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부는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자 발생에 따라 감염병 위기경보 수위를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이는 신종 플루 사태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이뤄진 조치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정부는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자 발생에 따라 감염병 위기경보 수위를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이는 신종 플루 사태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이뤄진 조치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정부의 전면적인 대응이 늦어지면서 추가적인 감염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2일 첫 회의 당시부터 우한 폐렴의 강력한 전염성과 위험 정도에 대한 우려를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경보 수위를 27일에서야 격상하는 등 확진자가 확인된 미국,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안일한 대처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감염병 위기경보 수위가 2009년 7월 신종 인플루인자(신종 플루) 사태 이후 10년 6개월 여 만에 ‘주의’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됐다.

이는 우한 폐렴의 국내 유입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는 보건당국의 판단에 따라 그동안 질병관리본부 중심으로 운영되던 방역 체계를 범정부 차원으로 확장시킨다는 의미로, 27일 네 번째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조치가 이뤄졌다.

해당 확진자는 50대 남성으로 지난 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했다가 20일 귀국해 26일 경기 평택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은 뒤 격리됐다가 27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입국장에서 중국발 승객들이 검역대를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입국장에서 중국발 승객들이 검역대를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공식적으로 감염병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선포한 것은 2009년 7월 21일 신종 인플루엔자 때 이후 10년6개월여 만이다. 당시 6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플루 사태 당시 이후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하자 5월 1일 ‘주의’ 발령 단계에서 두 달여 만에 한 단계 격상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10월 당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신종플루로 인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때까지 재난단계 격상에 나서지 않다가 11월 들어 하루 평균 4500명이던 환자수가 1만명이 넘어서고 나서야 재난단계 격상을 검토하는 등 뒷북행정으로 피해를 키운 바 있다.

그럼에도 우한 폐렴에 대한 초기 대응 역시 이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WHO 긴급위원회 회의 당시 우한 폐렴에 대한 전 세계적 공동대응의 필요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으나, 질병관리본부는 22일 기준 확진자 1명 및 유증상자가 21명이 확인됐음에도 대응체계 및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다 일주일만인 27일 국내 네 번째 확진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당초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중국발 입국 금지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설 명절 전후 사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추가적인 확산이 우려된다”며 “지역별 감염 경로 확인 및 확진자 데이터 분석 등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이번 우한 폐렴과 같은 해외 신종 감염병과 관련해 위기경보 수준은 해외에서 신종 감염병이 발생·유행했을 때 ‘관심’ 단계에서 신종 감염병이 국내에 유입됐을 때 ‘주의’ 단계로 격상된다.

이후 국내에 유입된 해외 신종 감염병이 제한적으로 국내에 전파됐을 때 ‘경계’ 단계로 격상되며, ‘심각’ 단계는 해외 신종 감염병이 지역사회에 전파되거나 전국적으로 확산됐을 때 조치된다.

최초 확진자 발생 당시 유증상자 증가 등으로 우한 폐렴에 대한 전국적인 확산 우려가 제기돼 왔다. 또 전 세계 각국에서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감염병 피해 정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대처가 시급했으나 이에 대한 대처는 이뤄지지 않은 채 각 지역 보건소 등을 통한 검사만 진행됐다.

이후 이달 24일부터 27일까지 중국의 춘제, 한국의 설 명절 기간 양국의 민족 대이동이 예고됐음에도 사전방역을 비롯한 방역체계 강화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아 공항·항만·철도 등 주요 교통 요충지에서 수많은 인파가 감염 위험에 노출되면서 실질적인 감염 경로 유추 역시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러다 명절이 끝난 28일에 와서야 보건당국을 비롯한 범정부 차원의 공동대응 방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현장점검 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현장점검 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상황 보고 및 우한 폐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지시했으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긴급경제장관회의에서 우한 폐렴 방역 관련 예산 208억원 집행을 지시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30일부터 31일 이틀간 전세기 네 편을 투입해 현지 교민과 유학생을 귀국시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던 설 연휴 기간의 공백으로 인해 감염 경로 파악은 물론 WHO에서 우려한 3차, 4차 전염으로 인한 바이러스 변형 등에 대한 대처자체가 어렵게 됐다.

현지 교민에 대한 보호 역시 미국의 경우 전날 전세기를 띄운 뒤 28일 자국 외교관과 가족 등 230여 명을 태우고 캘리포니아로 이동시켰다. 일본도 전일본공수 전세기 한 대를 투입해 우한에 체류 중인 일본인 650여 명 중 200명 가량을 1차 귀국시키는 등 발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협회 등 관계기관 및 협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총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것이며, 범정부 차원의 공동대응에 나서 추가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명절 간 인구이동에 따른 감염 경로 확산 등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집계되는 대로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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