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금융당국이 파생상품에 대한 객관적 위험기준 없이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제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가 도마에 올랐다.

또 한편에서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손태승 때리기 언론플레이가 노골화되면서 금감원이 민간경영에 칼을 휘두르기보단 본연의 관리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파생상품(ELS, DLS)에 적용돼온 1등급(초고위험), 2등급(고위험) 구분법은 주식과 채권에나 적용시킬 낡은 기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파생결합증권 위험등급 세분화에 대한 제안 보고서'는 복잡한 파생상품에 주식이나 채권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면서 객관적 위험을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파생결합증권은 다양한 기초자산과 연계돼 있으며, 손익 구조도 복잡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상품의 위험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참조할 별다른 기준이 없어 판매자(은행·증권가)가 1·2등급 구분법에 의존해왔다는 지적이다.

특히 계량분석 결과 2019년 큰 손실이 발생했던 독일금리 연계 DLS는 조기상환형 ELS보다 위험도가 컸다. 또 같은 유형의 조기상환형 ELS들도 기초자산의 변동성이나 낙인(Knock-In)배리어 수준에 따라 위험도의 큰 차이가 있었다. 

지난해 DLS 손실 사태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된 독일금리 연계 DLS와 현재 은행권에서 가장 많이 판매돼온 조기상환형 ELS의 위험도를 비교한 결과 DLS는 높은 레버리지로 인해 손실구간에서 손실 규모가 90%(C-VaR 기준)에 달한 반면, ELS는 위험도가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연구원측은 "(파생상품이) 주식이나 채권 등과 동일한 위험등급 체계로 구분돼 왔다"며 "이제는 객관적이고 일관된 위험평가 기준의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등급 체계로는 위험도 구분에 한계가 있어 8조원대의 투자자 원금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S) 판매 행태와 관련해 문책 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거취와도 연관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 실패 문제를 들어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강행해왔다. 하지만 이처럼 파생상품 위험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내부통제 실패 탓만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금감원이 직무유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우리은행 노조는 "금감원이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조사해 최종 심의했다고 하나 자신들의 관리·감독 부실 책임은 회피하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내부통제에 실패했을 때 감독기관이 금융사 대표이사(CEO)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어 손 회장을 징계할 명분이 없다. 또 일부 직원이 DLS를 고령의 치매·난청 환자에게 판매한 특정 부분은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다룰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금감원 일각에서는 손태승·함영주 회장의 중징계에 최종 결정권을 가진 윤석헌 원장의 '중징계 결제' 보도 이후에 손태승 때리기 언론플레이도 진행되는 모습이다.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은 우리은행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인터넷·모바일뱅킹 휴면계좌의 비밀번호를 무단 변경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은행이 지난 2년 전 금감원에 이미 보고한 사실로 2년이나 지나 새로운 사실처럼 포장돼 나왔다.

오보를 요약하면 지난 2018년 7월 우리은행 일부 영업점 직원들이 인사고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2만3000여 명에 달하는 고객의 인터넷·모바일뱅킹 휴면계좌의 비밀번호를 무단 변경해 활성계좌로 전환한 사건이 있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은행 자체 감사시스템을 통해 발견 즉시 시정조치된 사건"이라며 "같은해 10월 금감원 경영실태평가 당시 사전에 보고한 건이다. 아울러 정보가 유출됐거나 금전적 피해사실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즉 금감원이 비번 유출 사실을 새로운 이야기처럼 꺼내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보도였다. 문제 인식 시점도 틀렸다. 보도는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최근 1~2년 동안 지주사 체제 전환에만 '올인'하면서 내부통제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했지만,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한 시점은 해당 사건으로부터 두 달이 지난 2018년 12월 28일이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이사회 간담회를 열어 손태승 회장의 거취를 논의했다. 간담회에선 최종 징계가 통보되기 전까지 결정을 유보하고 손태승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재심·행정소송 여부에 대해서는 최종 징계 여부를 통보받은 뒤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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