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올해는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하는 등 한국 영화가 세계 속으로 발돋움하는 한해였다. 동시에 디즈니 점유율 상승과 넷플릭스 관객 이탈 등 급속한 변화에 직면해 많은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천만영화 5편을 내며 관심이 집중됐으나 다작(多作)‧대작(大作)으로 승부한 디즈니에 관심이 지나치게 쏠렸다는 우려가 있다. 천만영화 중 과반이 넘는 ‘어벤져스:엔드게임’, ‘알라딘’, ‘겨울왕국2’ 세편이 디즈니 작품으로 스크린 독과점문제가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성수기 기대작이 흥행 대열에서 빠지고, 입소문 흥행작이 높은 관심을 얻는 등 지금까지 축적해 온 영화계 ‘예상도’가 상당부분 무용해졌다.

한편에서는 김보라 감독 ‘벌새’를 비롯해 윤가은 감독 ‘우리집’, 이종언 감독 ‘생일’, 김도영 감독 ‘82년생 김지영’ 등 독립영화이자 여성영화가 강세를 보인 한해였다.

2019년 한해 동안 확 달라진 영화업계 이슈 5가지를 손꼽아본다.

영화 ‘극한직업’,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영화 ‘기생충’. [사진=CJ엔터테인먼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영화 ‘기생충’. [사진=CJ엔터테인먼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CJ엔터테인먼트]

◇ 천만영화 5성 시대…성수기 몰락= 올해 2월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4‧5‧6월 ‘어벤져스: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에 이어 12월 ‘겨울왕국2’까지 영화계는 천만영화만 총 5편을 배출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천만영화 덕분에 영화 시장 관객수가 22일 기준 2억1793만1694명으로 사상 최대 관객수를 기록 중이다. 영화업계에서는 2013년 연간관람객수 2억명 돌파 이후 큰 변화 없던 시장이 확대되며 연간 관람객수 2억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확대 이면에는 그림자도 없지 않다. 바로 ‘성수기’ 영화 몰락이다.

상반기 천만영화가 4편 나온 반면 여름방학과 바캉스 기간으로 전통적인 성수기인 7~8월 ‘엑시트(942만명)’를 제외하고 기대를 모았던 ‘사자’, ‘변신’, ‘암전’ 등 기대작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추석 기대작이었던 ‘타짜:원 아이드 잭’, ‘나랏말싸미’,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등도 일제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며 부진을 지속 했다.

영화 ‘엑시트’, 영화 ‘알라딘’. [사진=CJ엔터테인먼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엑시트’, 영화 ‘알라딘’. [사진=CJ엔터테인먼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CJ엔터테인먼트 vs 디즈니…배급사 경쟁= 지난해 ‘신과 함께’ 시리즈로 흥행몰이를 했던 롯데컬처웍스가 배급사 점유율에서 주춤한 가운데 올해는 CJ엔터테인먼트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의 불꽃 뛰는 대결이 진행됐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월~10월 기준 배급사별 누적관객점유율 0.1%차로 1위를 달리던 CJ는 ‘겨울왕국2’ 개봉으로 11월 기준 디즈니에 3.6%차로 1위를 내줬다.

실제 올해 흥행작 상위 10위를 보면 CJ가 △‘극한직업’ 1626만명 △‘기생충’ 1008만명 △‘엑시트’ 942만명 등 3작품이고, 디즈니가 △‘어벤져스:엔드게임’ 1300만명 △‘알라딘’ 1255만명 △‘캡틴 마블’ 580만명 △‘겨울왕국2’ 1273만명(22일 기준) 등 4작품이다.

‘겨울왕국2’ 누적관객수가 앞으로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CJ 배급으로 19일 개봉한 ‘백두산’이 성과에 따라 올해 배급사 순위가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영화 ‘겨울왕국2’.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겨울왕국2’.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넷플릭스 시대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 지난달 21일 ‘겨울왕국2’ 개봉 다음날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반독과점영대위)는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독과점영대위에 따르면 흥행예상 블록버스터 영화 개봉과 함께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다른 영화들이 상영되지 못해 소비자 볼 권리가 침해돼 독립영화 등에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멀티플렉스 극장사는 빠르게 변하는 관객들 마음을 잡기 위해서 개봉 주 스크린 집중 배정은 어쩔 수 없다고 맞선다.

관객들도 “무한경쟁 사회에서 어쩔 수 없다”, “공적자금만을 바라는 것은 산업을 죽이는 또 다른 길”, “늦게 나오면 넷플릭스로 보는 게 낫다” 등 스크린 독과점 관련 극장사와 궤를 같이하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최근 많은 관객들은 영화관 최대 라이벌로 넷플릭스‧왓챠플레이‧웨이브(옛 옥수수) 등 OTT(국내 온라인동영상 서비스)를 주목하고 있다. 주말에 집에서 지내는 1인가족이 늘어남에 따라 영화관에 꼭 가야하는 기존 영화보다 집에서 편리하게 보는 OTT서비스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월 넷플릭스는 조선 좀비를 다룬 드라마 ‘킹덤’을 론칭하며 인기몰이를 했으며 ‘기묘한 이야기’, ‘좋아하면 울리는’ 등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3분기는 전 세계 매출액 52억달러(한화 6조1718억원 상당)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8.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캡틴 마블’, 영화 ‘82년생 김지영’, 영화 ‘벌새’.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CJ엔터테인먼트, 엣나인필름]
영화 ‘캡틴 마블’, 영화 ‘82년생 김지영’, 영화 ‘벌새’.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CJ엔터테인먼트, 엣나인필름]

◇ 여성영화 강세…작품성‧연기력 호평= 올해는 3월 개봉한 마블 최초 여성솔로무비 ‘캡틴 마블’부터 시작해 여성 감독이 만들고 여성 배우가 주연한 작품이 강세를 보인 한해였다.

‘캡틴 마블’과 함께 경력단절여성 김지영 인생을 다룬 영화 ‘82년생 김지영’ 등은 개봉 전부터 ‘0점’을 받는 등 평점 테러로 논란이 됐으나 대부분 여성영화가 작품성과 연기력에서 호평 받았다.

특히 독립영화 ‘벌새’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이후 14살 은희가 겪은 세계를 섬세하게 그려내 국내외 영화제에서 44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기생충’ 주조연 조여정(연교 역)과 이정은(문광 역)을 비롯해 ‘82년생 김지영’ 정유미(김지영 역), ‘엑시트’ 임윤아(의주 역) 등이 연기력과 동시에 맡은 배역의 다양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앞서 언급한 ‘캡틴 마블’ 외에 엘사와 안나 두 자매가 아렌델 왕국을 구하는 ‘겨울왕국2’, 터미네이터 시리즈 종결편으로 여성 영웅의 탄생을 그린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 등은 모두 여성감독이 여성주연배우와 함께 만든 영화다.

한국영화 뿐 아니라 할리우드 등 해외에서도 여성감독 및 여성주연 영화가 다양하게 개봉하고 관심 받으며 여성영화 강세는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CJ CGV 4DX 대표 이미지. [사진=CJ CGV]
CJ CGV 4DX 대표 이미지. [사진=CJ CGV]

◇ N차관람…미래 영화관 희망의 ‘빛’ 보다= 넷플릭스 등 ‘손 안에 영화관’이 활성화 되며 영화관은 색다른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역할에 충실해 특별관 사업에 뛰어들었다.

올해는 특별관이 입소문과 함께 N차관람으로 관객수 상승을 이끈 중심축이 됐다. 이중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인 것이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사 1위 CGV 자회사인 CJ 4DPLEX이다.

실제 ‘알라딘’은 7월27일 국내 4DX 관객 수로만 1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다음달 7일에는 글로벌 누적관객수 187만명을 모으며 흥행역사를 다시 썼다. 최근 천만영화를 넘은 ‘겨울왕국2’의 경우 정교한 모션 효과를 비롯해 눈‧거품‧바람‧안개 등 풍부한 환경 효과가 더해져 ‘4DX 특화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관객들에게 넷플릭스 등 OTT와 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야한다는 점에서 미래 영화계를 이끌 주력 사업으로 급부상한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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