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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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있으나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통상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정기예금, 달러, 금으로 돈이 몰리지만 최근 자금 흐름은 오히려 반대 방향이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때 코스피가 하락했다가 결국 회복세를 보인 학습효과도 있다.

사스가 발병했던 2002년 말 620선이었던 코스피는 2003년 3월 510선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반등해 그해 말 810선으로 마무리했다.

메르스가 창궐한 2015년에도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2120선을 넘었지만 5월 첫 감염자가 나오자 8월 1820선까지 떨어졌고 이후 반등해 연 말에는 1960선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19일까지 2200선을 넘던 코스피는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하락세를 보여 같은 달 말 1987.0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고 5일엔 3% 넘게 상승해 2070선에 근접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645조9000억원으로 1월 말보다 1조4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1월 말(671조2000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한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에 정기예금 잔액이 꾸준하게 늘었던 배경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연일 내리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대표적 안전자산인 정기예금 잔액은 감소세가 이어지 고 있다.

최홍석 신한PWM 잠실센터 팀장은 "1년 넘게 금리가 내리고 있어 투자자들이 정기예금에서 메리트를 크게 못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한 은행 창구가 한산하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한 은행 창구가 한산하다.

정기예금이 안전한 상품이지만 저금리 장기화로 정기예금의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짐에 따라 투자 상품으로서 매력 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1.70%에서 12월  1.69%로 떨어진 데 이어 올 1월에는 1.62%까지 내렸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예대율 규제와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 등으로 수신금리 인하를 미뤘던 은행들이 최근 들어 수 신금리 인하에 나서 2월 전반적인 정기예금 금리는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나 금에 대한 자금 동향도 이전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현재 5대 은행의 미 달러화 예금은 514억9200만달러로 1월 말보다 31억4900만달러 줄었다. 1월에도 전월 대비로 31억6900만달 러 감소한 데 이어 2개월째 하락했다.

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의 골드바 판매액도 지난해 12월 76억7300만원에서 올해 1월 32억1300만원, 2월 1~28일 22억8700만원으로 감소 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오르고(원/달러 환율 상승) 있고, 금값도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달러나 금으로 돈은 몰리고 있지 않은  셈이다.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무역 분쟁이 격화했던 작년 4∼5월 '달러 사재기', '골드 러시'가 있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2월 들어 코로나19 이슈가 터졌지만 금이나 달러는 하락세"라며 "이런 단기 하락에는 추가적인 매입을 고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이 금융 위기처럼 우리 경제에 큰 문제가 생겨 환율이 급등한 것이 아니지 않냐"며 "그래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굳이 적극적으 로 금을 사야겠다는 수요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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