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경인취재본부 김승희 기자] 1950년대 팽나무고개의 유일한 여고생과 탱자나무집 외아들, 3대째 이어진 대성방앗간 안주인 등이 기억하는 수원시 인계동은 어떤 모습일까.

재개발사업으로 수년 내 대규모 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수원시 인계동의 옛 모습과 변천사는 물론 그곳을 터전으로 삶을 이어온 주민들의 이야기가 기록된 책자가 그 생생함을 전해줘 눈길을 끈다.

수원시와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가 함께 작업해 최근 발간한 마을지 ‘인계동’과 ‘GOOD BYE 인계’가 바로 그 매개체다.

먼저 ‘인계동’은 ▲1부 도시지리와 도시공간 ▲2부 인계동의 역사 ▲3부 장다리천 서쪽마을 ▲4부 장다리천 동쪽마을 ▲5부 도시화와 도시공동체 ▲6부 도새개발과 도시문화 등 총 6부로 구성됐다.

우선 인계동의 지리적 환경과 도시공간 구조, 수려선(수원~여주) 부설 등을 통해 본 20세기 인계동의 변천사가 꼼꼼히 기록됐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인계본동과 팽나무고개, 개천이 없어 제 때 농사를 짓지 못했던 인도래마을과 인계동과 권선동에서 한 글자씩 뽑아 만든 인선마을(인화촌)에서 살아 온 세대의 생활상이 담겼다.

또 1970년대 인계동 구시가지의 도시화 과정과 1980년대 동수원 개발 이후 새로운 도시문화가 전개되는 과정이 광범위하게 기록됐다.

이 책에는 각종 사진, 도표, 지도, 그림, 항공사진 등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다양한 면모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지리학, 역사학, 사회학, 민속학, 문화인류학, 도시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연구자들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계동의 새로운 면모를 재발견하고자 노력했다.

이번 ‘인계동’은 15번째로 발간된 마을지다. 

수원시는 지난 2003년부터 급격한 도시변화에 따른 마을조사 사업을 시작해 마을의 변천과 지역공동체의 역사 보존에 힘쓰고 있다.

‘인계동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하여’라는 부제의 ‘GOOD BYE 인계’는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재개발구역인 팔달8구역·팔달10구역 주민들의 생애를 다루며 그동안 삶의 터전이었던 인계동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아쉬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중반 인계동(위)과 2000년대 초반 인계동 항공사진. [사진=수원시]
1960년대 중반 인계동(위)과 2000년대 초반 인계동 항공사진. [사진=수원시]

조상 대대로 인계동에 터를 잡고 살아왔던 토박이, 부모님을 따라 이주해 인계동을 고향으로 여겼던 이주민, 결혼으로 인계동이 보금자리가 된 여성들, 인계동을 기반으로 삶을 일궈낸 소상공인 등 소소하지만 드라마틱한 개인의 역사가 인계동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특히 주민들은 사라진 고향 마을과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고, 골목길의 추억을 되살려 그림으로 재현하거나 소중하게 간직하던 개인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직접 제작과 편찬에 참여해 ‘시민참여형’이라는 의의를 더했다.

특히 수원에서 재개발로 사라지는 마을 주민들의 구술채록집이 발간된 것은 ‘GOOD BYE 인계’가 처음이다.

심규숙 문화예술과장은 “이번 책자들은 사라지는 마을의 역사를 공공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지역주민들의 역사를 보존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사라지는 마을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집약되어 있어 향후 마을 교육과 마을 만들기 사업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는 이번 책자들을 관련 기관 및 도서관에 배부했으며, 마을지 인계동 발간을 위해 수집된 자료들과 자료 일부를 모아 오는 5월 17일까지 ‘수원 구 부국원’에 전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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