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22일 저녁 6시경 명동 먹자골목, 같은 날 7시경 남대문시장 내 한 골목. [사진=이하영 기자]
(왼쪽부터) 22일 저녁 6시경 명동 먹자골목, 같은 날 7시경 남대문시장 내 한 골목. [사진=이하영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이렇게 해서는 장사 안 되죠. 1~2년 전보다 매출이 30%는 줄었어요.”

설 명절을 앞둔 22일 오후 5시 50분경 명동에서 10년여 동안 길거리 분식을 팔아왔다는 한 점포 사장 A씨(50대‧여) 말이다.

23일 명동 및 남대문시장 등 서울 도심 명소는 설빔을 준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외국인 관광객도 줄어 썰렁한 모습이다. 인기 브랜드 의류매장이나 음식점 등도 없는 남대문시장은 상대적으로 침체 분위기가 더했다.

앞서 A씨가 운영하는 가게는 인근 노점상 중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소위 잘되는 가게에 속했다. 반면 A씨는 외국인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울상이다.

명동 먹자골목에서 행인들이 음식을 사 먹고 있다. [사진=이하영 기자]
명동 먹자골목에서 행인들이 음식을 사 먹고 있다. [사진=이하영 기자]

A씨가 외국인 손님에 목매는 이유는 현재 매출 대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떡볶이를 비롯해 순대‧소시지‧핫도그 등을 파는 A씨 점포는 3~4년 전 8할에 이르던 내국인 손님 매출이 급감하며 1~2년 전부터 외국인 손님 매출 비율이 그만큼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A씨는 제품 가격을 높이는 대신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인터뷰 하는 중 옆에서 직원이 국내 유명 식품회사 핫도그를 포장만 벗겨 진열하고 있었다.

해당 핫도그는 현재 이커머스에서 개당 1200원가량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원재료 가격에 대해 묻자 A씨는 “질 나쁜 재료를 사용하면 외국인 손님들은 한입 먹고 버리고 간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2일 저녁 7시 30분경 한산한 거리에 외국인들이 드문드문 발견된다. [사진=이하영 기자]
22일 저녁 7시경 한산한 거리에 외국인들이 드문드문 발견된다. [사진=이하영 기자]

외국인 손님이 없어 애타는 곳은 명동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남대문시장도 마찬가지다.

저녁 6시 10분경 찾아간 명동 메사 옆 남대문시장 아동 의류 도매상가 집중 골목은 벌써 깜깜한 한밤중이었다. 시장 초입 노점상은 벌써 문을 닫았고, 안쪽에 위치한 노점은 주인이 퇴근을 위해 자리를 꼼꼼히 정리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도 한산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두세명 간간이 지나갈 뿐, 손님보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상인들이 더 많았다. 빠르게 지나가는 행인들 뒤로 닫힌 점포에는 ‘임대문의’ 간판이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다수 의류 노점상들이 보였다. 남대문시장에서 50년째 일하고 있다는 B씨(76세‧남) 또한 7시 30분경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2일 저녁 7시 문 닫힌 남대문시장 내 점포에 임대문의 간판이 크게 걸려있다. [사진=이하영 기자]
22일 저녁 7시경 문 닫힌 남대문시장 내 점포에 임대문의 간판이 크게 걸려있다. [사진=이하영 기자]

B씨는 “나는 여기서 늙었다. 20대 때는 남대문 시장이 잘 나갔다”며 “딸 셋을 키우고 이제 소일거리로 나온다”고 옛 추억을 되살렸다. 그는 “일본인 관광객이 주된 손님이었는데 (한일 관계가 악화되며) 요즘 손님이 끊겼다”며 “오늘 수입이 3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최근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19년 서울 명동 연간 임대료는 제곱피트당 862달러로 1년 전보다 1.5% 낮아졌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서울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8.9%로 2016년 2분기 11.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공실이 생겨도 건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버티는 건물주들이 많다”며 “임대료가 낮아졌다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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