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어죽, 매생이죽, 메밀전병,  물메기탕. [사진=한국관광공사]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어죽, 매생이죽, 메밀전병, 물메기탕.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유독 거리에서 된장찌개 내음이, 치킨 튀기는 냄새에 마음이 동할 때다. 겨울에 먹는 음식은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이야기가 있는 겨울 음식’이라는 테마로 2020년 2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한겨울 뜨끈한 추억 한 그릇, 예산 어죽(충남 예산) △지금 제일 맛있는 겨울 바다의 선물, 벌교 꼬막과 장흥 매생이(전남 보성·장흥) △메밀전병, 콧등치기, 강원도 겨울 시장 미담(강원도 영월·정선) △뜨끈한 생선살이 입에서 ‘사르르’, 대구와 물메기(경남 거제·통영)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예당호 대흥식당 어죽. [사진=한국관광공사]
예당호 대흥식당 어죽. [사진=한국관광공사]

◇한겨울 뜨끈한 추억 한 그릇, 예산 어죽

1964년 충남 예산에 둘레 40km에 이르는 관개용 저수지가 준공되자 동네 사람들은 농사짓다 틈틈이 모여 솥단지를 걸고 고기를 잡았다.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등 잡히는 대로 푹푹 끓이다가 고춧가루 풀고 갖은 양념과 민물새우를 넣어 시원한 국물을 낸다. 여기에 불린 쌀, 국수와 수제비까지 넣어 죽을 만들어 다진 고추와 들깨가루,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먹었다. ‘충남식 어죽’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충남 예산 예당호 인근은 어죽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일대에 어죽과 붕어찜, 민물새우튀김 등을 파는 식당 10여 곳이 있다.

어죽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면 아름다운 예당호를 걸어보시길 추천한다. 402m 길이 예당호출렁다리와, 5.2km에 이르는 느린호수길이 있다. 예산 대표 사찰인 수덕사에는 대웅전(국보 49호)을 중심으로 삼층석탑과 부도전, 성보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다. 고건축 정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고건축박물관과 예산 윤봉길 의사 유적(사적 229호)도 들러볼 만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등장하는 덕산온천에는 최근 새로 단장한 무료 족욕장이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

위치 : 충남 예산군 예당호 일대

벌교 꼬막정식. [사진=한국관광공사]
벌교 꼬막정식. [사진=한국관광공사]

◇지금 제일 맛있는 겨울 바다 선물, 벌교 꼬막과 장흥 매생이

꼬막과 매생이는 지금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겨울 바다 진미다. 꼬막 1번지는 벌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지금이 가장 맛이 좋고 많이 날 시기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은 쫄깃하고, 참꼬막은 고급으로 즙이 풍부하다. 벌교 읍내에는 데친 참꼬막과 꼬막전, 꼬막회무침 등 푸짐한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 배경이 된 곳이다. 벌교역 앞으로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이 조성돼 있다. 옛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 보성 옛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등 소설 무대를 답사해도 좋다.

벌교 옆 장흥에서는 매생이가 한창이다. 올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바다 향이 진한 장흥 내전마을 매생이를 최고로 친다. 매생이는 주로 탕으로 끓인다. 장흥 토박이들은 ‘매생이탕에 나무젓가락을 꽂았을 때 서 있어야 매생이가 적당히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안도현 시인은 매생이를 ‘남도의 싱그러운 내음이, 그 바닷가의 바람이, 그 물결 소리가 거기에 다 담겨 있었던 바로 그 맛’이라고 표현했다.

억불산에 자리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숙박 시설과 산책로 등을 갖춰 고즈넉한 겨울 숲 산책을 즐기기 좋다. 우리나라에 선종이 제일 먼저 들어온 보림사에도 가보자.

-위치:전남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벌교꼬막정식거리) / 장흥군 장흥읍 토요시장3길(정남진장흥토요시장)

외포항 대구. [사진=한국관광공사]
외포항 대구. [사진=한국관광공사]

◇뜨끈한 생선 살이 입에서 ‘사르르’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 겨울 별미다.

대구를 제대로 맛보려면 거제 외포항으로 가보자. 전국 대구 출하량 30%를 차지하는 포구에는 대구 조형물과 좌판이 늘어서 있고, 겨울 볕에 몸을 맡긴 입 큰 대구가 줄지어 분위기를 돋운다. 외포항 식당에서는 대구탕, 대구튀김, 대구찜 등이 코스로 나온다. 생대구와 곤이가 담뿍 들어간 대구탕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통영 물메기탕. [사진=한국관광공사]
통영 물메기탕.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웃 도시 통영에는 못난 물메기가 있다. 이른 오전에 통영 서호시장을 방문하면 살아 헤엄치는 물메기를 만날 수 있다. 못생겨서 한때 그물에 잡히면 버렸다는 물메기는 최근에 ‘금메기’로 불리며 귀한 생선이 됐다. 중앙시장 횟집에서도 물메기탕을 맛볼 수 있으며, 살이 연해 후루룩 마시면 몽실몽실한 살이 한입에 넘어간다.

외포항에서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두모몽돌해변은 호젓한 어촌과 자그마한 몽돌 해변을 간직한 곳으로, 거가대교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가조도는 연륙교 옆에 조성된 수협효시공원 전망대와 ‘노을이 물드는 언덕’의 해 질 녘 풍경이 아름답다. 통영 봉평동의 봉수골은 미술관과 책방, 찻집, 게스트하우스 30여 곳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으며, 사색을 겸한 겨울 산책에 좋다.

위치 :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외포항) / 통영시 새터길(서호시장)

영월서부시장 메밀전병 맛집. [사진=한국관광공사]
영월서부시장 메밀전병 맛집. [사진=한국관광공사]

◇메밀전병, 콧등치기, 강원도 겨울 시장의 미(味)담

시장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먹부림’이다. 강원도 전통시장은 지역 먹을거리가 많아 여행자로 하여금 여행을 한층 즐겁게 해준다. 특히 음식의 이름과 재료에 강원도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도 일으킨다.

정선아리랑시장은 1999년 정선5일장관광열차(現 정선아리랑열차)가 개통하면서 이름을 알렸는데, 정선아리랑이 주는 정서 공감대 못지않게 먹거리가 한몫했다. 척박한 땅에 꿋꿋이 뿌리 내린 메밀과 옥수수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먹던 음식은 여행자 별미가 되었다. 면이 굵고 투박해 콧등을 친다 해 붙여진 ‘콧등치기’나 옥수수 전분 모양이 올챙이처럼 생겨서 붙여진 ‘올챙이국수’는 훌륭한 맛을 자아낸다.

콧등치기 메밀면 삶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콧등치기 메밀면 삶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영월서부시장에는 메밀전병 골목이 있다. 다닥다닥 붙은 메밀전집이 조금씩 다른 맛을 낸다. 특히 전을 부치는 모습을 보며 먹는 맛이 특별하다. 영월서부시장은 근래 닭강정도 입소문이 나 찾는 젊은이가 부쩍 늘었다.

정선과 영월은 강원도 겨울 여행지로 손색없다. 아리힐스 스카이워크나 동강사진박물관은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아리랑브루어리와 젊은달와이파크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지다.

-위치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정선로(정선아리랑시장) / 영월군 영월읍 서부시장길(영월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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