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2일 취임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2일 취임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부동산 금융 규제를 놓고 증권업계와 금융당국이 새해 벽두부터 이견차를 보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의 시작과 함께 첫 업무를 시작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완화를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로 밝히면서 금융당국에 메시지를 내놨다.

나 회장은 "협회는 지난 몇 년간 정부 및 국회와 소통 채널을 굳건히 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저는 거기에 더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선제적인 협상자로서 역할에 주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부터 증권사에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6개월 단위로 점차 줄여 2021년 7월까지 자기자본의 100% 수준으로 맞추는 제재 방침을 밝혔다. 증권사들이 수년간 부동산PF 대출과 보증업무를 취급하면서 부동산 관련 영업에 과도하게 매몰된 것으로 봤다.

반면 업계는 전체적인 몸집이 커진 만큼 부동산 PF도 동반 성장한 것으로 한 사업만 무리하게 늘렸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나 회장도 "한국 자본시장이 신사업 발굴에 비우호적인 규제 때문에 다른 금융선진국에 비해 더딘 성장세를 보여왔다"며 불편한 속내를 비췄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PF 규제를 비롯한 시장 옥죄기 정책의 노선 변경을 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특히 "금융당국의 금융이해도 제고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그는 대신증권 대표이사 재임 시절인 지난해 초 1000억원을 투자해 디에스에이티컴퍼니(대신자산신탁)을 설립한 경험이 있다. 디에스에이티컴퍼니는 증권업계에서 10년 만에 탄생한 부동산신탁 사업자다. 

즉 사업승인까지 해준 금융당국이 부동산PF 총량규제를 실시하는 것은 앞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8년 금융위 산하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도 "부동산신탁업은 신규 진입을 통해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5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돌연 그림자 금융이라는 용어를 꺼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는 업계 사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다양한 형태의 위협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칵테일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증권사 PF 대출이나 채무보증, 부동산펀드, 부동산신탁, 부동산 유동화증권 등 비은행권이 취급하는 부동산금융을 뜻한다. 부동산 PF는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부동산 등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금융위가 내놓은 자기자본 기준을 넘어서는 곳은 메리츠종금과 하이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총 3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는 무작정 대출을 해온 제2금융권과 수준이 다르다"며 "부동산PF 계약 종류도 수백가지여서 단순한 위험투자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잘 하는 것에 집중한 결과란 얘기다. 특히 선두업체인 메리츠종금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40~50%로 조절해 채무불이행(디폴트) 확률을 줄여왔다. 또 금융위가 PF에 가중치를 둬서 제제할 방침을 밝힌 순자본비율(NCR)은 지난해3분기 기준 817%로 전년 동기 792%보다 늘었다.

증권사 부동산 PF 규제는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PF를 일으켜야 하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증권사를 이용하지 못하면 고금리의 제2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은행에선 변동성이 큰 부동산개발사업에 돈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한국 금융당국은 시장의 불안한 심리는 규제로 바꾸어 내는데는 탁월한 것 같다"며 "부동산 PF가 막히면 아예 사업을 중단하거나 토지를 헐값에 팔 수밖에 없다. 개발사업들이 줄줄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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