쳐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무디스의 경고는 엄중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디스는 이번 부정적 전망 발표에도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은 강등하지 않았다. 이에 현재 각사의 신용등급은 IBK투자증권 A1, KB증권 A3, 신한금융투자 A3, NH투자증권 Baa1, 미래에셋대우 Baa2 , 한국투자증권 Baa2, 삼성증권 Baa2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회사 관계자는 "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쏠림현상이 있을 수 있지만, 유동성 부문도 함께 고려해서 분산투자하고 있다"며 "브로커리지 부문도 언제든지 재도약가능한 시장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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