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오가며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오가며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확산으로 한국 경제의 타격이 우려되면서 한국은행이 성장세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대응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결돼 2분기 중 경기가 급반등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한은이 감염증 확산 추이와 경기 흐름을 좀 더 지켜본 뒤 판단하려 할 것이란 신중론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코로나19의 경제 영향을 분석해 최근 보고서를 낸 국내외 금융사들은 감염증 확산이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및 공급 충격은 향후 수개월 간 아시아 무역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라며 "특히 지역 내 공급체인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의 무역에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JP모간은 코로나19 충격으로 한국 경제가 1분기 역성장(전기 대비 -0.3%)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은이 이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선제적 경기 부양 수단으로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JP모간 박석길 이코노미스트는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할 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이미 확장적 수준인 예산을 상반기 조기 집행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민간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0.5%포인트에 불과했는데 올해 재정을 추가로 풀어 성장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효과도 제한적"이라며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이 나왔던 점이 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과열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만큼 한은이 감염병 확산 추이와 실물경기 흐름을 확인하고서 정책 변경을 검토할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료되면 1분기 경기가 타격을 입더라도 2분기 중 이를 만회해 연간 성장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확산으로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졌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는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다수 금통위원이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유지한 점을 근거로 "한은이 제시한 성장 전망 경로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면 금융안정을 강조하는 다수 위원의 금리 동결 견해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코로나 위세가 언제 꺾이느냐가 관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월 중 중국 확진자 증가세가 정점에 이르고 이후 둔화하는 베스트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경기가 2분기부터 탄력적으로 회복돼 한국경제가 받게 될 타격은 미미할 것"이라며 "이 경우 금리는 동결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기본 시나리오는 중국 확진자 증가세가 3∼4월까지 이어지는 경우"라며 "상반기까지의 경기 둔화를 지표로 확인한 뒤 추경과 함께 3분기경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로비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로비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 "앞으로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지만 신중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은 효과도 효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있기 때문에 이를 함께 고려해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지금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로 확산할지, 지속기간이 얼마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경제 영향을 예단하기에는 아직은 이르고, 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금리인하로 경기 위축에 선제대응한 전례가 있다는 지적에도 "2015년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2015년엔 전반적으로 경제가 본격적으로 하강기에 들어설 때고 지금은 바닥을 지나서 회복되려고 하는 단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