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포는 가장 훌륭한 광고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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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포는 가장 훌륭한 광고수단이다
  • 여용준 기자
  • 승인 2020.02.0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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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미국의 가장 문제적인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2002년 ‘볼링 포 콜럼바인’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1999년 콜로라도 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실제 총기난사사건을 토대로 미국의 총기허용에 대한 문제점을 비판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는 총기소비에 대한 재미난 주장이 등장한다. 한국에서도 가끔 유튜브 등을 보면서 느끼지만 미국의 방송은 참 자극적이다. 이는 뉴스라고 예외가 아니다. 방송 헬기를 타고 범죄자와 경찰의 카체이싱을 쫓거나 인질극 등을 직접 현장에서 담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사건기사의 경우 범죄사실을 대단히 상세하게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실명을 그대로 거론하고 얼굴도 여과 없이 노출된다. 범죄가 가차없이 노출되고 이를 통한 자극을 유발한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범죄에 대해 이처럼 자극적인 뉴스가 사람들의 공포심을 유발해 총기소비를 촉진시킨다고 주장한다. 공포를 조장하는 배후세력이 거대기업들이라는 의미다. 

소름 돋는 음모론이지만 꽤 그럴싸한 얘기다. 공포는 소비와 직결된다. 미세먼지의 유해함이 뉴스를 통해 소개되자 공기청정기, 에어컨, 의류건조기 등 관련 가전제품의 소비자 늘었다. 주거침입 강도에 대한 공포가 늘자 방범창과 도어락 소비가 늘었다. 공포는 가장 훌륭한 광고수단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소식이 연일 뉴스를 통해 보도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짜뉴스나 유튜브를 통한 유언비어가 포함돼있고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가짜뉴스의 내용은 주로 감염 가능성을 확대하거나 증상을 강조하고 지어내는 수준이다. 즉 신종 코로나에 대한 대중들의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실제로 마스크나 손 소독제 등 관련 제품의 소비가 늘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제조업체들의 음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신종 코로나로 인해 유발되는 공포심이 선거나 그 외 각종 소비 등 어딘가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현명한 소비’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명한 소비는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찾고 그에 맞게 구입하는 것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자신과 상관없는 정보에 현혹되기 쉽다. 그래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찾아야 한다. 특히 유튜브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더 어려운 일이며, 그래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유튜브의 시대는 능동적인 미디어의 시대다. 독자는 능동적으로 미디어를 생산하거나 자신에게 적합한 미디어를 찾아서 소비한다. 공포에 휩쓸리지 않고 정확한 소비를 하는 것은 의외로 현재 우리 삶에 중요한 몇 가지 부분을 결정짓는다. 

방통위가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것과 별개로, 우리 역시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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