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이 4번째 매각 시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그동안 매각을 자신해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오른쪽 위)의 제식구 챙기기 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아래는 산업은행 출신 백인규 KDB생명 수석부사장.
KDB생명이 4번째 매각 시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그동안 매각을 자신해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오른쪽 위)의 제식구 챙기기 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아래는 산업은행 출신 백인균 KDB생명 수석부사장.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KDB생명의 기업가치가 추락하는 가운데 고위 임원들의 보수는 그대로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제식구 챙기기 경영이 비판에 직면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자회사 KDB생명이 10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4번째 매각시도로 지난해 말 계획했던 우선협상자 선정도 사실상 무산됐다. M&A 시장에서의 매각가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 매각을 이끈 크레디트스위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며 4수 탈출의 기대를 높였다. 지난해 말 예비입찰을 통해 적격 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까지 내부적으로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인수 의향자들이 제시하는 형편 없는 가격을 발표하기가 부담됐던 것으로 보인다. 

금투업계에서 당초 예상한 KDB생명 매각가는 6000억~8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4000억으로 기대를 낮췄다. 하지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한 사모펀드(PEF)는 2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걸 회장의 어깨에도 힘이 빠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을 시장가격에 맞출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인수의향자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본입찰 일정도 무기한 연기됐다. 산업은행 측은 “지금까지 참가한 기업과 별도로, 추가적인 매수 희망자를 위해 입찰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매물은 쏟아지고 인수자는 한정된 시장에서 마냥 기다린다고 흑기사가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PEF와 유한회사(SPC)를 만들어 옛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약 65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4부터 2016년까지 3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다. 그간 투입된 공적자금이 1조원을 넘는 상황이지만 이동걸 회장이 낙하산으로 임명한 임원들의 고액 연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KDB생명 사업보고서를 비교하면 등기임원의 연봉 총액은 20억원 한도로 변화가 없었다. 특히 지난해 7월 이사회에서 매각 성공시 사장과 수석부사장 2인에게 최대 45억원의 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매각 성사시 사장이 최대 30억, 부사장이 최대 15억의 성과보수를 챙겨갈 수 있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정재욱 사장과 백인균 수석부사장이 ‘이동걸의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 회장이 임명한 인사들이 주주총회 의결과 별도로 매각 성사시 보수를 추가로 챙겨가는 구조다. 이와 관련 KDB생명 관계자는 “임원보수는 실제 보수지급액이 아닌 보수한도”라면서 “실제 지급액은 50%내외이며 업계수준보다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물론 성과가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지난 2018년 1월 KDB생명 사장으로 임명한 정재욱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적자인 기업을 흑자로 올려놨다”면서도 “학계 인사다보니 매각을 성사하긴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7월부터 임해진 수석부사장을 대신해 매각 특명을 받은 백인균 수석부사장은 성과가 없다. 파격적인 45억원 인센티브 조건과 함께 산업은행 경영관리부문장에서 자리를 옮겨온 그는 기업금융,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벤처투자를 섭렵한 금융전문가라는 이름 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