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준 변호사의 의료법 톡] 코로나19로 인한 계약 취소,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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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변호사의 의료법 톡] 코로나19로 인한 계약 취소, 신중해야
  • 오승준 변호사
  • 승인 2020.03.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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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중국의 혼란이 장기화됨에 따라 단순히 중국과 거래하는 업무뿐 아니라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계약에 관해서도 ‘불가항력’으로 인한 계약불이행, 계약 취소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 법체계에서는 ‘불가항력’이라는 단어를 곳곳에서 사용하고 있고 계약에서도 많이 인용되고 있지만 그 어떤 법도 명확한 정의를 내려주고 있지는 않다.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영미법상 천재지변, 전쟁 등과 같은 인위적인 불가항력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감염병의 경우 유행이 어느 수준에 달해야 계약불이행의 책임을 면할 수 있을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우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hina Council For The Promotion Of International Trade)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불가항력 사실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이 불가항력 사실증명서는 다른 국가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문서이기에 이 문서의 존재 여부에 따라 ‘불가항력’ 해당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반면에 국내에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공식적으로 발행해주는 문서가 존재하지 않고 각 계약서에서 예외조항, 예를 들어 ‘전쟁, 지진, 홍수 기타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경우’는 등의 표현을 통해 계약해지사유 또는 손해배상 면제 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이 정도 규정조차 없는 계약서가 대부분이다.

최근에 한 의료기관은 중국내 광고와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해 특정 업체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선금까지 지급했는데 1월부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사실상 계약 이행이 중단된 상태가 됐다. 이에 계약을 해지하고 선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법무법인에 문의해 왔다. 계약서에는 ‘감염병’이 불가항력 사유 중 하나로 나열되어 있었다. 이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을 해줬지만 막상 중재, 조정, 재판까지 가게 된다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 이행불능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 여부는 계약 주체, 급부의 내용, 기타 사정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돌아보더라도, 메르스, 신종플루 등이 유행할 때 전문가들은 감염병을 이유로 행사 취소를 하는 것이 불가항력이라고 인정하기도 했고 또 어떤 분야에서는 계약 해지가 불가능하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문제가 되고 있는 그 계약과 관련해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유의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분야라면 가장 기본이 되는 계약서 검토부터 시작을 해야 할 것이다. 계약서의 표현과 실제 계약의 내용, 감염병이 계약의 이행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꼼꼼히 체크해서 이 계약을 귀책사유 없이 해지할 수 있을지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경우 면책이 가능한지 가늠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사자들이 협의할 여지가 있다면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는 중재나 조정 등을 통해 서로 양보 가능한 범위를 확인해 보고 가급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앞서 든 병원의 사례에서, 당장 계약의 이행을 중단하고 3개월 뒤에 다시 계약 이행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시도해본다면 서로의 손실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약력>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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