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증권가가 외형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대형사가 덩치 키우기를 주도하는 가운데 중소·중견사가 뒤를 쫓고 있다. 

증권업계가 사상 최대의 이익을 경신하며 호황의 정점에 이르렀다. 자기자본을 늘려야 투자은행(IB)과 같은 자본력 중심 사업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대형사들은 전사적 역량을 IB에 집중해왔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조원의 초대형 IB 요건을 충족하는 증권사는 6곳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회사는 미래에셋대우다. 올해 자기자본 9조원을 돌파할 전망인 미래에셋대우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IMA) 라이선스 획득을 목표하고 있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증권사만 신청할 수 있는 라이선스다. 기업대출, 회사채 등 원금 비보장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뒤를 잇는 증권사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든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이들은 각각 5조2094억원, 4조6650억원, 4조6443억원의 자기자본을 자랑한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모집할 수 있어 자본여력이 확대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삼성증권(4조7848억원)과 신한금융투자(4조1983억원)도 사업 인가를 노리고 있다.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회사는 메리츠종합금융증권(3조6439억원)과 함께 하나금융투자(3조4396억원)이다. 뒤를 이어 키움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이 1조원이 넘는다. 이밖에 현대차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최근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10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확대하는 이유는 재무건전성을 재고하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채무보증 취급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100%로 설정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제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형사는 더욱 커지고 중소중견사는 쪼그라드는 현상은 보인다. 한국신용평가 상반기 조사에 의하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사 8곳의 IB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66.9%에서 69.3%으로 성장했다. 반면 자본 1조원 이상 중소형 증권사 5곳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0.3%에서 9.6%로 소폭 감소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대형사들은 늘어난 자본여력과 향상된 자금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IB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자본규모 및 자금조달 능력에서 뒤처지는 중소형사들의 경우 차별화된 전략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견사는 수익 구조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증자로) 장기신용등급이 한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대형 IB으로 향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유상증자 규모도 한계가 있어 IB시장은 결국 대형사 주도의 게임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가운데 중소형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PF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는 진입장벽만 키우는 역차별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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