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지다케 신사 '빛의 길'. 왼쪽 사진은 2월 1일 찍은 사진. 오른쪽이 2월말 촬영한 사진 [사진=이지혜 기자, 미야지다케신사]
미야지다케 신사 '빛의 길'. 왼쪽 사진은 2월 1일 찍은 사진. 오른쪽이 2월말 촬영한 사진 [사진=이지혜 기자, 미야지다케신사]

[일본 규슈=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은 결국 때가 있다.(花開花落自有時)’

송나라 관기 엄예가 지은 사 ‘복산자’ 일부다. 모든 것은 적기가 있는 법이다. 2월을 맞아 규슈 후쿠오카현 후쿠쓰시에 위치한 미야지다케 신사에서 만날 수 있는 신비한 풍광을 소개한다.

미야지다케 신사는 입구 정면에 800m 가량 길이 바다를 향해 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신사 계단을 끝까지 올라 뒤를 돌아봤을 때 이 길이 눈 앞에 펼쳐진다. 바다까지 이어진 그 길은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아 적당히 길고 적당히 잘 보인다. 게다가 시야를 방해하는 것 없이 쭉 뻗어있어 시원스럽게 느껴진다.

또  ‘빛의 거리’라는 이름처럼 특정 시기가 되면 빛으로 일대가 온통 물들어 그 신비로운 순간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봤을 때 무척 감동적이다.

마법과 같은 빛의 향연이 일어나는 것은 해가 서쪽에 위치한 바다를 향해 지려고 할 때, 그 위치가 신사 앞에서 바다까지 이어지는 길과 겹칠 때다. 해가 그 위를 지나가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바다 위로 0~15도 각도를 이룰 무렵 석양이 사방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게 된다. ‘빛의 거리’라고 부르는 이유다.

빛의 거리가 될 때와 바다로 이어지는 길을 표현한 그림. [사진=미야지다케 신사]
빛의 거리가 될 때와 바다로 이어지는 길을 표현한 그림. [사진=미야지다케 신사]

해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 신묘한 현상이 일어나는 때는 1년에 단 두 번 2월말과 10월 말이다. 미야지다케신사 홈페이지 정보에 따르면 이번 봄에는 2월 15일부터 3월 1일 예정이다. 이 때가 되면 어른 셋이 팔을 벌려 잡을 정도 폭의 거리가 주말마다 사람으로 가득 메워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풍광이 너무 특별하고 이때가 아니면 볼 수가 없으니 사람이 많다고 피할 수 없는 것을.

‘빛의 거리’는 몇 년 전에 일본 아이돌 그룹 아라시가 모델로 출연한 일본항공 광고로도 한층 유명해졌다. 팬들이야 ‘성지순례’로 이곳을 일부러 찾는다지만,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광고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직접 보는 실제가 훨씬 근사하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으면 뭐든지 실경보다 아름답다고 하는데, 아주 가끔 그것을 압도하는 ‘찐(眞)’이 존재하고, ‘빛의 거리’가 그 중 하나다.

일본에서 가장 큰 금줄. [사진=이지혜 기자]
일본에서 가장 큰 금줄. [사진=이지혜 기자]

후쿠오카 관광의 중심인 하카타에서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도 쉽다. 하카타역에서 모지코행 JR열차를 탑승한 후 후쿠마역에서 내린다. 역 앞에서 5번 버스를 탑승하면 네 정거장 후 ‘미야지다케 진자마에’에서 내리면 된다. 구글지도 등을 활용하면 탑승 위치와 열차·버스 시간, 플래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탑승시간은 각각 열차 16분, 버스 6분으로 길지 않은데, 배차 시간에 따라 소요시간에 차이가 있다.

방문시에 무엇보다 일몰 시간을 잘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 일몰은 대체로 오후 6시 전후가 된다. 버스 배차 시간 간격이 15~25분 전후인 점, 한 번 진 해가 다시 뜨지 않음을 감안하면 여유있게 미리 도착해야겠다. 신사 경내도 산책하고 상점가를 둘러보며 기다려도 좋다. 일찍 도착했다면 800m이므로 바다까지 갔다와봐도 좋다.

사람들이 계단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이지혜 기자]
사람들이 계단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이지혜 기자]

◇미야지다케신사의 손꼽히는 3가지 보물

미야지다케 신사는 '빛의 거리' 외에도  금줄, 큰북, 큰방울 3가지가 유명하다. 

신사 본당 앞에 걸려 있는 금줄은 직경 2.6m, 길이 11m, 무게 3톤으로 일본에서 제일 크다. 매년 금줄을 만드는데 벼의 발아에서 금줄 제작까지 인연이 있는 이들 1500명이 참여한다.

큰북은 직경 2.2m로 크기만으로는 일본에서 두 번째이지만, 일본에서 난 재료로 만든 북 가운데는 첫 번째라고 한다. 이 소가죽이 일본소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크기이기 때문이다. 노송나무를 원목으로 해 옻칠을 겹겹이 해 소리 울림에 깊이를 더한다. 1월 1일 자정에 큰북은 쳐 울려 그 소리는 경내에서 몇km 떨어진 곳까지 전해진다.

신사 뒤 붉은 도리이. [사진=이지혜 기자]
신사 뒤 붉은 도리이. [사진=이지혜 기자]

큰방울은 그 무게가 450kg에 이른다. 1960년까지는 큰 금줄과 함께 배전에 자리했지만, 무게 때문에 지금은 령당을 별도로 건립해 큰 북과 함께 보존하고 있다.

이 외에 신사 뒤편에 붉은 도리이가 여러개 이어지는 공간도 있는데, 이곳 숲과 나무 사이로 해질 무렵 빛이 반짝거리는 모습도 무척 아름답다. 본전뿐 아니라 뒤쪽으로 향해 산책을 추천한다.

이토시마시 후타미 가우라 [사진=이지혜 기자]
이토시마시 후타미 가우라 '부부바위' [사진=이지혜 기자]

◇후쿠오카 교외 추천-후타미가우라·모지코레트로

통상 후쿠오카를 찾는 이들은 2박3일 일정으로 캐널시티·텐진 일대에만 있거나, 교외로 나가는 경우 에도 벳부나 유후인 등을 함께 방문하는 온천 여행 일정이 일반적이다.

모처럼 바닷가 가까이에 왔으니 미야지다케 신사를 비롯해 후쿠오카현 일대 해안 여행지를 두 곳 더 꼽아보자면 이토시마시 사쿠라이 후타미가우라와 기타규슈시 모지코레트로를 추천한다.

후쿠오카시 서부에 위치한 이토시마시는 최근 젊은 층에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석양이 아름답거니와 인스타그램이나 페북에 올리기 좋은 인증사진으로 유명한 예쁜 카페, 식당, 풍광이 젊은이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다.

후타미가우라 야자나무 해변. [사진=이지혜 기자]
후타미가우라 야자나무 해변. [사진=이지혜 기자]

특히 후타미가우라는 현해탄 일몰이 멋진 곳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금줄로 맺어진 부부바위다. 바다 위에 솟아나 있는 바위와 그 앞에 자리한 하얀 도리이는 아름다운 석양과 어우러져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한다. 겨울의 거센 파도가 마음을 뻥 뚫어주고, 여름에는 하지 일몰과 바다 색도 남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다.

또 이곳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야자나무와 그네를 설치했는데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야자나무와 바다를 찍은 사진이 그럴듯하고, 또 야자나무에 걸린 그네를 타고 있노라면 이국으로 여행 온 자신을 오롯이 체험하게 한다.

모지코 레트로. [사진=이지혜 기자]
모지코 레트로. [사진=이지혜 기자]

후쿠오카 동쪽, 규슈와 혼슈가 마주한 기타규슈시 모지코(門司港)는 1889년 개항돼 대륙 무역 국제무역항이었다. 2차대전 패망후 강제징용을 갔던 한국인들이 이곳에서 다시 고국으로 돌아갔던 곳이기도 하고, 해외에 있던 일본인들이 귀국길에 올랐던 곳이기도 하다.

산업변천에 따라 쇄락한 모지코는 1995년 이러한 옛모습을 복원해  메이지·다이쇼 시대 건물로 거리 풍광을 탈바꿈했다. 이 시기는 일제강점시대로 우리의 슬픔과 음영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 조선통신사가 규슈를 통해 선진 문물을 전해주던 시절까지 되돌아보며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는 곳이다. 

[취재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아라시 일본항공 광고 '빛의 거리' 편. [사진=일본항공 유튜브]
아라시 일본항공 광고 '빛의 거리' 편. [사진=일본항공 유튜브]
아라시 일본항공 광고 '빛의 거리'편. [사진=일본항공 유튜브]
아라시 일본항공 광고 '빛의 거리'편. [사진=일본항공 유튜브]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