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 서울 한 편의점. 밸런타인데이 이후 농식품부에서 화훼농가 돕기 꽃 소비 촉진 방안으로 마련한 편의점 꽃 판매 매대에 상품이 대부분 남아있다. [사진=소매꽃집연합회]
이달 15일 서울 한 편의점. 밸런타인데이 이후 농식품부에서 화훼농가 돕기 꽃 소비 촉진 방안으로 마련한 편의점 꽃 판매 매대에 상품이 대부분 남아있다. [사진=소매꽃집연합회]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화훼농가를 돕겠다고 시작한 편의점 꽃 지원이 시작부터 ‘망한 정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10일 코로나19로 졸업‧입학 시즌이 사라져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대상으로 편의점‧대형마트‧온라인몰‧홈쇼핑 등 유통채널 확대를 통한 꽃 소비 촉진 대책을 발표했다.

26일 소매꽃집연합회(소매꽃집)에 따르면 농식품부에서 꽃 성수기 중 하나인 밸런타인데이 이전 ‘꽃 농가 살리기’ 캠페인 일환으로 편의점에 유통한 꽃 상당수가 팔리지 않아 폐기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합회가 이뉴스투데이에 제보한 편의점 판매 꽃에는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다. 해당 사진은 밸런타인데이 다음날 서울 한 편의점 매대에서 발견된 꽃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추운 날 꽃을 난방도 없이 밖에 놔둬 꽃잎에 구멍이 뚫린 ‘썩은 꽃’이 되어버렸다”며 “편의점에서 이렇게 놔뒀다 안 팔리면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국화훼농협(한국화훼)가 반품을 떠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15일 편의점 밖 야외에 진열된 장미꽃.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잎에 구멍이 뚫린 채 썩어 있다. [사진=소매꽃집연합회]
15일 편의점 밖 야외에 진열된 장미꽃.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잎에 구멍이 뚫린 채 썩어 있다. [사진=소매꽃집연합회]

또 “꽃 관리 능력이 있는 소매꽃집을 화훼농가와 직접 연결해줬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당시 편의점 판매 꽃은 장미 한송이와 안개꽃으로 구성돼 5500원에 판매됐다. 이는 소매꽃집 평균 가격인 3000~4000원에서 많게는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화훼업계 관계자는 “꽃 소비가 많은 기념일에 팔리지 않고 남은 물량인데다, 소매꽃집보다 비싸고 품질도 고르지 못해 상당량 팔리지 않은 채 폐기처리 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꽃 농가 지원 캠페인이 현실과 동떨어져 지원금만 낭비한 졸속행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A씨(36세‧여)는 “꽃 자체도 안 예쁘고 디자인도 별로라 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든다”며 “아무리 화훼농가를 돕는다고 해도 5500원은 너무 비싸다. 3000원짜리 미니꽃다발이라면 생각해볼 것 같다”고 말했다.

21일 조재호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왼쪽에서 두번째)는 코로나19 관련 화훼 소비 확대를 위해 기획판매를 추진하고 있는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특별판매전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농식품부]
21일 조재호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왼쪽에서 두번째)는 코로나19 관련 화훼 소비 확대를 위해 기획판매를 추진하고 있는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특별판매전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농식품부]

소매꽃집은 농식품부 꽃 소비 촉진 방안 발표 이후 화훼농가를 직접 연결해주면 우리 화훼 농가 꽃을 ‘이윤을 받지 않고 판매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소매꽃집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농식품부 산하기관인 한국화훼에서 편의점 등 유통을 강행했다.

이와 관련 한국화훼 관계자는 “편의점 꽃 판매 행사와 관련 폐기 물량이 있는 것은 알지만 아직 집계를 낸 부분이 없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다”며 “화훼농가와 꽃집 등이 함께 살 수 있는 유통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원예경영과 관계자는 “편의점‧대형마트 등 꽃 유통은 코로나19로 어려운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급박한 상황 속에 꽃이 소비자 눈에 띌만한 유통처를 고민한 결과”라면서 “당시 소매꽃집은 생산자 단체 명단을 요구하며 이를 토대로 직거래를 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정보를 함부로 알려줄 수 없는데다 생산자 단체에서 소매꽃집이 화훼농가와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전해 사안이 길어졌다”며 “편의점 판매는 소비자가 꽃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으로 생각하며 화훼농가와 꽃집 간 협력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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