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총장 [사진=한림대학교]
김중수 총장 [사진=한림대학교]

[이뉴스투데이 김용호 기자] 김중수 한림대학교 제10대 총장이 4일 공식 취임한다.

한림대는 코로나19 교내확산 방지를 위해 당초 예정된 취임식 행사를 취소하고, 4일 오전 11시 윤대원 일송학원 이사장 및 교무위원 등 소수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총장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취임식을 대체한다고 밝혔다.

김중수 총장은 9대 총장 임기동안 '학생중심교육'과 '선진일류대학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복수전공 필수화, 융합전공 도입, 소속변경 자유화, 스쿨제도 시행을 비롯한 대학혁신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한림대학교를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세계 550위권 대학으로 발전시켰고, 국내 첫 학생 Census 실시, 인트러뮤럴 스포츠리그 개최, 차 없는 캠퍼스 조성 등 학생을 위한 최적의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4년 동안의 교육개혁을 안착시킴과 동시에 미완의 개혁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으로 주어진 임무를 다하고 선진일류대학으로의 도약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1947년생으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 총장은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한림대와의 인연은 제6대, 제9대 총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다음은 김중수 총장의 취임사 전문이다.

제 10대 총장 취임사
‘한림교육 100년 大計’: 비전과 전략

존경하는 윤대원 일송학원 이사장님, 우형식 한림성심대학교 총장님, 이정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님, 윤희성 일송학원 상임이사님, 서상원 총동문회장님, 교무위원, 직원대표 그리고 학생대표 여러분,

한림대학교를 ‘선진일류대학’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4년간의 총장 임기를 끝낸 지금, 총장 연임의 명을 받아 다시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개교 이래 첫 연임총장이라는 무한한 개인적 영광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산더미처럼 밀려오는  대내외적 난관들을 극복해야 한다는 부담과 사명감에 가슴이 무거워 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송학원 재단이사회에서의 연임 결정은 아마도 선진일류대학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추진해온 교육개혁을 安着시킴과 동시에 未完의 개혁과제를 추가적으로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최선의 대안이라기보다는, ‘전쟁 중에 장수 바꾸지 않는다.’는 전략도 의사결정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겸허한 마음자세를 갖고 있습니다. 전례 없는 급격한 학령인구감소로 입학자원이 실질적으로 고갈된 가운데 11년 째 이어온 등록금 동결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학은 그야말로 전쟁상태에 비견될 수 있는 긴박한 생존경쟁의 환경에 처하여 있고, 특히 수도권 이외 지역에 소재한 사립대의 상당수는 교육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하여 있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저를 필요로 한다는 요구에 따르는 것을 저는 宿命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실은 저는 직업은 天職(calling), 하늘이 부여한 召命으로 여기고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대학졸업 이후 스무 번이 넘게 移職을 해왔던 제 경력을 보면 제가 원했다는 일보다는 저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 경우가 거의 전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직업 외교관(career diplomat)이 아니면서도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진입시키기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외교협상기구 대표, 우리나라 사회과학분야 연구의 최고 정부두뇌집단(Government Think Tank)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두 번에 걸쳐 개인적 인연이 없었던 대통령들을 모시고 일했던 대통령 경제비서관, 수원국에서 세계 최초로 원조 공여국으로 지위를 격상시킨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가입협상 책무를 수행한 OECD 대사, 2008년 Wall Street에서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의 한국은행 총재 등 그 어느 것 하나 저에게 큰 挑戰이 아닌 역할이 없었고, 저의 능력이 감당할지 여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없었던 막중한 소임들이었습니다만, 渾身의 노력으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였습니다. 다시 말하여, 저를 필요로 하는 경우, 어떤 도전도 마다하지 않고 무모하리만치 그 도전을 극복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것은 제 인생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것’을 삶의 원칙으로 삼아왔다는 제 철학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제 아마도 제 공적(公的) 인생의 마지막 도전 앞에 또 다시 선 형국입니다. 명예를 걸고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긴장 속에 첫 발걸음을 떼려고 합니다. 지난 2016년과 똑같은 겸손한 마음을 갖고 낮은 자세로 헤쳐 나가려고 합니다. 의연하고도 꾸준한 마음으로 ‘한림을 선진일류대학’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성취하는데 매진할 것입니다. 4년 전에는 그 어떤 난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열정으로 총장직을 수행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지난 4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난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經綸과 知慧로써 학교를 운영해 나가고자 한다는 점이 한 가지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와 같이 앞으로도 하늘이 도울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여러분들과 함께 목표달성을 위해 매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한림 교직원과 학생 여러분,

지난 몇 년을 잠시 회고하여 보면, 한림대학교의 평판과 위상이 크게 제고되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무엇보다도, 재학생 수가 크게 증가하였으며, 또한 신입생의 수능학력수준이 크게 향상하였고, 영국의 QS(Quacquarelli Symonds)와 같은 권위 있는 대학평가기관에서의 한림대의 세계 랭킹이 크게 도약한 것이 눈에 띄는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작년에 비하여 고졸자의 수가 5만 명이나 감소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대입희망자가 정원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올해에 전 학과가 성공적으로 충원을 완수하였을 뿐 아니라 입학생의 평균성적도 계속 상승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습니다. 모든 교수와 직원의 헌신적 노력에 더하여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학교생활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믿습니다. 물론 윤대원 재단이사장님의 학교발전에 대한 헌신적인 지원이 그 밑거름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벌써 아득한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4년 전, 오로지 “선진일류”라는 목표를 앞세우고 글로벌 규범에 부응하는 교육개혁을 기치로 내세우며 총장에 취임했던 순간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남들과 차별화되지 않은 상품을 제조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듯이, 교육서비스도 이제는 그런 원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여건에 봉착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개혁을 시작하였습니다.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가 공급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과의 차별화’ 전략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과의 차별화라는 것은 남이 변화하는 것보다 내가 더 크게 변화할 때 차별화가 가능한 것입니다. 또한, 변화라는 것은 그동안의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변화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높은 목표를 지향하고자 할 때, 理想과 現實과의 괴리를 조화롭게 극복하는 일이 매우 어렵습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모든 구성원들의 자신감이 전제되고 고통을 감내하는 헌신이 뒤따르지 않았다면, 우리가 추구했던 개혁이 실현될 수 없었다고 판단합니다. 

그동안 “학생중심교육”을 표방하면서 ‘선진일류대학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추진한 개혁들은 크게 보아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한 축은 교육제도 개혁으로서, 복수전공필수화, 융합전공 도입, 전공변경의 자유화, 스쿨제도의 시행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개혁들은 미국에서도 일류대학들만 시행하고 있는 선진제도들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능력에 벅찬 과제들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할 나위 없이, 한림 구성원 모두의 해 내고야 말겠다는 자존심이 없었더라면 도달할 수 없었던 높은 이상들이었다고 믿습니다. 물론 이러한 개혁들은 현재진행형이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데 차질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의 다른 축은 학생들이 캠퍼스를 공부 뿐 아니라 생활의 공간으로 삼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캠퍼스가 단지 강의실에서 수업 듣고 공부하기 위해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캠퍼스는 대학생활에서 모든 활동의 터전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강의 듣고, 도서실에서 공부하는 것 이외에, 운동장에서 체력을 키우고, 동아리활동을 통해 다양한 소양을 함양하고, 동료 학우들과의 共同體意識을 공고히 구축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국내에서 최초로 전 학생들이 참여하는 Census를 매년 실시하고, 전 학생들에게 참여의 기회가 열려있는 인트러뮤럴 스포츠리그를 운영하는 것이 특이해 보이겠습니다만, 미국의 모든 대학에서는 인트러뮤럴 스포츠리그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눈 여겨 보아야 합니다. 건전한 대학문화의 정착에도 이런 노력은 긍정적으로 기여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 4년 전 제가 취임식에서 ‘대학은 過去와 現在와 未來가 공존’하는 특징을 갖고 있고, 한림은 ‘사립대학’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지금도 이 두 특성을 굳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에는 조금의 흔들림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 두 특성을 더욱 공고하게 강화시키는 것이 대학설립 근본에 더 충실하게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표현에서, ‘과거’는 인류가 축적해 놓은 지식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며, ‘현재’는 批判的 思考를 바탕으로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고, ‘미래’는 문제점 파악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에 대한 최적의 현실적 對案을 모색함으로써 사회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가장 유념해야 할 일은 급변하는 사회 환경과 기술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옛 지식을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象牙塔’에서 벗어나 현실사회에서 실용적으로 소용이 되는 조직으로 발전하겠다는 뜻이며, 이는 너무나 당연한 대학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사립대학은 建學理念을 존중하고 이와 일관된 學風(School of Thought)을 진작시킴으로써 교육특성화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국공립학교와는 달리 ‘自由’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과 차별화가 되지 않는 경우라는 것은, 마치 경제발전 초기에 기술수준이 낮아서 잡제품(雜製品)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고급제품을 만들어 팔듯이 교육서비스도 수준을 높여 양질의 브랜드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물론 교육은 일정 부분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보편성을 띠어야 한다는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만, 국공립과는 달리 사립대학은 보편적 교육이외에 그 나름대로의 자유롭게 선택한 교육과정의 특성을 지녀야 진정한 存在價値가 있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4년간의 변화를 요약하는 것은 오늘 이 자리를 과거를 소회(所懷)하는 계기로 여겨서가 아니고, 우리가 향후 변화해가야 하는데 그 초기조건을 정리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스포츠를 좋아하며 그 중에서도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데, “어제의 홈런으로 오늘의 경기를 이길 수 없다”는 명구를 항시 마음에 담고 살아갑니다. 야구의 전설적 홈런왕인 베이브 루스(Babe Ruth)의 말인데, 어제의 영광에 머물러 살고자 하지 않는 저의 생활신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희망하는 ‘한림 교육 100년’ 비전은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을까요? 그 모습을 만들기 위하여 우리는 어떤 실천노력을 경주해야 하나요? ‘100세 인생’ ‘제 4차 산업혁명’ ‘글로벌화 추세’ 등 대변혁을 예견한다면, 이에 걸맞은 교육과 연구과정 혁신을 추진해야 할 텐데, 앞으로 여하히 추진해 나가야 하나요? 여러분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몇 가지의 질문들이며 한림의 미래 중흥을 이끌어 올 비전과 전략에 대하여 저의 생각을 요약하여 제시하고자 합니다.

친애하는 한림 가족 여러분,
 
미래 사회에서 대학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대학은 오랫동안 사회의 등불이 될 우수한 인재를 키우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연구를 하며 사회를 밝게 만드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그 역할이 정의되어 왔습니다. 중세에 대학이 설립된 이후 크게 변화하지 않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 역할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지속될 것인가요? 만일 현재와 같은 제도가 유지된다면, 아마 그렇지 않을 개연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조직을 갖춘 대학이 지식전달자로서 차지했던 위치가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 축적된 지식을 전달하는 조직으로서의 전통적 대학의 기능은 점차 매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사회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키우는 데에 있어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지식이 너무 빨리 변화한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또한 지식을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도 우리에게는 도전과제로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세상변화에 비하여 대학개혁이 뒤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식은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온라인(On-line)교육이 보편화되고, 미네르바(Minerva)대학 같은 구조가 등장하여서 대학이 사방곳곳에 널려 있는 것(the university of everywhere!)이 현실이 되었다는 의미이며, 세계 최고의 강의를 누구든 어느 곳에서든 들을 수 있게 되기도 한 것입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심지어 미국에서는 3천 개가 넘는 기존의 대학 중에 불과 50개 정도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국내 대학의 미래는 이런 비관적인 글로벌 추세에 비해서도 더 암울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교육의 국제경쟁력이 매우 낮은 우려할만한 상황인 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이것이 문제라는 인식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봅니다. 대학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지 못하고서 그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미 널리 알려진 현실입니다만,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학교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급증하였고 이에 대응하여 지나치게 많은 대학이 단기간에 설립되다 보니 대학교육에 대한 질적 수준의 통제가 미비하였고, 이에 더하여 교육평준화 정책, 등록금 동결을 포함한 과다한 규제위주의 대학정책, 사립대학교육에 대한 지원미비 등이 전반적인 경쟁력하락의 요인으로 유추되고 있습니다. 세계는 더욱 글로벌화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대학정책은 좁은 국내시각에 함몰되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를 세계 추세로부터 더욱 소외되게 만들었고 이제는 헤어 나오기조차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인구절벽 추세에 따라 입학정원을 채울 수 없게 될 대학이 속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철저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 상당수의 대학이 퇴출되지 않을 경우, 남아 있는 모든 대학들이 사라져야 할 대학들에게 할당되는 국가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에 따른 부담을 공유하게 되어,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전반적으로 더 하락할 위험마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대내외적 요인으로 실타래처럼 엉킨 대학교육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만병통치약적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저는 다음 다섯 가지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 우선순위의 과제로 선정하여 대처방안을 강구해 나가고자 합니다.

우리가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는 말할 나위 없이, 대학의 생존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대학교육 공급과잉상태에서는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여 나가야 존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재정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질적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용이한 일은 아닙니다만, 우리 스스로를 점검해보면서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여지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므로 남보다 더 잘 할 여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 한림대학이 선진일류를 주창하는 목표는 단지 높은 이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생존전략차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학생중심교육”의 내용들인 복수전공필수화를 포함한 선진교육개혁을 추진한다면 남보다 교육의 질적 수준에서 우위를 점할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교육시장에서의 수급상황을 살펴보면, 이제 대학이 고졸 학생들만을 신입생으로 받아들이면서 학교를 운영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미 대다수 선진국처럼 직장생활의 중간에 지식의 재충전을 위한 평생교육(Continuing Education)을 받고자 하는 직장인 대상 교육, 그리고 은퇴 후의 생활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재교육 등으로 누구나 일생동안 세 번 정도는 대학을 다니는 교육패턴을 조성해나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수요를 충족할 온라인 교육의 보편화를 포함한 다양한 교육방안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0세 인생’시대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선진국처럼 글로벌화 전략 차원에서 외국인 유학생 대상의 교육을 확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또 하나의 다른 방안은 대학원 교육의 확충입니다. 미국의 일류 사립대학은 학부 위주의 교육에 집중하는 대학과 대학원 위주 연구중심의 대학으로 구별되고 있습니다. 대내외적 여건을 고려할 때, 우리가 당장 연구중심 대학원 교육에 치중하자고 주장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아마 이 두 가지를 절충한 형태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연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아래 몇 개의 전공분야에 대학원을 확충하는 것이 대학교육 활성화의 한 방안으로 강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학부처럼 소과로 운영되는 것은 방지해야만 한다고 봅니다.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분야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국공립대학이 아닌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우리의 경우는, 예를 들어, 의료·생명·보건 분야와 같이 우리 학교가 比較優位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시발점으로 대학원을 강화하여야만 한림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고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진할 두 번째 과제는, 첫 번째 과제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만, 교육과 연구의 내용을 시대변화에 부응하고 시대 변화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개혁하는 일입니다. 지금은 ‘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누구나 얘기합니다만, 이것이 각 교육의 영역에서 어떤 변화를 수반하는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정의할 여유가 없도록 빠르게 새로운 추세가 전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역사적으로 지금은 패러다임이 변하는 전환기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환경에서 현재의 상태(status quo)를 유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AI), 로봇, 빅 데이터 등이 우리의 교육과 무관한 제 3의 개념으로 사용된다면 이는 올바르지 않다고 봅니다. 만일 우리가 아직도 십여 년 전의 교과서를 사용하면서 어제와 동일한 교육을 오늘도 제공한다면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Alvin Toffler)가 이미 지적한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한 평가에 머리 숙이지 않을 수 없고, 우리 한림학생들을 남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입학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교육에서 이미 문과와 이과로 구분된 교육을 받아왔다는 단점을 대학교육에서 보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교교육에서 이미 편향된 지식을 습득하게 된 것은 학생들의 보편적인 지적능력 발달에 결정적 취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의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개념이 ‘융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특히 인문사회분야 전공과 이공계분야 전공사이의 융합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문·이과 구분 현실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균형 잡힌 지식을 포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 심각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배출하는 학생의 국제경쟁력이 낮게 될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이것이 우리 대학교육 경쟁력저하로 나타나고 있다고 유추하고 있습니다. 창의성은 4지선다형 시험과 주입식교육에서 길러지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 사고하고 분석하는 역량을 토대로, 특히 과학과 인문학이 공통된 문제의식을 가진 곳에서 나타난다는 점에 우리가 최대의 관심을 갖고 교육과정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고교교육과정에서의 취약점을 극복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지난한 도전과제라고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시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그야말로 우리 학생들을 남과는 다른 일류로 키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장점에 더하여, 급속한 고령화가 진전되는 추세를 극복하면서 나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인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어야 나라의 경제규모가 현상(現狀)이라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미에서 문과와 이과의 지식을 두루 섭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과와 이과의 학문은 원래 서로 補完的인 관계에 있는 것인데 유독 우리나라는 代替的인 관계로 이해한 형국이 되었다고 봅니다. 「일송자유교양대학」을 설립하여 리버럴·아츠(liberal arts)와 첨단과학 분야를 함께 전공할 수 있는 융합전공과정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입니다. 국가제도의 편향성에 기인한 문제를 한 대학이 교정한다는 것은 일견 무모해보입니다만, 누군가는 이에 도전해야 하고, 그 시발점에 우리가 서는 것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하면서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세 번째 과제는 지역사회와의 협력관계를 확대하고 그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인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는 스탠포드(Stanford)대학의 산물인 것입니다. 산업기반이 구축되어 있는 도시에서 대학의 연구가 유발된 것이 아니라 Stanford대학의 연구진들이 인재를 양성했지만 기업 불모지에서 학생들이 취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이에 대처하기 위해 창업을 시도하게된 것이었으며, 이 인재들을 활용하기 위하여 전국의 유망기업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 Silicon Valley라는 도시설립의 연원(淵源)이었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지방 도시들도 대학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였고, “UniverCity(University와 City의 결합)”라는 일종의 대학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의 이니셔티브는 지자체가 아니라 대학으로부터 나와야 실효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업들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지역사회에 대학이 존립하기 위해서 지자체가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극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 반대로 대학이 인재배출과 연구력을 통하여 지역을 새롭게 만들어나간다는 적극적 의미에서 대학도시로의 변환을 이루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림대학교의 의학·자연과학·공학 분야의 연구와 고령화·사회복지 분야 등이 한데 어울려 이러한 특성을 살려가면서, 교육을 담당하는 Hallym Academy, 연구와 기업 활동을 담당하는 Hallym Research Complex를 이곳 춘천지역의 랜드마크(landmark)로 부상하도록 설립을 계획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시발전 사업은 대학 본연의 역할이며 매우 보람된 일이기도 합니다. 상아탑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 실용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앙정부를 돕거나 글로벌화에 기여하는 것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훨씬 수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가 배출하는 인재들의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그동안 중앙·지향적이었으며, 지역사회와의 연관성 구축에 무게를 두는 지방·지향적이지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 우리 스스로를 뒤돌아보면서 방향을 새롭게 전환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 과제는 인성교육이나 공동체의식교육과 같이 사회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쌓는 훈련을 강화하는 문제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마 知識보다는 智慧일 것에 틀림이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思索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며, 차 없는 학교(Car-Free Campus)와 같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상상하는 습관을 몸에 배도록 하고자 하는 뜻에서 추구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AI시대의 도래로 이제는 인간이 기계와 공생하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마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자동차는 누구나 운전하듯이, AI도 개발은 전문가의 영역에 속하지만 AI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인간 활동을 기준으로 하는 倫理觀이나 道德觀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지경입니다. 과학이 지식을 축적해 나가는 속도가 인간이 지혜를 넓혀 나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 우려스러운 결과를 나타낼 상황에 처하여 있으므로 이러한 문제를 이해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배출하는 인재들이 사회에 나아가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를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능력을 키워서 어떤 일이 주어지던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대학에서 배우고 훈련하도록 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학적 능력(linguistic intelligence)이나 논리적 능력(logical intelligence)이 종합적 지능(IQ)의 판단기준으로 이제까지 활용되어 왔으나 지금은 그야말로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s)의 중요성이 인지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지능에 대한 판단척도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해져야 옳다고 봅니다. 실제로 사회를 이끌어가는 인재들의 재능도 매우 다양함을 누구나 관찰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음악·스포츠·미디어·소통 등 과거 기준에 의하여 평가할 수 없는 재능들이 사회를 변화시켜 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대학전공을 보더라도 대학학부에서의 전공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Silicon Valley에 인문사회과학 전공자들이 많고 Wall Street에 이공계 전공자들이 많다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 상식과 일치하지 않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대학이 普遍的 知性人을 배출하는 것이라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한편, 핵가족시대의 결과물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지금의 세대는, 생활에서는 “혼·밥, 혼·술”, 학교에서는 “독·강(獨·講)”처럼 혼자 행동하면서 남과 잘 어울리지 않는 행태가 관측되고 있습니다. 자기중심적(egocentric)이고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에 진출하여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문제가 제기되겠지만 우선적으로 학교생활에서도 소통의 부재와 이로 인한 정보부족의 폐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학교로서는 共同體意識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공부하고 사색하는 것은 홀로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만, 학교라는 장소가 존재하는 이유는 사회생활을 훈련하는 곳으로서, 서로 소통하고 논의하여 보다 보편화된 생각을 알게 하려는 곳이므로, 학교생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AI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결과물이라는 특성이 각별히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학교주도로 포괄적 비교과활동(extracurricular activities)을 주선하고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하겠고, 이런 노력은 후일 학생들이 사회생활에서 성공할 확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의 경우, 사립대학을 선택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비교과활동의 매력에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학교사이에 차별화로서 서로 대비되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림학생들의 자긍심(自矜心)을 높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세계적으로 전통이 깊은 일류학교라고 한다면 그 학교의 名譽規準(Honor Code)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Hallym Honor Code’를 만들어 관행화시키는 것이 사회를 이끌어 갈 동량(棟梁)을 키우겠다는 한림의 설립취지에도 상응하는 것으로 봅니다. 사소한 사적 이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사회발전을 위한 價値創出을 숭상하고 봉사와 희생을 통한 리더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우리는 이미 인트러뮤럴 스포츠리그 참가에 따른 비교과 1학점을 학생들의 자율적인 평가를 기준으로 삼아 부여하고 있습니다.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며, 향후 ‘무감독 시험’이나 ‘출결 무 확인’ 등으로 확대함으로써 사고와 행동의 명예를 존중하는 기풍을 진작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의 주춧돌이 되리라”는 설립자 고 윤덕선 박사님의 숭고한 유지(遺旨)는 한림사고(思考)의 기저를 이루는 정신적 지주(支柱)로 지속될 것이며, 바로 명예를 존중하면서 사회에 봉사하는 품격을 갖춘 인재를 배출할 때, 이런 희생정신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회의 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도 대학에서부터 그 중요성을 훈련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과제는 한림 구성원들이 직장생활을 행복하게 영위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대부분 교직원의 경우 학교는 입사한 이후 단기간 봉사하는 직장이 아니라, 거의 일생을 보내는 장소입니다. 직장생활이 보람되어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동서고금의 철칙입니다. 직장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대가는 금전적인 보수와 비금전적인 보수로 나누어진다고 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 아닌 경우 금전적 보수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대개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교육은 영리사업이 아니므로 본인들의 활동이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금전적 보수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물론 일류조직에 몸담으면 사회적 지위라는 값비싼 평판을 얻게 될 것입니다. 바로 선진일류대학의 목표가 이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가 반드시 달성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에는 일하면서 보람을 얻는가의 여부입니다. 본인의 발전가능성여부와 관계된 것입니다. 보람을 측정하는 데에는 목표와 능력의 적합성여부가 중요합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저절로 일류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긴 말 필요 없이, 우리 한림에는 일류가 되려고 힘에 부치게 노력하기 보다는 이류로 남아 편하게 생활하겠다고 하는 退嬰的 사고를 소유한 구성원은 없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일류로 향하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계속 배워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일류가 아닌 경우, 이미 했던 일을 반복하면서 일류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이를 위해 직업특유의(job specific) 훈련을 제공함으로써 인적자원을 업그레이딩하는 데에 투자해야 하는 부담은 조직이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끊임없는 소통노력으로 모든 구성원들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조직생활의 조화를 이루는 첩경입니다. 제가 언제나 마음에 두고 있는 셍떽쥐베리(Saint-Exupéry)의 소설에 나오는 얘기,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야”를 소개합니다. 마주 보게 되면 모든 것을 직접 비교하게 되고 다툼의 여지도 생기게 됩니다. 零合(zero-sum)의 조직에서는 파이가 커지지 않으므로 서로 나누어 갖는 것이므로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처럼 느껴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같은 곳을 바라보면 서로 협조하게 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선진일류대학’과 ‘학생중심교육’은 우리가 함께 보아야 하는 목표들입니다. 이 목표의 달성에 함께 매진해 나가면 보다 행복한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구성원의 행복지수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그 직장의 지속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는 시각에서 높은 우선순위를 두면서 소통을 통하여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한림 교직원, 학생, 동문여러분,

우리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엄두도 내지 못했던 대학선진화의 대장정을 수년 전에 이미 시작하였습니다. 한림의 ‘Vision & Action Plan’을 계속 수정·보완해 가면서 실천해 나가는 것이 큰 강점입니다. 그야말로 우리는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유명영화의 대사처럼, 계획을 미리 마련하고 이에 맞추어 앞으로 개혁해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풍부한 인간성과 창조적 지성”이라는 건학이념은 바로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상응하는 교육과정과 일관성을 지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 목표의 기본 축이 확고해야 환경의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Arizona State University)의 경우, 69개의 학과를 폐과하고 30개의 융합전공을 새로 만드는 데에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총장이 15년 넘게 노력한 결과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대학개혁은 시장에서의 기업과 같이 신속하게 구조개혁을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교육은 즉흥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세밀한 계획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현실세계에서 대학교육개혁 성공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학교도 지금 다양한 조직이 혼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단과대학, 스쿨, 학부, 학과, 전공 등이 함께 어울려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각자 나름의 역사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먼저 자발적으로 변혁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은 복수전공필수화나 소속변경자유화 등으로 조직개편의 유연성은 제도적으로 확보해 놓았으며, 학생들의 교육선택권을 확대하였으므로 이러한 힘에 의하여 조직의 미래가 변모해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우리 경쟁대학들에 비하여 더 훌륭한 성과를 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대학들도 이젠 심기일전하여 획기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와 같이 복수전공을 필수화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파격적으로 입학정원의 절반 이상을 무과로 전형함으로써 소과의 입시단위로 운영되는 우리 학교에 작지 않은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를 능가하는 개혁을 도모하고 있으며, 한 시도 마음 놓을 수 없고, 구두끈을 다시 동여매야 할 형국이라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선진일류대학으로 도약시킨다는 목표가 한 번의 개혁으로 단 기간에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너무 당연합니다. 우리는 일 년 반전에 「한림 Time Capsule」을 묻고 한림 100주년에 즈음하여 개봉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먼 훗날에 대한 우리의 자신감과 각오를 다진 것입니다. 어떤 미래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가는 지금 우리의 계획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시간이 흘렀다고 저절로 유구한 전통이 수립되는 것은 아니며 매 순간 집중해서 쏟아 붓는 노력이 축적되어야 비로소 자랑스러운 역사의 토대가 구축되는 것입니다. 권위를 바탕으로 연륜이 쌓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4년 전 취임식에서는 많은 개혁과제들을 제시하면서도 운영의 원칙을 “Festina Lente”라는 표현으로 밝혔습니다. “천천히 서둘러라!”는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Augustus)의 좌우명이었습니다. 미국의 링컨대통령의 명언, “나는 천천히 걷지만 절대 뒤로 걷지 않는다.”와 “일신·일일신·우일신(日新日日新又日新), 단 하루도 새로워지지 않는 날이 없이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마음에 간직하면서 이에 걸맞도록 학교를 운영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앞에는 여러 형태의 다중적인 위기가 도사리고 있지만 해결책은 반드시 모색될 것으로 믿는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 특히 지방에 소재한 사립대학들이 위기에 봉착해있다고 합니다. 저는 예상된 위기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경험법칙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관리”는 1998년 초, 국내·외적으로 아마도 제가 처음으로 개발하여 강의하였던 과목이기도 하며, 또한 ‘금융실명제 실시’, ‘IMF 경제 위기’, ‘광우병 파동’,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절박한 현장에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던 공직자로서 난관을 극복한 경험과 교훈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제기한 대학교육의 위기상황에 더하여, 지금 한 세기에 한 번 발생할 정도로 희귀한 전염원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대학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미 개강을 2주간 연기하는 유례없는 조치를 취하였고, 향후 어떤 과정을 통하여 수습될지조차 매우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국가적으로 전염병이 조기에 수습이 되지 않을 경우, 학교로서는 아마도 인터넷 온라인 강의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앞에서 제기한 미네르바 대학의 출현, 평생교육의 필요성 등에 따라 등장하게 될 온라인강의가 더욱 빠른 속도로 보편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새로운 환경이 등장하게 되면, 수도권에 위치하지 않은 대학의 사회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의 요구는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위기도래에 대비하지 않으면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는 이러한 국가적 위기의 해법을 찾아내는데 대학이 앞장서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더 큰 책무를 지어야 하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하는 일을 등한시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혁신은 언제나 중심(core)이 아닌 변방(periphery)에서 일어났다는 역사적 경험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기득권을 갖지 않았으므로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여, 수도권선호와 학벌사회라는 현실에서 한림은 기득권자가 아니므로 새로운 역사를 창출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위기를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으로 활용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위기 대처에 있어서 큰 그림을 멋있게 그리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악마는 사소한 것에 숨어 있다.”는 함정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잘 주지하고 있습니다. 급하게 뛰다가 넘어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좌우를 살펴봐도, 설령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단기간에 극복된다고 하더라도, 학령인구 급감과 등록금 동결, 대학교육 경쟁력 하락추세 등 비우호적인 환경만이 눈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입니다. 영국의 Churchill 수상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취임연설에서 “나는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라는 표현이 유난히도 가슴에 와 닿는 순간입니다.  

이제 긴 여정을 또 다시 떠나라는 재단과 여러분의 명을 받드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일년수곡 십년수목 백년수인(一年樹穀 十年樹木 百年樹人)’은 제가 자주 인용했던 교육 백년대계(百年大計)란 고사성어의 연원(淵源)인데, ‘100년 번영하려면 사람을 키우라’는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전통적인 해석보다는 ‘인재는 당장 눈앞보다는 100년 앞을 내다보면서 키워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다.’는 가르침이라는 제 나름의 해석을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먼 앞을 내다보는 慧眼을 갖도록 노력하면서, 먼 훗날 ‘한림 100년’ 기념 당시에 설령 우리가 그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오늘의 우리가 기억될 수 있는 족적(足跡)을 남기도록 노력해 나아갑시다. 

윤대원이사장님을 위시한 일송학원의 탁월한 지도력과 헌신적인 지원, 어느 학교에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는 우수하고 성실한 교수와 직원 그룹, 학교발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랑스러운 학생들, 그리고 열정적으로 학교를 사랑하는 동문들과 함께, ‘한림 中興의 時代’를 여는 召命을 받드는 영광스러운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가야 할 길고도 먼 여정을 손잡고 함께 떠납시다!

2020년 3월 4일
총장 김 중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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