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한 8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 설치된 딜러 PC모니터에 이란 보복 공격 속보가 띄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한 8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 설치된 딜러 PC모니터에 이란 보복 공격 속보가 띄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이란이 8일 자국 군부 실세를 공습해 살해한 미군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이란과 미국 사이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복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번 사태가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지 않고 증시에 주는 충격도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안이 다소 진정된 가운데 전날의 급락에서 벗어나 1%대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날 오후 2시 42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29포인트(1.18%) 오른 2,176.60를 가리켰다.

지수는 전장보다 30.89포인트(1.44%) 오른 2,182.20으로 출발해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완화하면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0.5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49%), 나스닥지수(0.67%)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나스닥은 장중가와 종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이란이 전날 이라크 미군기지에 보복성 미사일 공격을 하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우려가 불거졌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맞대응에 선을 그으면서 금융시장 불안감도 진정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중동 지역의 전운이 고조되는 양상"이라며 "국내외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급등했으며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위험자산 회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짙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양국의 전면적인 군사 충돌이 현실화하면 단기적으로 글로벌 증시에 큰 폭의 조정이 이뤄지고 유가 급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9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양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 공격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에 따른 금융시장의 영향은 단기 충격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군 사상자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민주당의 비난이 거세질수록 무력충돌보다 경제 제재로 갈등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란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비교해 경제 규모가 10분의 1 미만인 만큼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의 전면전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고 이에 대한 화답으로 트럼프 대통령도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데 힘입어 지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증시가 높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우려에 매물 소화과정을 겪으며 상승 폭을 확대하지 못해 그 흐름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사태가 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의 변수인 것은 맞지만, 실물경제나 자산시장에 구조조정을 일으킬 변화는 아니다"며 "이르면 1개월, 늦어도 3개월 안에 수습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소비 위축이나 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미·중 무역 분쟁도 견뎠던 세계 경제가 이란과 미국의 충돌에 갑자기 변화를 보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만큼 파급력이 약한 악재"라고 평가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과거 미국이 직접 중동 국가들과 전쟁을 했을 때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화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며 "그런 패턴을 고려하면 주식시장에 주는 영향이 길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8개월가량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이어졌는데, 전쟁 이후 증시가 안정되는 데 2개월 정도가 걸렸다"며 "이번 사태로 인한 주가 하락이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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