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전상현 기자]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1조6700억원 규모 사모펀드 가운데 1조원대 규모가 반 토막이 났다.

또 남은 금액 가운데서도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대출을 해준 증권사들이 자금을 먼저 회수해가면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을 전부 날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라임자사운용(이하 라임)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달 18일 기준 2개 모(母)펀드의 전일 대비 평가금액이 '플루토 FI D-1호'(지난해 10월말 기준 9373억원)는 -46%, '테티스 2호'(2424억원)는 -17% 수준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2개 모펀드의 기준가격 조정은 지난 10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받은 펀드 회계 실사 내용을 바탕으로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어 다시 평가한 결과다.

라임의 환매 중단 펀드는 소수로 설정된 모펀드에 100여개 자(子)펀드가 연계된 '모자형 펀드' 구조를 취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가입한 각자펀드의 손실률은 차이가 있다.

라임은 모펀드만 편입하고 있는 자펀드 가운데 TRS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모펀드 편입 비율만큼만 기준가격 조정이 발생하지만, TRS를 사용한 경우에는 모펀드의 손실률에 레버리지(차입) 비율이 더해져 기준가가 추가로 조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라임 AI스타 1.5Y 1호', '라임 AI 스타 1.5Y 2호', '라임 AI 스타 1.5Y 3호' 등 세 펀드는 모펀드 기준가격 조정에 따라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 펀드들의 기준가격 하락이 크게 나타난 이유는 TRS를 사용해 레버리지 비율이 100%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거금보다 편입자산의 가치가 더 하락하여 현재로서는 고객의 펀드 납입자금이 전액 손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모펀드와 함께 다른 자산을 편입한 자펀드의 경우에는 모펀드 기준가격 조정과 다른 개별 자산의 기준가격 조정을 같이 반영하게 되고, 이 가운데 TRS를 사용한 자펀드는 역시 레버리지 비율이 추가돼 손실이 더 커진다.

라임은 현재 회계 실사를 받고 있는 '플루토 TF 펀드'(무역금융펀드)에 관해서는 "기준가격이 약 5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라임은 무역금융펀드가 케이만 소재 펀드(이하 '무역금융 구조화 펀드')에 신한금융투자와 TRS 계약으로 투자했고, 이후 무역금융 구조화 펀드가 폰지사기를 일으킨 미국 헤지펀드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를 포함한 여러 펀드의 수익증권을 싱가포르 소재 회사에 매각하는 대가로 5억 달러의 약속어음을 받았으나 IIG 펀드가 공식 청산 단계에 들어가는 바람에 1억 달러(한화 1183억원)의 원금 삭감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라임은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달 말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받아 다시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2개 모펀드 관련 자펀드들의 기준가격 조정은 이날부터 시작해 오는 21일까지 진행한다며 개별 자펀드의 기준가격 조정 내용은 판매사를 통해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비유동성 자산 투자 비중이 50% 이상인 펀드의 경우 수시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 설정이 금지되고 개방형 펀드는 유동성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의무화한다.

또 모(母)-자(子)-손(孫) 구조 등 복잡한 투자 구조의 펀드에 대해서는 최종 기초자산과 위험 정보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이 강화되고 한 운용사의 자사 펀드 간 상호 순환 투자가 금지된다.

운용사가 레버리지(차입) 목적으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을 때 거래상대방은 전담중개계약을 체결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증권사로 제한된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정책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정책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펀드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사모펀드 실태점검을 통해 파악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국내 사모사채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 등 비유동성 자산비중이 높은 펀드를 2~3년 만기폐쇄형이 아닌 개방형으로 설정하는 '미스매칭' 구조가 문제가 돼 유동성 부족 사태가 촉발됐다.

앞으로 공모·사모 구분 없이 비유동성 자산 투자 비중이 50% 이상인 경우에는 개방형 펀드로 설정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 개방형 펀드의 유동성을 점검하기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의무화되고 폐쇄형 펀드로 설정해도 펀드 자산의 가중평균 만기 대비 펀드 만기가 현저히 짧으면 펀드 설정이 제한된다.

펀드 판매사는 투자자에게는 만기 미스매치로 환매지연이나 예상가격보다 저가로 환매될 수 있다는 유동성 위험 정보를 제공돼야 한다.

아울러 모(母)-자(子)-손(孫) 복층 투자구조 펀드의 경우 투자자 정보제공이 강화된다.

투자자에게 투자구조, 최종 기초자산, 비용·위험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하고 자사 펀드 간 상호 순환투자가 금지된다.

복층 투자구조 펀드를 이용해 공모 규제를 회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피투자펀드의 투자자 수를 해당 펀드에 실질적으로 투자한 모든 자사 펀드의 투자자 수까지 합산하게 된다. 사모펀드는 49명 이하 투자자로 인원이 정해져 있고 규제가 자유로운 편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 TRS 계약과 관련해서는 레버리지 목적의 TRS 계약 시 거래 상대방이 PBS 증권사로 제한되고 관련 레버리지는 사모펀드 레버리지 한도(400%)에 명확히 반영된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며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일종의 자금 대출이다. 계약상 계약 종료 시 일반 투자자보다 우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후순위인 일반 투자자들이 해당 위험을 인지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만큼 TRS 등 차입을 통해 운용하는 펀드는 차입 운용여부 및 차입한도를 집합투자규약에 사전 반영하도록 했다. 차입에 동의하는 투자자만 투자하고 규약상 한도를 초과해 차입할 때는 투자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 신탁회사들의 내부통제와 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도 마련됐다.

운용사는 유동성과 레버리지 등 위험을 식별·관리할 수 있는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자사 펀드간 자전거래 시에는 부실이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산의 가치를 임의로 평가하지 못하게 된다.

금융사고에 대비해 사모 전문 운용사의 최소배상책임 능력도 확충된다. 최소유지 자본금(7억원)만 적립하던 것에서 수탁고에 비례해 자본금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또 펀드 판매사에는 일반투자자에 사모펀드 판매 시 판매한 펀드가 규약과 상품설명자료에 부합하게 운용되는지 점검할 책임이 생기고 펀드 재산을 수탁받은 신탁회사와 PBS에는 운용상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시 기능이 부여된다.

금융당국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서는 불완전판매 관련 분쟁조정에 대한 사실조사를 신속하게 실시하기로 했다. 이달 7일까지 214건의 분쟁 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아울러 불완전판매 혐의가 확인될 경우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에 대한 검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방안을 토대로 이해 관계자,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3월 중 구체적 제도 개선방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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