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택배업계의 2019년 키워드는 ‘가격 정상화’이다. 고속 성장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업계 1위 CJ대한통운이 기업 고객을 상대로 가격 올리기를 시도하기 무섭게 경쟁업체들의 공격적 영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한진의 동참으로 조정국면에 들어갔다.

지난달 ‘택배기사가 노동조합 설립 가능한 노동자’라는 첫 법원 판결도 업계 판도에 변화를 줄 수 있어 주목된다.

물류 계열사 합병으로 약 3조원 규모의 유통 공룡기업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출범시키며 고속 성장 중인 이커머스 시장 점령에 나선 롯데그룹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올 한해도 숨 가쁘게 뛰어온 2019년 택배업계 현주소를 알아본다.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가 3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롯데글로벌로지스 통합법인 출범 및 비전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가 3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롯데글로벌로지스 통합법인 출범 및 비전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매출 3조 롯데글로벌로지스 탄생 ‘명암’= 올 3월 롯데로지스틱스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합병해 3조원 수준 규모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출범했다. 출범식에서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는 “2023년 매출 5조원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 매출이 지난해 9조2196억원 상당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포부대로라면 연매출 2조 수준인 한진을 따돌리고 명실상부한 물류업계 2위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통합법인으로 꾸려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95억원으로 적자 상태였으나 올해 흑자로 돌아섰다. 3분기까지 영업이익 205억원을 실현하며 전체적으로 선전했다. 반면 택배사업부문에서는 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최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인트라넷에 만 50세 이상, 근속연수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고정비 줄이기’로 택배사업 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고 있다.

택배기사에게 고객이 택배상자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택배기사에게 고객이 택배상자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 물류 가격 정상화 소폭 진행= 롯데가 새 출범을 알리던 3월 물류업계 선두 CJ는 가격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며 물동량은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택배비는 하락한 것이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평균 택배단가는 2003년 1박스당 3280원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며 지난해 2200원대로 15년새 1000원 가까이 내려갔다. 택배사 경쟁이 치열해진만큼 이익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소비자 입장과 가격 정상화를 이루지 않으면 인건비 상승분 등 더 이상 감당이 어렵다는 업계 목소리가 힘겨루기를 해왔다.

CJ는 기업고객 택배 운임을 건당 약 100원씩 순차적으로 인상했다. 인상 초기에는 우체국택배 등 타기업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고전했으나 한진이 합세하며 안정 수순을 밟고 있다. 올해 물동량이 10% 가량 상승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 두 기업은 3분기 택배사업에서 일제히 매출 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 △CJ는 매출 6643억원(전년比 13%↑), 영업이익 536억원(전년比 78%↑) △한진 매출 2129억원(전년比 19%↑) 91억원(전년比 116%↑) 수준이다.

CJ대한통운은 올 10월 태국 방나 지역에서 최첨단 택배 분류장치를 도입한 중앙물류센터 ‘CJ대한통운 스마트 허브 방나’ 오프닝 세리머니를 개최했다. [사진=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은 올 10월 태국 방나 지역에서 최첨단 택배 분류장치를 도입한 중앙물류센터 ‘CJ대한통운 스마트 허브 방나’ 오프닝 세리머니를 개최했다. [사진=CJ대한통운]

◇ 중국‧동남아 중심 해외 진출 활발=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CJ의 눈에 띄는 또 다른 사업은 해외 부문이다.

올해 3분기 CJ 해외사업 부문은 매출 1조148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3.6% 상승해 이는 전체 매출을 통틀어 43.8% 수준이다. CJ대한통운은 글로벌 사업 확장으로 상반기 글로벌 임직원이 2만1147명에 이르며 전체 임직원 2만7527명 중 76.8%를 차지한다.

10월에는 동남아 요충지인 태국 방나 지역에 한국의 최첨단 택배 분류장치를 도입한 7만1900㎡(2만2000평) 규모 중앙물류센터 ‘CJ대한통운 스마트 허브 방나’를 열었다. 향후 추가 시설투자를 통해 일일 최대 40만개 택배를 정확히 분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택배업계 2인자를 노리는 롯데도 출범당시 ‘세계 상위 물류기업’을 선언하며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해외 사업을 진출 의지를 밝혔다. 현재 롯데는 전 세계 13개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롯데케미칼이 5조원을 들여 인도네시아에 조성 예정인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물류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추석을 앞두고 택배 등 일감 처리에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추석을 앞두고 택배 등 일감 처리에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택배기사 근로자 인정=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지난달 “택배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는 CJ 대리점주들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이의신청 사실 공고 관련 재심결정취소 청구소송이었다.

이번 판결로 택배기사들은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비롯해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앞서 2017년 설립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택배회사 및 대리점에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교섭을 제안한 바 있다.

반면 택배업계에서는 택배기사들이 개인사업자로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노조에서 주장하는 휴일도 현재 업무분장을 통해 충분히 해소되고 있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또 택배노조에서 지속해 문제 삼고 있는 상품분류작업 관련해서도 양쪽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쿠팡은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직접 고용해 배송 서비스를 높이고자하는 정책을 세웠다. [사진=쿠팡]
쿠팡은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직접 고용해 배송 서비스를 높이고자하는 정책을 세웠다. [사진=쿠팡]

◇ 물류 업계 메기, 쿠팡=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 거래액이 총 12조원 가량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쿠팡 거래액은 9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쿠팡 거래액이 업계 추산 8조원임을 가만하면 3/4분기에 이미 지난해 거래액을 넘어선 셈이다. ‘유통 공룡’으로도 불리는 쿠팡은 최근 택배업계에서도 주목받는 이유는 직배송 체제 때문이다.

물류회사에 위탁하지 않고 쿠팡맨이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택배회사 역할을 하는 경쟁자로 볼 수 있다. 당장 택배업계에서는 쿠팡을 경쟁자로 여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마트‧홈쇼핑까지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며 쿠팡을 제외하고도 물량이 충분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쿠팡이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직접 고용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기 때문에 향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택배노조에서 정규직처럼 주5일제 52시간 근무와 휴일보장 등이 잇따를 경우, 개인사업자였던 택배기사가 주6일제로 일했던 것과 비교해 업무 효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부분이다.

또 택배기사가 주당 52시간 정규직으로 일할 경우, 개인사업자보다 벌이가 줄어들어 손실분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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