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 이성적 판단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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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19, 이성적 판단 필요할 때
  • 여용준 기자
  • 승인 2020.02.25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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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재난’과 ‘혼란’은 단짝친구와 같다. 항상 함께 다니고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재난은 혼란을 불러내고 혼란은 또 다른 재난을 일으킨다. 

2020년은 정초부터 ‘코로나19’라는 무시무시한 재난과 함께 하고 있다. 민간뿐 아니라 국회와 법원도 멈추며 국가 전체가 사실상 마비 돼버렸다. 

근래 본 적 없는 대규모 재난에 우리는 일상이 붕괴되는 낯선 경험을 하고 있다.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여가생활을 할 수 없게 됐고 사람이 없는 거리는 을씨년스런 세기말 풍경을 야기시켰다. 이미 세기말은 20년 전에 지나왔다. 

경험한 적 없는 재난에 우리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혼란은 합리적인 판단을 저하시킨다. 

‘다크나이트’를 예로 들어보자. ‘혼돈’이 최고의 무기인 빌런 조커는 대피용으로 마련된 두 척의 배를 두고 게임을 벌인다. 한 배에는 평범한 시민들이 타고 있고 다른 배에는 조커와 공조할지도 모를 재소자들이 타고 있다. 조커는 두 배에 폭탄을 설치하고 리모콘을 상대방 배에 던져준다. 그리고 폭탄을 터트려서 상대방 배를 먼저 터트리면 다른 배는 살려주겠다고 한다. 

조커는 스스로 혼란을 일으키고 시민들에게 혼란스런 판단을 하도록 유도한다. 시민들은 혼돈에 휩싸이지만 오랜 논쟁 끝에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충격 속 유례없는 혼란이 거세지고 있다. 혼란은 공포를 먹고 자란다. 그리고 혼란은 이성적 판단을 저하시킨다. 아마 조커도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폭탄을 터트리길 바랬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성적 판단은 무엇일까? 당연히 시민들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고 정부와 정치권은 빠르게 이 사태에서 벗어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방과 사태 해결이 선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가 그것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돌이켜 볼 필요는 있다. 

31번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4~5일 정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마무리 돼간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다 31번 확진자가 나오고 확진자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신도이고 의료진들의 권고를 무시한 채 검사를 받지 않고 돌아다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천지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혹시나 싶어 강조하는데 이 글은 신천지를 두둔하려는 글은 아니다. 필자 역시 신천지 확진자 이후 일이 커지는 것을 보고 화가 많이 난 상태다. 다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 신천지를 비난하는데 화력을 집중하는 일은 집에 불이 났는데 불을 끄지 않고 “누가 불냈냐”며 찾으러 다니는 형국이다. 비난하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다. 비난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야당은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추가적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고 검역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야당의 이견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비난하는 일은 ‘쓸데없는 일’이다. 이견이 다를 때는 대화 테이블을 만들고 대화를 통해 설득을 시키면 된다. 야당은 중국인의 입국을 막아야 하는 이유, 막아도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 되고 정부는 현재 수준의 입국 금지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면 된다. 

대화가 없이 현재 상황을 고수하고 주장을 유지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무의미한 비난만 만들어낸다. 그런 것이 ‘정치’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정치’는 그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믿는다. 

국제사회와 우리나라 안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책임은 분명 누군가 지게 될 것이다. 정부의 판단 착오일 수 있고 신천지의 무차별 포교활동 탓일 수 있다. 혹은 대안과 설득 없이 비난만 일삼은 야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모든 비난과 책임추궁은 이 사태가 마무리된 그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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