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취임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오른쪽)이 대표이사급 임원을 대거 물갈이하며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취임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오른쪽)이 대표이사급 임원을 대거 물갈이하며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이성희 중앙회장 취임 후 농협 내부에서 새판짜기가 본격화됐다. 대표이사급 임원 물갈이로 새지도부의 제1금융권 진입 야심이 드러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글쎄'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을 포함해 7명의 대표이사급 임원들의 사표가 처리됐다. 특히 이 행장은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돌연 사임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소성모 농협상호금융 대표, 김원석 농업경제 대표이사,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 총장 등도 자리를 비웠다. 후속 인선은 이르면 이달 중 완료될 예정이다.

규칙상 농협은행장의 인사권은 중앙회장이 가진다. 중앙회 지도부는 "신임 회장이 선출되면 기존 임원들은 대개 사의를 표명해왔다"는 설명이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선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줄숙청"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 회장은 지난해까지 경제신용지주 분리 감사위원장을 역임할 만큼 금융부분에 상당한 전문성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선거 공약에 담긴 제1금융권 진입을 의미하는 '상호금융 조기 독립'이 이번 물갈이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농협중앙회 소속 상호금융은 1100개 개별법인이 모여 농업인들을 위한 수신·여신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이를 따로 떼어 단위조합들의 중앙은행을 설립해 제1금융권 편입시키는 것이 중앙회의 숙원이었다. 하지만 김병원 전임 중앙회장도 같은 공약을 내세우고도 현실화시키지 못했다. 

중앙회측은 상호금융 예수금이 260조원, 대출금이 190조원 이상의 규모로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큰데도 불구하고 제2금융권에 머물러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주장이다. 하지만 농협이 NH농협금융지주에 더해 2개의 은행을 지배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협동조합금융이 독립 법인을 세우더라도 새마을금고나 신협 같은 개별 단위법인의 연합회 성격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농협법·신협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국민적 지지가 없으면 결국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도 무작정 규제를 풀기 어렵다. 농협은 특히 상호금융권에서도 비리가 가장 많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감원이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조사한 상호금융중앙회 조합에 대한 제제 건수를 보면 전체 6만7619건 가운데 농협이 6만3859건으로 전체의 94.4%를 차지할 정도다.

게다가 농협은 농민과 서민들을 위한 상호금융이라는 이유로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대상에서 항상 제외돼 왔다. 지난 2012년 NH농협금융이 중앙회로부터 독립하면서 농협은행과 함께 받았던 검사가 마지막이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공개된 사기이용계좌 현황을 봐도 지난 2011년 1만7357개에서 2018년까지 사기이용계좌 적발 건수는 농협이 7181개로 1위를 차지할 정도여서 덩치만 크다고 무작정 혜택을 주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인사는 "농협의 과제는 대출비리 등이 끊이지 않는 시스템 개선이 우선"이라며 "차선책으로 강구하는 독립법인화도 마찬가지로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안하느니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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