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김지형 대표변호사가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여용준 기자]
9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김지형 대표변호사가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여용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삼성그룹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고 관리할 준법감시위원회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닻을 올렸다. 위원회가 출범하기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준법감시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는 9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장 수락 배경에 대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전제하에 수락했다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처음에 제안받고 완곡하게 위원장직을 거절했다”며 “그러나 거듭되는 요청 끝에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제안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양성사유로 삼기 위한 면피용이 아니냐는 의심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개인의 역량 부족 등을 언급했다. 

특히 “삼성의 진의와 관계없이 위원회가 혁신적 개선 조치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결국 이용만 당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을 것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또 “이토록 커다란 일을 감당할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에 대해 “삼성이 먼저 변화의 문을 열었다. 무엇이 계기가 됐건 삼성이 먼저 벽문을 열었다는 자체가 변화를 향한 신호탄”이라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이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과 직접 만났다. 당시 이 부회장에게 위원회 구성과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했고 이 부회장이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전했다. 

또 수락 배경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뭔가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삼성이 변화를 택한 타이밍이 썩 좋지 않다”며 “그러나 그것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뤄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라도 변화를 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우리 시대, 우리 사회가 함께 해줄 것”이라며 “삼성의 변화는 기업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준법경영은 삼성을 넘어 중요한 사회적 의제다. 위원회는 소통하고 화해하게 하는 채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 측은 위원회와 관련해 “준법감시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존중하고 글로벌 수준의 준법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이사회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법조계와 시민사회, 학계, 회사를 포함해 총 7명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법조계는 김 내정자와 함께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맡는다. 

김 내정자는 봉욱 내정자에 대해 “대기업 부패범죄를 수사한 경험이 아주 많고 준법경영과 관련해 풍부한 식견을 가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 뛰어난 인품으로 두터운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에서는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와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이 맡는다. 권 내정자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재벌에 대한 엄벌을 촉구한 운동을 이끌어낸 인물이며 고 내정자는 경실련 사무총장을 최장수 역임한 인물로 노사관계과 경영권 승계,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꾸준히 낸 인물이다. 

학계에서는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맡는다. 이들은 각각 금융·증권·자본시장·공정거래 분야와 재무·금융분야 전문가로 이와 관련해 의견을 낼 예정이다. 

내부인사로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 총괄고문이 맡는다. 이 내정자는 MBC 보도국 부국장 출신으로 2005년 삼성그룹으로 옮긴 후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을 맡은 바 있다. 김지형 내정자와는 반도체 공장 백혈병과 관련 조정위에서 사측과 노동차 측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위원회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와 협약을 맺고 활동을 시작한다. 각 계열사가 이사회를 열고 협약에 대해 의결하면 본격적인 위원회 출범은 다음달 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앞으로 더 많은 계열사와 협약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김 내정자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생명으로 삼겠다. 삼성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철저히 독립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준법·윤리경영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준법감시 프로그램 및 시스템이 전반적이고 실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구체적 실행방안을 구현하겠다”, “노조 문제나 승계 문제 등 성역을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원칙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위원회의 설립 배경에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이 결정적 영향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위원회 설립 이후의 사건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회계 관련 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회 내부에 회계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김 내정자는 “구체적인 운영 원칙은 여러 위원들과 더 상의해야 할 일”이라며 “회계와 관련해서는 외부 기관을 정하고 의뢰를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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