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리나라 양대 가전기업이자 오랜 앙숙이었다. 이들이 벌인 선의의 경쟁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와중에 진흙탕 싸움을 벌인 적도 많이 있었다. 올해는 두 회사의 오랜 싸움 중 역사에 남을 치열한 싸움을 벌인 해로 남게 됐다. 

태동기에 접어든 8K TV 시장에서 QLED로 먼저 주도권을 잡은 삼성과 올레드 TV로 주도권을 빼앗기 위한 LG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여기에 LG전자의 건조기가 자동세척 콘덴서 결함 논란으로 휘청거리자 삼성전자는 건조기 마케팅을 강화하며 점유율을 챙겼다. 

앞서 양사는 2014년에 세탁기를 두고 큰 싸움을 벌였다. 당시 조성진 LG전자 전 대표이사 부회장(당시 H&A사업본부장)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논란을 사며 재판까지 갔다. 

LG전자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삼성전자는 “고의로 파손했다”고 주장해 법정까지 가는 첨예한 대립을 펼쳤다. 이 싸움은 당시 조성진 부회장의 무죄로 일단락됐으나 두 회사가 실질적으로 감정의 골을 풀지는 못했다. 

이어 2017년에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올레드 TV를 디스하는 영상을 유튜브와 블로그 자사 계정에 올리면서 갈등이 이어졌다. 

9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OLED 8K TV 기술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백선필 LG전자 팀장이 8K TV 화질에 대한 ICDM 의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8K TV 전면전, 이기는 자가 미래 TV 시장 주도권을 갖는다

올해 두 회사가 벌인 갈등의 시작은 8K TV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QLED 8K TV를 처음 선보이며 8K TV 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경쟁자가 없었던 8K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며 선두 자리에 올랐다. 

올레드 8K TV 개발에 주력하던 LG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올레드 8K TV와 롤러블 TV를 처음 공개했다. 이어 올 상반기 올레드 8K TV를 처음 공개하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조용히 판매를 진행하던 LG전자는 올해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삼성전자의 QLED를 저격하는 광고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했다. 

9월 LG전자는 ‘올레드 TV 기술설명회’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QLED TV의 화질선명도(CM)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진정한 8K TV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당일 오전에 급하게 기술설명회를 열고 LG전자의 주장에 반박했으나 더 많은 시간을 기술설명회에 쏟은 LG전자의 완승으로 끝났다. 

당시 LG전자는 QLED TV의 CM값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 외에 삼성전자의 QLED는 사실상 필름 붙인 LCD라며 QD-LCD가 정확한 명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올바르지 못한 단어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킨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과장광고’로 신고했다. 

이밖에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과 유럽 등 전세계 관계자들과 미디어를 대상으로 QLED와 올레드의 비교 마케팅을 벌이며 ‘올레드 TV 알리기’에 나섰다.

9월 17일 오후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QLED 8K TV 기술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용석우 삼성전자 상무가 QLED 8K TV의 화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삼성전자는 9월 기술설명회 이후 LG전자의 공세가 거세지자 ‘영업방해’로 공정위에 맞신고 했다. 이어 올레드 TV의 고질적인 문제인 ‘번-인 현상(화면 번짐)’을 들고 나와 올레드 TV에 공세를 퍼부었다. ‘번-인 현상’은 올레드 패널을 장시간 동작시킬 경우 화면이 타버려서 잔상이 남는 것으로 주로 올레드 패널을 통해 발생한다. 

삼성전자의 ‘번-인 현상’ 공세에 대해 LG전자 측은 “‘번-인 현상’은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화질 논쟁과 별개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QLED 명칭 논쟁에 대해 삼성전자는 “QLED는 이미 전세계 소비자가 선택한 제품”이라며 “소비자의 선택이 맞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주장을 QLED TV 광고에도 집어넣으며 LG전자의 주장에 반박했다. 

양 사의 이같은 갈등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0’에서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모두 CES에 부스를 마련하고 자사의 제품과 기술을 알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아직 부스를 어떻게 꾸릴지 구체적인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 의류건조기(왼쪽)와 LG 의류건조기. .[사진=각 사]

 

◇위기의 LG전자 건조기…틈을 노리는 삼성전자

LG전자 의류건조기는 올해 상반기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5만명에 가까운 소비자가 밴드를 만들고 지속적인 항의 등 집단행동을 보였다. 

결국 올해 7월 소비자 247명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신청을 냈고 분쟁조정위는 지난달 LG전자에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하라는 권고를 했다. LG전자는 이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며 건조기 사태는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 

LG전자가 건조기 사태로 곤욕을 치르는 사이 삼성전자는 조용히 건조기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올해 10월 삼성전자는 ‘3분기 미국 건조기 점유율 1위’, 8월에는 ‘건조기 판매량이 연초 대비 3배 늘었다’는 이름의 보도자료를 냈다. 

또 10월에는 ‘대한민국 안심건조 페스티벌’을 열고 브랜드에 상관없이 쓰던 건조기를 반납하면 그랑데 건조기로 교체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행사기간 동안 쓰던 건조기를 반납하고 그랑데 건조기를 구매하면 20만원 상당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랑데 건조기 체험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갤럭시탭S5E와 JBL펄스 등 다양한 경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삼성전자 유튜브 계정을 통해 ‘팩트체크’ 영상을 게재하고 건조기 열교환기와 콘덴서에 대한 설명을 소개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 건조기 사태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린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반사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올해 건조기 사태는 LG전자의 ‘자발적 리콜’ 결정으로 일단락 된 만큼 내년에는 양 사 모두 건조기와 관련해 새로운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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