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 사이언스] 크리스토퍼 놀란과 상대성 이론 “왜 주말은 유독 빨리 지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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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 사이언스] 크리스토퍼 놀란과 상대성 이론 “왜 주말은 유독 빨리 지나갈까?”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에서 보여준 시간의 상대성
  • 여용준 기자
  • 승인 2020.01.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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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왼쪽).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2014년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개봉했을 때 한국의 많은 관객들이 들썩였다. 

블랙홀과 웜홀, 이를 바탕으로 한 우주여행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이 어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스텔라’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물리학자 킵 손 교수의 자문을 받아 만들어졌다. 영화에서 묘사한 블랙홀은 몇 년 뒤 인류가 최초로 관측한 블랙홀과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어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인터스텔라’는 영화가 구현한 우주세계 못지 않게 화제가 된 부분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특수 상대성 이론 중 ‘시간지연’ 효과를 잘 표현한 것이다. 

영화에서 쿠퍼(매튜 매커너히)와 브랜트(앤 해서웨이)는 어느 행성을 탐사하기 전 경고의 말을 듣는다. “이 행성에서 1시간은 지구에서의 7년이다”. 

이는 판타지나 마법이 아닌 중력과 자전속도에 의해 행성의 인근에 위치한 블랙홀 때문에 중력이 변하고 자전속도가 느려져 시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도착한 행성의 중력은 지구보다 더 높다. 

특수 상대성 이론 중 시간지연은 “매우 빨리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시간’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라는 의미다. 이 개념이 영화에서 처음 주목을 받은 것은 ‘인터스텔라’지만 사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를 자주 활용해왔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필모그라피에서 시간과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왔다. 그가 ‘다크나이트’의 연출을 맡았을때도 브루스 웨인(크리스쳔 베일)의 무의식을 지배한 트라우마에 매력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의 필모그라피에서 상대성 이론의 시간지연을 잘 표현한 예는 ‘인셉션’이다.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특수요원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꿈은 층을 나눈 구조를 띄고 있다. 처음 들어간 꿈에서 잠이 들면 더 깊은 꿈 속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잠이 들면 더 깊은 꿈으로 들어가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는 각 층마다 시간이 달라지면서 시각적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1단계 꿈에서의 1분은 2단계 꿈에서 3시간인 식이다. 그러다 꿈의 마지막 단계인 ‘림보’에 다다르면 현실에서의 1시간은 꿈에서 수십년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아주 비현실적이거나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잠을 자다가 꿈을 꾸며 잠에서 깨도 개운하지 않은 이유는 꿈을 꾸는 동안 뇌 활동이 더 활발했기 때문이다. 꿈에 더 깊이 빠져들수록 뇌 활동이 더 활발해진다는 전제를 한다면 ‘인셉션’의 세계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꿈(무의식)의 세계는 현실세계의 시간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덩케르크'.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크리스토퍼 놀란의 가장 최근작인 ‘덩케르크’는 전쟁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지연을 활용한다. ‘덩케르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영화화 한 것으로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군인들과 이들을 구하러 가는 민간 어선, 하늘에서 전투를 벌이는 조종사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군인의 시점에서는 일주일, 민간 어선의 시점에서는 하루, 조종사의 시점에서는 1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각기 다른 시간은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출발해 편집을 통해 동일한 시간으로 만난다. 

‘덩케르크’는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고립된 시간(군인)과 흐르는 시간(민간 어선), 날아가는 시간(조종사)은 각기 다르지만 동일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군인들은 일주일 전부터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민간 어선은 덩케르크 해안으로 출발한 하루 전부터 긴장을 하고 있었다. 조종사는 당연히 이륙 직후부터 긴장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각기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같은 감정을 공유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저마다 다른 시간을 동일선상에 놓아버려서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쉽게 말해 군인은 1시간 같은 일주일을 보냈고 민간 어선은 1시간 같은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조종사는 꽉 찬 1시간을 보냈다. 

‘인셉션’과 ‘인터스텔라’, ‘덩케르크’를 ‘시간지연의 3부작’으로 정의 내려도 좋을지 모르겠다(영화평론가들은 이런 정의 내리는 일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는 ‘인셉션’과 ‘인터스텔라’ 사이에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셉션'. [사진=엔케이컨텐츠]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도 부르주아의 시간을 보낸 브루스 웨인과 고립된 감옥에서 지옥같은 시간을 보낸 베인(톰 하디)의 상대성을 언급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올해 개봉을 앞둔 그의 새 영화 ‘테넷’에서 어떤 이야기를 다루는지 살펴본다면 그가 상대성 이론에 대해 얼마나 더 접근할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특수 상대성 이론의 시간지연은 우리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다. 흔히 ‘물이 반만 찬 유리잔’을 보고 “물이 반이나 남았어”와 “물이 반밖에 없어”라는 반응으로 나뉜다고 말한다. 이는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를 말할 때 쓴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이것은 물을 필요로 하는 상태가 반영된 ‘상대적 의견’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들어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 나이를 먹으면서 신진대사와 신체 활동이 느려져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다. 

다만 놀고 있을 때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그냥 기분 탓이다. 그리고 주말이 유독 빨리 간다고 느끼는 이유는 실제로 주말이 짧기 때문이다(평일은 5일, 주말은 2일이다). 이 기사가 게시된 지금, 불금은 이미 지나갔고 토요일도 벌써 8시간이나 지나가버렸다. 월요일까지 남은 40시간이라도 더 알차고 느리게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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