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가 예년보다 한 달 가량 늦은 사장단·임원인사에 돌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2020년 사업 채비를 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20일과 21일 각각 사장단·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경영진의 안정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준법경영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에서 부사장 4명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각 사업부문 대표이사 3인이 각각 종합기술원장, 생활가전사업부장, 무선사업부장 겸직을 내려놓고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종합기술원장은 황성우 부원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맡게 됐고 무선사업부장은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이 맡는다. 노태문 사장은 무선사업부장을 맡게 되면서 활동반경이 넓어졌고 종합기술원 역시 전담 원장이 생기면서 역량을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5G 통신장비를 책임지는 네트워크사업부 전경훈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눈에 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총괄고문은 CR부문 사장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이인용 사장은 CR부문과 함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위원으로 내정됐다. 이인용 사장의 경우 삼성전자가 준법경영을 강화하면서 이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재무·경영관리 부문의 승진 인사가 눈에 띈다. 사업지원T/F 최윤호 부사장,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박학규 부사장은 각각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지원실장, DS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임원 승진자는 162명으로 대내외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승진자가 4명 늘었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와 TV, 모바일 등 삼성전자의 현재 주력 사업과 미래 먹거리에 대한 승진자가 대거 눈에 띈다. 신규임원은 모두 24명을 발탁해 전년 18명 대비 6명이 늘었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드러난 키워드는 ‘안정’과 ‘쇄신’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이사 3인의 겸직 부담을 덜어서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각 사업부 전담을 정해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임원 승진은 미래 먹거리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면서 승진 규모를 늘려 조직의 안정을 꾀했다. 특히 연구개발 전문가인 펠로우와 마스터 승진규모는 전년 대비 늘었으나 외국인·여성 임원은 소폭 줄었다.

이와 함께 이인용 고문을 사장으로 복귀 시키면서 준법경영과 사회공헌의 기반도 마련했다. 이인용 사장은 당초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지내다 사회공헌총괄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인용 사장은 최근 삼성이 출범하기로 한 준법감시위원회의 회사 측 위원으로 내정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인사 방향으로 봤을 때 각 계열사들 역시 경영인들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미래 먹거리를 챙기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나 삼성SDS는 해외사업에 힘을 싣고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와 QD디스플레이에 인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구성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차원에서 준법감시위원회가 설치되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만큼 각 계열사의 준법경영 협의 기구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 내정자는 준법감시위와 계열사의 협약을 삼성 내 모든 계열사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모든 계열사에 준법경영 기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준법감시위는 김지형 변호사와 이인용 사장 외에 법조계와 시민단체, 학계 인사 등 총 7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법원은 준법감시위에 대해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하고 삼성 준법경영안을 면밀히 살피기로 했다.

한편 삼성그룹 인사·조직개편이 해를 넘긴 적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 구속 여파로 2017년 5월에 인사·조직개편이 이뤄진 바 있다. 

올해도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여파로 인사가 더 늦춰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대내외 경영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역시 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해 인사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준법경영을 바탕으로 회사 전체가 쇄신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사와 조직개편은 늦출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사장단·임원 인사를 마치고 곧 조직개편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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