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찾은 경기도 광교 낮 거리 풍경이 한산하다.
19일 정오 기자가 찾은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한산한 거리 풍경.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직접 만나서 보험에 대한 설명이 필요 하지만 고객들이 만나려고 하지 않아 원활한 진행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보험권에 몸 담고 있는 대다수 설계사들의 하소연이 점차 커지고 있다.

어제인 20일, 국내에서만 전체 확진자가 104명으로 늘었고 처음으로 확진자 1명이 사망하는 비보까지 공개됐다. 당초 퇴원자까지 속속 나오며 진정되는 분위기였지만 대구·경북지역 확진자는 49명에서 70명으로 늘면서 전국이 다시 한 번 코로나 공포에 휩싸였다.

현재 보험업계는 영업 위축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실적감소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사스가 발병했을 당시 한 달 만에 전속채널의 초회보험료는 26%나 감소했다. 이후 평월 수준을 회복하는 것도 6개월이나 걸렸다.

또 2015년 메르스 확산 때도 5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6월까지는 1% 감소하는 등 큰 변화가 없었지만 7월에 5%, 8월에는 9%나 떨어졌다. 이후 9월부터 회복에 들어갔고 평월 수준까지 올라간 것은 11월이다. 이같은 사례를 볼 때 이번에도 실적 하락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의 시름을 더하는 것은 발병 시기다. 통상적으로 1~2월은 전년도 절판마케팅으로 인한 거래절벽과 설 연휴에 따른 영업일수 부족 등 실적을 높이기 어렵다.

그마나 새해를 맞아 출시한 신상품을 무기로 고객에게 어필하는 시기다. 이같은 상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영업활동이 위축되면 매출하락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이번 달부터는 새학기를 맞아 어린이보험 등의 영업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데 고객들을 만나기도 어렵다. 자녀를 둔 고객들을 중심으로 상담일을 연기하자는 요청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점심 무렵 한산한 카페 풍경
지난 20일 점심 무렵 카페 풍경

본지 기자가 이틀에 걸쳐 만난 보험설계사들 대부분 국내에 코로나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대면 영업의 어려움을 입모아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설계사는 대형보험사에서만 6년을 근무한 베테랑임에도 코로나사태를 묻는 질문에 "고객 만나기가 어렵다"고 운을 띄었다.

그는 "대면 영업인 만큼 보험 상담을 하려면 새로운 고객과 만남을 잡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사람들이 만나질 않으니 영업적인 부분에서 애로사항이 있다"며 "지점에서 실시하는 아침조회에서 설계사들에게 신종 코로나 관련 주의사항을 당부하면서 지속적으로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사(회사)는 설계사들에게 고객들의 이상징후를 확인하는 점검 활동을 당부하고 있다"며 "사람을 만나야 영업이 이뤄지다 보니 신종 코로나 감염에 더욱 철저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권에서 2년차면 아직 새내기지만 통합보험 등 특화시장을 공략해 나름 우수한 실적을 내고 있는 B 설계사도 "나름 친분이 돈독했던 고객들 조차 코로나가 가라앉으면 보자"고 미팅 약속을 거절한다고 전했다.

B 설계사 얘기를 들어보니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외부인의 아파트 방문 자체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 입구부터 차단 당하기 일수"라면서 "상담 과정과 고객 관리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고 전화로만 응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업종을 시작한 후 하루 최소 2명의 고객을 꼭 만나는 철칙을 지키고 시행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약속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당장 이번 달 실적이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19일 기자가 찾은 노원구 상계동 거리.
20일 기자가 찾은 노원구 상계동 거리.

그는 "집에만 있어도 불안한 마당에 설계사는 고객을 외부에서 만나는 게 일이다 보니 많이 불안하다”며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마스크를 쓰고 외부활동에 나서고 있고 가족들한테도 미안한 심정" 이라고 토로했다.

GA(독립보험대리점)에서 근무중인 C 설계사도 “설계사가 상품에 대해 말로 설명해야 하는데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제대로 전달하기도 어렵고 ‘감기 걸렸냐’고 물어보며 피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고객 입장에선 충분히 이해는 된다" 며 "고객 뿐 아니라 아이가 있는 설계사들이 오히려 나서서 약속을 취소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관계자도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 홍보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는 직업이지만 코로나 이후 대부분 약속을 미루고 있다"며 "기자들도 대부분 이해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설계사들이 개별적으로 고객과 만나는 만큼 본사 차원에서 통제나 관리가 어렵다보니 개인위생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차원에서 설계사들에게 마스크 사용을 의무화하고 손소독제를 나눠주면서 위생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보사들의 보험모집 계약에서 설계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달한다"며 "이 상황이 길어져 대면영업이 타격을 입으면 5~10% 실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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