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석유화학공단 전경. [사진=석유협회]
울산석유화학공단 전경. [사진=석유협회]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국내 정유 4사가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산재돼 있고 정제마진 회복도 일시적일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4달러로 전주보다 1.5달러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만든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판매해 마진 내기 위해서는 정제마진을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정제마진이 4달러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10월 둘째주 이후 네 달만이다. 네 달 사이에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중국 내 정제설비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정제마진의 하락세가 지속됐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정제마진이 18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국내 정유사에게 휘발유를 판매하면 할수록 손해보는 시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이는 정유4사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다. SK이노베이션은 1조2693억 원(이하 전년 동기 대비 -39.6%), GS칼텍스는 8797억 원(-28.7%), 현대오일뱅크는 5220억 원(-21%), 에쓰오일은 4492억 원(-29.8%)로 집계됐다.

정유4사의 무더기 실적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정제마진 악화로 인한 정유사업 부진이다. 최근 비중을 크게 늘린 화학사업에서 제품 마진이 하락한 것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으나 주력 사업인 정유부문 부진이 컸다. 특히 에쓰오일은 정유부문이 적자 전한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2월 들어 정제마진이 반등한 모습이다. 글로벌 정제설비의 17%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정제설비가 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받아 공급과잉이 일부 해소됐으나 석유제품의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바이유는 지난주 기준 배럴당 55.23달러, 서부텍사스유(WTI)는 같은 기간 52.05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이는 올 들어 15.9%, 14.9% 각각 하락한 수치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제마진이 향후에도 손익분기점을 유지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를 낸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된다면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며 원유 가격이 하락할 것이고 이는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회복된 정제마진마저 향후 또다시 떨어진다면 미리 쌓아놓은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액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정유사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정유사들이 전반적으로 정제마진 악화로 인한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지만 4분기의 경우 국제유가가 반등세를 보이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하기도 했다.

매출 절반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정유사의 수익구조도 발목을 잡을 여지가 있다.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의 공장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내 정유 수요에 맞춰 놨던 수출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정유사가 중국에 수출하는 비중을 20% 가량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하락은 결국 제품가격 인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제품은 과거 사다놓은 원유를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이 경우 원가부담이 오히려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정유기업만 가동을 멈춘다면 긍정적이겠지만 현실은 대부분 기업이 가동률을 낮춘 상황이어서 수요위축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며 "주간 단위로는 정제마진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범위를 넓힌다면 유미의한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호재보단 악재가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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